나이 오십대에 접어든 철도기관사 안드리아(Andrea Marcocci: 피에트로 게르미 분)는 늦게 본 막내아들 산드로(Sandrino: 에도아르도 네볼라 분)가 영웅처럼 떠받드는 아버지이다. 그러나 그는 가난했고 큰 아들은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어머니편만 들다 집을 나가 거리의 불량배가 된다. 게다가 딸은 가게 점원과 사랑을 해 임신을 한다. 삶의 무게에 짖눌린 안드레아는 정신을 다른 쪽에 팔다가 어느날 철도에 투신 자살을 하는 사람에게 그만 충돌 사고를 내고 만다. 그후 그는 매일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는 데 동료기관사들까지 파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차를 모는 그를 따돌린다. 점점 술에 취해 들어오는 빈도가 높아지고 그럴 때 막내 산드로가 꾀를 낸다. 퇴근 시간마다 아버지를 기다렸다 같이 집으로 모시고 오는 것이다. 자신을 영웅처럼 우러러보는 막내 아들, 그는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집안은 점차 평화를 되찾고 불량배들과 휩쓸려 다니던 큰 아들도 집으로 온다. 아무 말없이 자기 목도리를 돌려주면서 용돈이 있냐고 무뚝뚝하게 묻는 안드리아. 그는 모든 오해가 풀린 뒤 동료 기관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 기분 좋게 노래도 하고 손님들이 다 간뒤 기타도 친다. 그러다 그는 침대에 누워 잠자듯이 숨을 거둔다. 그의 얼굴엔 희미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철도원>은 리얼한 홈 드라마이면서도, 그로부터 한걸음 보폭을 넓힌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영화가 흥행적으로 성공한 포인트는 네보라 소년의 기용과 테마 음악의 우수성 때문이다. 특히 <철도원>은 전후 이태리 영화의 황금기를 구가한 네오 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일상 생활의 섬세한 묘사에 인생의 애환이 넘치고, 전후 이태리 서민층의 생활고가 잘 묘사되어 있다. 또한 장남과의 단절로부터 화해의 분위기로, 그리고 집안을 조용하게 지켜나가는 어머니의 애정을 비롯해서 각 캐릭터의 성격이 잘 살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영화 전편에서 유머를 가득 넘치게 하는 보네라 소년의 귀여움이야말로 이 영화의 최고 볼거리이다.
제르미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 주연을 한 그의 대표작이다. 어느 철도 기관사의 여러가지 일상을 그 아들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 인간드라마의 명품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갖가지 애환들을 담담하면서도 애정이 넘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려운 살림이지만 자신의 굳은 인생관으로 살아가는 한 가장의 모습을, 노조의 파업에 반대해서 홀로 일하는 외고집과 말썽을 부리는 딸에 대해 냉정할 정도의 단호한 처신을 통해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한없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며,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에 항상 감사하며 자신의 삶에 누구보다 충실하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에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우리에게 착하고 성실하게 살라고 말하는듯 하다. 항상 그와 함께 하는 영화음악가 카를로 루스티첼리(Carlo Rustichelli)의 아름다운 음악이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