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프롬 어스(The Man from Earth, 2007) - 새번역, 판올림: 1.1.5

자막자료실

맨 프롬 어스(The Man from Earth, 2007) - 새번역, 판올림: 1.1.5

https://cineaste.co.kr/bbs/board.php?bo_table=psd_caption&wr_id=725551

무척 인상적인 영화인데, 올라와 있는 자막들이 제 마음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 제가 보기에는 틀린 번역이 '굉장히' 많더군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자막이 올라오기를 기다려봤지만, 결국 기다리다 지쳐...

 

제가 직접 전체를 처음부터 새로 번역했습니다.

 

이 영화를 이미 보셨던 분이라도, 이 자막으로 꼭 다시 한 번쯤 보실 만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살짝 부풀리면, 전에 본 게 과연 이 영화 맞는지 의심스러우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 워낙 대사가 많은 데다 대사 내용마저 까다로운 영화인 탓도 있겠습니다만, 그만큼 이전의 자막들에는 틀린 번역이 많았습니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이 자막은 짬짬이 만드느라 꽤 여러 날 걸렸군요.

다음은 당부드리는 내용입니다.

  • 다른 버전에 맞추려 싱크만 손보시는 건 괜찮습니다.

  • 개인 소장용 외에는 어떤 경우에도 자막 내용은 손대지 말아주세요. (절대 불허합니다.)

  • 개인 소장용 외에는 어떤 경우에도 자막 처음과 끝에 들어 있는 제작자 정보를 지우거나 고치지 말아주세요. (절대 불허합니다.)

  • 자막 내용에 잘못이 있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직접 수정하여 업로드/재배포하지는 말아주세요 - 절대 불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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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자막: 제작자 미상
영한 번역: europaa (europaa@gmail.com)
싱크 보정: europaa (europaa@gmail.com)
색상 처리: europaa (europaa@gmail.com)
작업 기간: 2011/03
자막 버전: 1.1.5

(*최초 업로드는 1.0.3 -> 1.0.4 -> 1.0.5를 거쳐 -> 1.1.0입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1.0.5에서 전체적으로 크게 손을 보았기에 1.0.6으로 가지 않고 1.1.0으로 올라갔습니다. 별 일 없으면 [=심각한 오류가 뒤늦게 드러나지 않는 한] 이게 최종본입니다.

-> 1.1.1 한글 맞춤법 위주로 자잘하게 바로잡은 곳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이게 최종판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1.1.2 한글 맞춤법 위주로 자잘하게 바로잡은 곳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한글 맞춤법은 제대로 하자면 참 어려워요.

-> 1.1.3 다 해서 예닐곱 군데, 띄어쓰기와 표현 두어 개 정도를 가다듬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아들이 종교에 대해 물으면 이 영화를 같이 볼까 합니다. 물론 제가 만든 이 자막으로요.

-> 1.1.4 띄어쓰기 서너 군데와, 미묘한 어감 한두 군데를 바로잡았습니다.

-> 1.1.5 띄어쓰기 한 군데 (세살 -> 세 살)를 바로잡았습니다. 이로써 한글 맞춤법 교정도 거의 끝난 듯합니다.)

 

* 1.1.0 버전이 직전의 1.0.5와 달라진 점:

1. 읽기 어려운 긴 자막을 거의 없앴습니다.

2. 몇몇 부분은 원본 영문 자막의 싱크를 새로 쪼개 우리말 진행이 더 자연스럽게 고쳤습니다.

3. 몇몇 부분은 원본 영문 자막의 싱크를 조금씩 조정하여 인물의 대사 발성과 자막 타이밍이 좀 더 일치하도록 고쳤습니다.

4. 전반적으로 의미를 잘못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을 손봤습니다. (특히 글로 보았을 때 본의 아니게 중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라든가... 주로 그런 쪽입니다.)

"원본 영문 자막 제공자께 감사드립니다"

copyright (c) 2011
europaa studios, e/q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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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7'에 추가합니다.

 

여기부터는 댓글 달아주신 말씀들(지금 시점에서는 '칼도'님, '고전'님, '오철용'님 댓글까지 올라와 있습니다.)을 보고 추가로 적습니다.

 

자, 우선 마땅히 드려야 할 말씀부터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이 자막을 올리면서 적은 말들 가운데 공연히 다른 분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법한, 속된 말로 '건방지고' '싸가지 없게' 들릴 표현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또한 사과드립니다.

