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아들 (斬る : Kiru , 1962) DVDRip.XviD-VH-PROD

자막자료실

운명의 아들 (斬る : Kiru , 1962) DVDRip.XviD-VH-PROD

https://cineaste.co.kr/bbs/board.php?bo_table=psd_caption&wr_id=759330


감독
미스미 켄지
출연
이치카와 라이조, 아마치 시게루
개봉
1962 일본




- 이 영화에서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




1. 알몸여자 난도질 장면


여자가 동생을 탈출시키기 위해 옷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된다. 그런데 이 옷을 벗는 과정은 웃음을 유발하는데, 도대체 몇 겹을 입고 있는지 벗어도 벗어도 계속 옷이다.. 여튼 이 알몸으로 손에는 단검을 들고 동생을 노리는 십수명의 무사들과 맞선다. 알몸의 여자가 앞을 막아서자 무사들은 잠시 머뭇거린다. 그 틈을 타 동생은 도망간다. 그러나 결국 무사들은 수명이 달려들어 여자의 알몸을 베고 만다. 칼은 든 여러 명의 남자가 알몸의 여자를 난도질한다. 아마 명성황후도 그렇게 살해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윤리나 도덕 따위가 개입한다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짓이다.




<수라설희>에서 땡초가 수라유키에게 검을 가르치며 "짐승의 마음을 가져라"고 했듯이, 짐승의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사람을 쉽게 벨 수가 없다. 일본 전국 시대의 사무라이들이건, 미국 서부개척 시기의 총잡이들이건 마찬가지다. 그들은 윤리나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그저 눈 앞에 놓인 적과의 생사를 건 투쟁에만 집중하는 짐승과 같은, 야생동물과 같은, 야수와 같은, 늑대와 같은 이들이다.




2. 갈대밭 검투장면


카메라가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검투를 펼치는 무사들을 잡는다. 인물들이 움직이고, 카메라도 함께 움직인다. 카메라가 살짝 뒤로 빠졌는지는 모르겠다. 유사한 느낌의 장면으로 지금 기억나는 것은 남궁원과 허장강이 등장해 검투를 펼쳤던 정창화 감독의 <황혼의 검객>이나 호금전의 <대취협>에 등장했던 객잔에서의 액션장면들. 멋지다.




3. 인간 세로 두동강 장면


주인공 신고와 도장에서 대결을 펼치다 패한 쇼지가 신고에게 다시 도전한다. 이번에는 강가다. 그런데 결과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바다. 신고가 이기는 거야 뻔하지만, 쇼지의 몸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정확히 이등분을 내버린다. 정확히 얘기하면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반을 갈라버리고 이를 화면에서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놀랐다.




4. 미로 장면


마치 미로와 같았다. 영화의 후반부, 신고가 모시는 영주가 계략에 빠져 살해당한다. 신고는 그의 호위무사다. 주인를 걱정해 달려간 신고는 무수한 방들로 만들어진 궁에서 이방 저방의 문을 열며 주인을 찾아다닌다. 마치 미로 속에서 주인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수많은 방을 헤맨 결과 결국 주인의 시신 앞에 서고, 자결하고 만다.




이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 영화를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고는 최고의 검술을 가진 무사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는 그의 사람들을 모두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와 누이동생이 이웃에게 살해당했고, 알몸여자도 지키지 못하고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그가 충성을 맹세한 영주도 결국에는 지키지 못하고 적들의 손에 죽게 된다. 때는 바야흐로 명치유신 직전이다. 이제 칼잡이들, 좋게 말하면 사무라이, 무사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사무라이들은 그간의 기득권을 지키지 못하고 잃어가고 있으며, 좌표를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영화도 사라져간 사무라이들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자꾸 서부영화와 오버랩된다. 기차와 자동차, 자본과 은행에 밀려 마지막을 맞이한 서부의 총잡이들과 말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