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거탑 (白い巨塔 Shiroi Kyotô, The Ivory Tower , 1966) DVDRip.XviD - W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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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탑 (白い巨塔 Shiroi Kyotô, The Ivory Tower , 1966) DVDRip.XviD - W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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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탑 (白い巨塔 Shiroi Kyotô, The Ivory Tower , 1966)


<하얀 거탑>(The Ivory Tower / 白い巨塔, 1966)은 박진감과 긴장감으로 똘똘 뭉친 영화다. 2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리듬을 늦추지 않는다.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마치 게임처럼 한 스테이지가 끝나면 다음 스테이지로 신속하게 넘어간다. <미스터 초밥왕>이나 <슬램 덩크>처럼 주인공은 더 힘들고 복잡한 다음 단계와 부딪쳐야만 한다.
(The Ivory Tower / 白い巨塔, 1966)은 박진감과 긴장감으로 똘똘 뭉친 영화다. 2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리듬을 늦추지 않는다.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마치 게임처럼 한 스테이지가 끝나면 다음 스테이지로 신속하게 넘어간다. <미스터 초밥왕>이나 <슬램 덩크>처럼 주인공은 더 힘들고 복잡한 다음 단계와 부딪쳐야만 한다.


비디오 재킷.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짧은 소개와 함께 바로 극 속으로 투입시킨다. 그들에게는 확실한 개성들이 있다. 대학병원의 교수 자리는 서로 다른 이익집단들이 어떻게든 쟁취하려는 전쟁이나 다름없을 때도 있다. <하얀 거탑>을 보면서는 한쪽 편을 들면서 시작했다. 보기 전부터 ‘악당인 주인공’ 편이었다. <태양은 가득히>를 보면서 악한인 톰의 편을 들게 되듯이.

한 편의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구성하다 보면 누군가 악역을 맡게 마련이다. <하얀 거탑>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산업사회, 인간의 권력구조, 우리가 ‘믿고 싶은’ 병원이라는 조직에 관한 게 남들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누구든 악역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얀 거탑>이 재밌는 이유는 정교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선과 악이 부딪치는 단순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사회 전체가 악일 수도 있다. 그러면 고지식한 선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의대 교수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한 보수적인 권력, 의대 교수라는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달려드는 금력, 그리고 그 사이에 이상주의자들이 존재한다. 단선적인 대립이 아니라 삼각구도가 팽팽하게 당겨진다.

권력의 한쪽 끝에는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교수 아즈마가 있다. 권력을 쟁취하려는 반대쪽 끝에는 촉망받는 젊은 외과의사 자이젠 고로가 있다. 그는 교수가 되기 위해서 온갖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교수 자리 하나를 놓고 음모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이상주의자 집단이 존재한다. 그들에겐 명예나 돈, 권력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대학병원이라는 집단에서 그들의 이상은 얼마나 구현 가능한 일일까. 한 명의 환자라도 최선을 다해서 진료하는 사토미 조교수, 원리원칙에 입각하는 기초의학과 교수 오쿠치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야마사키 토요코는 신문기자였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리얼한 느낌이 넘치는 소설 <하얀 거탑>을 썼다. 1966년 야마모토 사쓰오 감독에 의해 처음 영화화된 이래, 일본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TV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까지 미니시리즈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현대 사회와 권력구조의 속성을 얼마나 잘 파헤쳤으면 이처럼 반복적으로 리바이벌 되었을까.


오프닝 타이틀.
 
첫 장면부터 수술실은 긴장감이 넘친다. 메스를 건네받고 수술에 임하는 나니와 대학 제1외과 조교수 자이젠 고로(다미야 지로). “자, 시작하지.” 라는 말과 더불어 바로 환자의 복부를 메스로 가른다. 카메라는 큰 사이즈로 위장이 드러나는 복부를 그대로 비춘다. 생생하고, 분위기가 살벌하기까지 하다. 지로가 복부를 봉합할 때, 시계 소리가 들린다. 1시간 37분. 분문관 수술 신기록이다.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던 할머니는 고로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나니와 대학은 없고, 나니와 상고는 있다. 타격왕 장훈이 졸업한 고등학교다)


오프닝 타이틀에 이어지는 수술 장면.