제가 스스로 돌아볼 때 '아마 이런 대목인가...' 싶은 점들을 반영하여, 위 글 내용 가운데 지금은 주황색을 입혀둔 곳처럼 보태고 지우고 해봤습니다만, 저 정도면 괜찮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떠신지요?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애당초 글을 올릴 때 제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즉, '혹시 표현이 너무 지나친가?' 하는 생각 말이지요.)

그러나 그때의 제 생각은 이렇게 흘렀지요.

'아니야, 이 정도면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걸. 틀린 걸 틀렸다고 하는 건데 뭐.'

하지만 '칼도'님과 '오철용'님 댓글을 보면 당시의 제 판단이 썩 훌륭하진 않았던 듯하고, 실은 당시에도 마음 한 켠에는 '글쎄 그래도 다른 사람 입장에서 볼 때는 심하다고 볼 수도 있는 거 아닐까?'하는 의문이 남아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며, 그런 면에서 우선 경솔한 표현을 거두고 나아가 사과드리고자 합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고쳐놓은 정도면 건전한 비판으로 여길 만한 수준이지 않겠나 싶은데, 어떻습니까? 납득할 수 있으시다면 좋겠으나, 혹시 미흡하다면 다시 의견 부탁드립니다.

 

제가 새삼스레 "공연히 다른 분들의 마음을 다치게..."라고 생각하게 된 까닭은 이렇습니다.

우선 첫째로, 제 글을 비판해주신 '칼도'님이나 '오철용'님 모두... 특히 '칼도'님의 경우 더더욱 이 영화 자체에 깊은 호감을 품고 계신 듯하고, 그 점은 저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둘째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했을 때 '내가 만든 자막에 대해 누군가가 저런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하고 되짚어보면, 아무래도 첫 느낌은 일단 그 주장의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아니 내가 뭘? 자기는 얼마나 잘 하길래?' 이런 쪽이겠지요. 그리고 일단 그런 기분이 되고 나면 (대개는, 그리고 아마 저조차도)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는 옳아도 눈을 감게 되겠거니와, 심지어 틀리기라도 한 때엔 '거 봐, 내 이럴 줄 알았어, 왕싸가지 같으니라고.'라는 식으로 흐르기 십상일 테니... 서로 배우고 보완하니 어쩌니 하는 일은 속된 말로 '개나 줘버리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런 결과가 '딱히 무슨 이익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냥 좋아서' 자막을 만들어 올리곤 하는 - 아마도 그다지 많지는 않은 듯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마음인 분들이 적다는 게 아니라, 애당초 자막을 만들어 올리는 분들의 수 자체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는 뜻입니다 - 사람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건 굉장히 안타까운 노릇일 테고 말입니다.

 

방금과 같은 말씀을 굳이 드린 목적은, 제 글에 불쾌감을 느끼신 분들의 생각과 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다, 오히려 기본적으로는 같다는 점을 밝혀두려는 겁니다.

이를테면 저도 자막을 만들 때에는 제 능력 범위 안에서 최대한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우리말을 이끌어내려 공을 들이고, 제가 만든 자막을 다른 누군가가 멋대로 난도질하면 분하며, 제가 만든 자막을 부당하게 깎아내리는 때에는 역시 화가 납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허트 로커' 말고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만...)

 

요컨대 저는 제 잘못에 대해 어리석게 '내가 옳아'라고 고집을 부리며 공연히 사단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 이제 제가 잘못한 점은 바로잡았다 믿고, 이전 자막에 대해 제가 '틀린 번역이 많았다'고 생각하는 까닭을 우선 몇 가지(일단은 '칼도'님이 지적해주신 점 위주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제 자막에 대해 "너무 길어서 읽기가 벅차다"는 불만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1.0.5가 최종판이 될 듯하다고 적어놓긴 했지만,  좀 더 간결하게 다듬어야겠다 싶어 손질하던 중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시시콜콜 비교하느라 시간 보내고 있느니 판단은 각자 하시고 저는 그냥 최대한 빨리 간결하게 다듬어서 올리고 잊어버리렵니다."라는 선에서 접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처럼 안이하게 처리하면 특히 '칼도'님께 예의가 아닐 듯해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지금 말씀드리려는 점은 그냥 몇 가지 예시일 뿐입니다. 그러나 '칼도'님께서 '이런 점들은 당신이 오히려 틀렸지 않냐'라는 취지로 지적하신 점들인 이상, 이 예시만으로도 제가 이전 자막들에 비판적인 입장인 까닭을 꽤 극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령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고 여기신다면 '영자막-이전 자막-제 자막'의 삼자를 놓고 자막 전체를 한 번 비교 해부해보지요. (아마도 beyond compare 같은 툴을 쓰면 비교적 품을 덜 들이고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칼도'님께서 수정하신 자막은 2008년 5월에 올라온 MRCJ판을 비교 텍스트로 삼겠습니다.)