수술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간 고로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오른다. 카메라는 바로 주간 <선데이 매일>에 나간 자이젠 고로의 특집 기사를 보여준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는 남자는 제1외과 교수인 아즈마(토도 에이지로)다. 일어서서 창밖을 내다보면 담배를 피우는 고로의 뒷모습이 보인다.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한 쇼트 안에 담아내면서 진행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수술을 성공리에 마치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만족하는 고로. 뒤로 보이는 거대한 대학병원.


아즈마 교수의 부름을 받은 고로는 교수실로 간다. 교수는 자기 승낙을 받고 잡지 같은 데는 나가지 마라, 너무 나서지 말고 자중하라는 등 비아냥거린다. (아즈마 교수는 고로가 후임으로 교수가 되면 자기가 찬밥 신세가 되리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고로와 대립적이다.)

내과 과장인 우가이 교수(오자와 에이타로)는 다른 교수와 함께 아즈마의 후임 자리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아즈마가 전화를 걸어 우가이와 약속을 잡는다.

오사카 역. 고로는 중앙우체국으로 들어가서 편지를 쓴다. (몽블랑 만년필! 가난했던 과거를 소품 하나로 대비시킨다.) 고향 오카야마에서 농사를 짓는 나이 든 어머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어머니 혼자 고생하며 아들을 명문 나니와 의대에 진학을 시켰다. 원래 성은 구로카와였지만 데릴사위로 들어가면서 자이젠이 된 것이다. 자이젠은 오사카에서 산부인과로 돈을 번 탐욕스러운 개업의이다. 고로는 꼭 교수가 되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편지에 밝힌다.


자이젠 고로 역을 맡은 다미야 지로.


아즈마는 우가이 교수에게 고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우가이는 후임 교수를 선출하는 교수회의 때 분위기를 몰고 가라고 권유한다.

고로는 정부 게이코를 만난다. 고로는 “교수는 장군”이라고 말한다. 나머지는 다 교수 아래에 있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아즈마는 부인과 딸 결혼 문제를 꺼낸다. 딸 사에코를 고로와 혼인시키려 했으나 잘 진행되지 않은 악연까지 겹친다. 집으로 돌아간 고로는 아내로부터 장인의 얘기를 듣는다. 대학교수가 될 거라며 “내가 투자한 주식은 확실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면 대충 1차적인 상황 파악은 된다. 곧 정년퇴직하는 아즈마 교수의 후임 자리를 놓고 피 튀기는 혈투가 벌어질 분위기다.

고로는 수술을 집도한다. 인턴들이 창밖에서 그 광경을 바라본다. 아즈마 교수도 와서 지켜보다 나가버린다. 고로는 수술 중에 그를 바라보며 신경전을 펼친다.


 
아즈마 교수는 고로의 수술 집도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즈마 교수의 총 회진. 권위의 나니와 대학 교수가 직접 도는 회진답게 분위기가 무겁다. 아즈마는 고로에게 수술을 너무 거칠게 한다면서 또 시비를 건다. 의사는 기록을 단축시키는 운동선수가 아니니 똑바로 하라는 것이다. 주변 직원들은 불안하다. 전투는 가시화된다. 화가 난 고로는 산부인과 개업의인 장인의 병원으로 향한다. 간사이 의사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장인에게 거금 50만원을 부탁하니, 장인은 선선히 내주면서 아즈마와 우가이 교수가 술을 마시면서 밀담을 나누었다는 얘기도 전해준다. 그러면서 간사이 의사협회 회장까지 불러서 소개시켜준다. 그는 내과장인 우가이 교수의 동창이자 막역한 사이이다.

내과 조교수인 사토미(다무라 다카히로). 기초부터 튼튼하게 해야 한다는 이상주의자적인 성격을 가진 의사다. 그는 자기가 맡은 환자의 진단 때문에 기초의학과의 오쿠치 교수를 찾아간다. 오쿠치 교수는 임상의에게는 언제나 오진의 위험이 있다고 얘기한다. 사토미는 친구인 고로에게 가서 만성위염 증세밖에 나타나지 않는 환자 얘기를 꺼낸다. 그러다가 우가이 교수가 화랑에 갔다는 얘기를 꺼낸다. 그 얘기를 들은 고로는 바로 화랑으로 달려간다. 소메이 화백의 파리 풍경화들. 교수에게 인사를 한 고로는 그림을 구입해서 자택으로 보낸다.

아즈마 교수의 딸 사에코는 사토미의 진료를 받는다. 병원에서 나온 두 사람은 강변을 걸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사에코는 아버지나 고로는 진정한 의학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고로는 사토미가 고민하던 환자에게서 분문암 증상을 발견하자 제1외과로 옮기라고 한다. 그는 거침없이 수술을 준비한다. 우가이 교수가 불러서 가보니 뇌물인 그림 얘기를 꺼낸다. 능구렁이 같은 우가이는 선물은 일단 보관하고 있겠다면서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2장의 엑스레이 사진만으로 암임을 알아낸 고로에 대해 감탄하는 사토미.

 
도쿄. 아즈마 교수는 학계인 권위자인 도토대(도쿄대가 아니다! 실제가 아니라 영화다.)의 후나오 교수를 만나서 교수 후보를 부탁한다. 의학계의 거물이기도 한 후나오 교수는 아즈마에게 말한다. “인사는 막판 휘어잡기가 가장 힘들죠.”

고로도 가만 있지 않는다. 대학 병원의 의국 직원들을 규합하고,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항할 분위기를 조성한다. 아즈마가 후나오 교수와 몰래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이는 간사이 의사협회의 자존심 문제와도 결부된다. 고로를 지원하는 의사협회 임원들은 우가이 교수에게 나니와 대학학장에 출마하면 자기들이 본격적으로 밀겠다면서 회유한다.


고로는 의국 직원들이 아즈마 교수의 행동을 알려주자 긴장한다.
 

아즈마는 고로를 불러서 차기 교수직 임명에 대해서 너무 앞서나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고로도 지지 않고 외부 영입 소문 얘기를 꺼낸다. 두 사람은 불꽃 튀기는 신경전을 벌인다. 서로 물러서지 않는다. 목숨을 건 싸움이다. 아즈마는 가나자와 대학 교수인 기쿠자와(후나코시 에이지)를 추천받는다. 아내를 잃고 자식이 없으니 자기 사윗감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이제 아즈마는 표를 다지기 다시 우가이를 다시 만난다. 그러나 이미 의사협회의 제안을 받은 우가이는 중립을 지키겠다면서 뒤로 빠진다.

아즈마는 제2외과장을 만난다. 후보인 기쿠자와 얘기를 들은 2외과장은 만만한 친구가 오면 제1외과까지 자기가 장악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아즈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는 기초의학과의 오쿠치 교수를 찾아가서 부탁하지만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온다. 그렇지만 오쿠치 교수로부터 기초의학적인 면을 무시하는 고로는 싫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족한다. 고로는 사토미를 찾아가 오쿠치 교수에게 얘기를 잘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권력관계에 관심이 없는 사토미는 그 부탁을 거절한다. (현실이 아니라 드라마답기는 하다. 미묘한 일 때문에 전부 극단을 향해 간다. 어쩌면 그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교토. 아즈마는 후나오 교수와 함께 후보자인 기쿠자와를 만난다. 고로의 후원자들도 단골 술집에서 회동한다. 장인은 “후나오 쪽이 권력으로 나오면 우린 돈이야.” 라며 밀어붙인다. 교수 선거는 점점 얼룩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후임 교수 선정을 위한 1차 회의가 열린다. 아즈마는 학교 안에서만 뽑을 게 아니라 전국에서 공모하자는 제안을 한다. 3대 3으로 표가 갈리는 줄 알았으나 기초의학과의 오쿠치 교수가 전국 공모안에 찬성하면서 첫 분위기는 아즈마 교수 쪽으로 넘어간다. 이제 31명의 교수가 투표해서 과반수를 넘는 후보가 차기 교수가 되는 것이다.


교토에서 회동하는 도토대의 후나오 교수와 나니와대의 아즈마 교수. 
두 사람 뒤로 나니와대 교수로 보내려는 후나오 교수의 제자 기쿠자와.


14명이던 1차 후보자는 7명으로 압축된다. 아즈마와 고로 측은 막판 표 다지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사토미를 대신해서 고로가 수술을 맡은 환자는 죽어간다. 지로는 수술 후 발열로 판단을 내린다. (이 부분이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가는 복선으로 작용하게 된다.)

3명의 후보를 놓고 1차 투표가 열린다. 아즈마 교수는 두 명의 제자를 버리고 다른 사람을 택할 수가 없다며 기권해버린다. 동정표를 얻기 위한 능구렁이 같은 술책이다. 고로가 12표를 얻고, 기쿠자와가 11표를 받지만 과반을 넘지 못해서 1주일 뒤에 다시 본 투표가 열릴 예정이다.
 
이제 제 3의 후보를 밀던 성형외과장 노자카 교수 세력의 향배가 중요해진다. 고로 측은 노자카 교수 측 7명에게 1인당 10만 엔씩을 살포한다. 아즈마 측은 노자카에게 성형외과 학회 이사직을 제안한다. 정부인 가네코는 차라리 상대 후보를 죽여버리라고 고로에게 얘기한다. 이런 얘기를 듣던 고로 편의 의국 직원들은 기쿠자와를 찾아가서 후보 사퇴를 종용한다. 교수로 온다 해도 의국 직원들은 따르지 않을 거라면서 협박도 마다않는다. 기쿠자와가 후나오 교수에게 사퇴 얘기를 꺼내자 열 받은 교수는 직접 오사카로 내려간다. 비행기가 착륙한다. (지금까지 모든 여행은 기차로 이루어졌는데, 처음으로 비행기가 뜨면서 거물다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비행기는 ANA!)

후나오 교수는 아즈마와 제2외과장을 앉혀 놓고 표 계산에 들어간다. 회유하기 위해서라면 정부 기관의 요직과 예산까지 따주겠다고 선언한다. 우가이 교수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고로 측에 얘기한다. (멀리 오사카 성이 보인다.) 고로는 자존심을 접고 사토미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오쿠치 교수를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이기는커녕 환자를 위하는 의사가 되라는 충고만 듣는다.

고로는 의사협회 어른들을 만나서 애원한다. 장인은 권력으로 밀어붙이는 도토대에 지면 간사의 의사협회의 망신이라며 돈을 들고 오쿠치 교수를 찾아간다. 그러나 연구와 명예를 중시하는 오쿠치 교수는 돈을 집어던지고, 장인과 의사협회장은 소스라치게 당황하며 도망쳐 나온다.
 
환자는 결국 운명하고 만다. 부인은 고로에게 남편을 죽였다면서 멱살을 잡는다. 개표도 시작된다.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가 없다. 결국 16대 14로 고로의 승리! 우가이 교수가 고생 많았다고 격려해주자 고로는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다고 인사한다. 승자들의 술잔치가 벌어진다. (머리 속에서 표 계산을 마친) 노자카 교수는 5명 표밖에 못 받았으니, 두 명 분의 돈은 돌려주겠다고 한다. (탐욕스런 장인이 영화 내내 웃겨준다. “왜 이러시나?” 하면서 받지 않는다!) 노자카는 아즈마 교수도 찾아가서 생색을 낸다. 승자 측의 파티는 계속된다. 장인은 노래를 아예 노래를 부른다. “여자 환자들 밑 봐주고 열심히 돈 끌어 모은 보람이 있구나!”
 

결국 최후의 승자는 고로가 된 것일까.


여기서 끝나면 영화가 아니다! ‘자이젠 교수의 오진인가?’ 갑자기 신문들이 대서특필한다. 고로를 호의적으로 취재했던 <선데이 매일> 기자도 찾아온다. (시간이 흐름을 알리듯 고로는 수염을 길렀다.) 사토미 조교수가 수술 전 의무 태만으로 오진을 확인했다며, 환자 측에서 소송을 건 것이다. 우가이 교수는 화를 내면서 사태를 수습할 거면 사퇴하라고 압력을 넣는다. 고로는 물러서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손에 넣은 교수 자리인가. 의사로서 자기 판단에 실수가 없었다고 믿는 고로는 우가이 교수를 찾아가서 재판으로 가겠다고 선언한다. 자기가 사퇴하면 학교의 권위는 뭐가 되겠느냐면서. (물귀신 작전이다!!!) 어쩔 수 없이 사건에 말려든 우가이 교수는 사토미에게 교수직을 제안하면서 회유하지만 먹혀들지 않는다. 장인은 거액의 수임료를 내고 유능한 변호사를 기용한다.


우가이 교수는 사토미를 회유하지만...


이제 영화는 재판으로 넘어간다. (고로가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투표로 끝난 것이 아니다. 첩첩산중이다!) 오쿠치 교수가 증인으로 등장한다. 고로가 분문관 수술을 한 것은 실로 훌륭했다고 말하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음을 신경 쓰지 않은 고로의 행동에는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의사협회에도 불똥이 떨어진다. 대학병원에서도 오진이 날 수 있는데, 취약한 개인병원들은 어찌 하느냐며 개인병원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고로가 이겨야 한다고 응원한다. 재판장에는 감정인들이 나선다. 그러나 어느 쪽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감정인들도 팽팽하게 대립한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수술 후 폐렴이라는 진단을 누가 내렸느냐는 것이다. 사토미는 고로가 그런 진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압력에 못 이긴 고로의 후배 의사는 자기가 폐렴 진단을 내린 것이라고 증언한다. 사토미는 죽은 환자 부인의 억울함을 보면서 진실을 밝히라고 말하지만 후배 의사는 증언을 번복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고로를 나쁜 쪽으로, 사토미를 정의로운 쪽으로 몰고 간다. 카메라는 감정을 담는다. 더욱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고로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오르고, 정부인 게이코의 얼굴도 밝아진다.
 
마지막 결론을 내리기 위해 법원에서 도토대의 후나오 교수를 초빙한다. 고로 측은 난리가 난다! 우가이는 후나오 교수에게는 어떤 술수도 통하지 않는다며 걱정하고, 아즈마 교수는 고로의 추락을 보겠다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재판정에 선 후나오 교수는 당당하게 말한다. “현대 의학에서는 수술 이전에 전이를 발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고로 측이 미소 지을 때, 후나오 교수는 다른 얘기로 쐐기를 박는다. “자이젠은 수술 전에는 좋았으나, 그 이후는 오진이 확실하다. 그런데 발견해도 생명을 구할 수는 없다. 그래도 자이젠은 큰 실수를 했다. 임상의로서의 신중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잘못이 있다는 게 아니다. 임상의의 도덕적 책임이라는 게 있다. 양심이 문제다. 자질이 부족하다. 더 갈고 닦아 명예로운 교수가 되었으면 한다.”

참으로 후나오 교수라는 캐릭터, 울렸다 웃겼다, 쥐락펴락 한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긴장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는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놔주지 않는다.

(일종의 에필로그?) 우가이 교수의 사무실. 교수는 사토미에게 다른 대학 교수직으로 가라고 강권한다. 침통한 사토미 앞에 고로가 나타나서 교수에게 이겼다고 보고한다. 교수는 후나오 교수의 말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자이젠 고로는 ‘계단’을 올라가고, 사토미는 사직서를 쓴다. 복도에 방송이 울려 퍼진다. “자이젠 고로 교수의 총 회진입니다.” 고로는 의료진들을 데리고 병실을 돌기 시작한다. 아즈마 교수만큼이나 권위적이다. 사토미는 쓸쓸하게 대학병원을 나서서 다리를 건너간다. 完!!!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흥미진진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남편은 보았다> 때문에 결과를 알면서도 고로 편이었다. 고로 역을 맡은 다미야 지로 때문이다. 대중영화에서 캐스팅이란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이다. 야마모토 사쓰오 감독은 다미야 지로의 캐릭터를 악역으로 만들어놓음으로써, 더욱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는 사실 가난한 현실을 이겨냈고,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는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외부에서 후임 교수를 구하는 아즈마 교수 쪽이 더 악해 보인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것은 현실의 반영이며, 인간들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세세하게 적은 이유는 시나리오 쓰는 이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듯해서이다. 캐릭터들이나 상황 전개가 아주 뛰어나서 이 상황을 고스란히 놓고 어떻게 풀어나가도 좋은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듯하다. 주인공들은 선인이 아니다. 사실은 악 대 악의 대결이다. 의사의 본분보다는 교수라는 권력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점들은 많아도 팽팽하다. 드라마를 끌어가는 힘은 쳐지지 않는다.

선한 역은 이상주의자인 사토미가 맡는다. 그는 결국 대학병원을 떠나게 되고 만다. 비슷한 느낌의 인물 구도를 보여준 작품은 오히려 <더 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두 주인공 메이슨(숀 코네리)과 굿스피드(니콜라스 케이지)가 알카트라스를 향해 간다. 악역은 험멜 장군(에드 해리스)이 맡았지만, 결국 험멜은 진짜 악인이 아님이 드러난다. 그에게는 돈보다 명예가 중요했던 것이다. 영화는 험멜 장군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뒤끝이 남지는 않는다. <하얀 거탑>은 이와 정반대의 구도이기는 하지만, 유사한 캐릭터 설정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해서 현대 사회의 속성을 리얼하게 그리면서 영화적 재미까지 수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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