 

----- 이 아래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많이 있습니다 -----

 

1. "'piety'는 '독실한 신앙'이 아니라 '경건주의'가 맞다"라는 말씀에 대해서.

 

 원문: Piety is not what the lessons bring to people / It's the mistake they bring to the lessons

 칼도님: 경건함은 그가 사람들에게 가르친 것이 아니라 / 사람들이 그 가르침에 잘못 집어넣은 것이라구요

 europaa: 독실한 신앙이라는 건 예수의 가르침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 / 사람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잘못 받아들인 결과니까요

 

  - '칼도'님 텍스트에는 '경건주의'가 아니라 '경건함'이라고 되어있네요. 어쩌면 이후에 더 고치신 게 반영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가 종교사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경건주의'는 'Pietism'이라는 낱말이 따로 있군요. 그리고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그 의미는 "17세기 말 독일의 개신교가 교의(敎儀)와 형식에 치우치는 것에 반대하여 일어난 신앙 운동. 스페너(Spener, P. J.)가 창시한 운동으로..."라고 합니다. 이에 따르면 경건주의란 칼도님께서 알고 계시는 의미와는 정반대인 듯합니다. 존 올드맨이 현 종교에 대해 비판하는 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주장을 편 사조인 듯하니 말입니다.

  자, 여기부터 제 생각입니다. 저 대목에서 존 올드맨이 이야기하는 상대는 "오늘날 예수를 믿기 어려워하는 이(europaa판)"입니다. 그리고 이야기하는 내용은 요컨대 "나는 교사지 교주가 아니다. 그러니 나를 떠받들지 말고 내가 가르친 내용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이지요. 달리 말하면 "내가 의도한 바는 나에 대한 신앙을 가지라는 게 아니라 내가 한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실천해줬으면 하는 거였다"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저는 '신앙', 그것도 '독실한 신앙'이라고 풀었습니다. 어떻습니까, 틀렸는지요? 또는, 어색한 직역투인지요?

 

 

2. "자신이 천연두를 앓았다면서도 천연두를 앓은 자국이 없다는 존의 주장은 '문맥상 이상하지 않은'것이 아니라 '(존의)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보다 이상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씀에 대해서.

 

 원문: "If he doesn't scar, it's no stranger than the rest"
 칼도님: "자국이 없다 해도 얘기의 나머지보다 더 괴상한 건 아니지"
 europaa: "흉터가 남지 않는다 해도 맥락상 썩 이상하진 않아"

  - 제 자막에서는 '문맥'이 아니라 '맥락'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둘 다 영어로 한다면 'context'가 되겠지요. 그러나 우리말의 '문맥'은 '글 속에서의 (앞뒤) 맥락'이므로, 이 경우에는 '맥락'이 더 알맞겠습니다. 이 대목에서 혹시 제가 원문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시는지요? 안 믿으셔도 할 수 없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게 (길이 제약을 생각해야 하는) 자막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렇게 번역했을 겁니다. "흉터가 남지 않는다 해도 이 친구의 다른 이야기들과 견주어보면 썩 이상할 것도 없지."

  그러나 원문에 충실하게 그렇게 풀었다면, 저 자막이 화면에 나오는 동안 다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요. 그래서 타협한 겁니다. 요컨대 "이 친구의 다른 이야기들과 견주어보면" -> "맥락상" 으로 축약한 겁니다. "맥락"이란 무슨 말입니까? "(이야기의) 앞뒤 흐름"이지요. 어떻습니까. 틀렸다고 보시나요?

 

 

3. "원래대로 '원동자', '무한누진' 운운이 맞습니다. 번역용어가 정해져 있는 학술용어(철학)입니다. 전반적으로 그 부분 전체가 어색하게 '정정'되어 있습니다."라는 말씀에 대해서.

 

 원문: "Wouldn't that imply a prime mover? /

  I'd wonder about the source of the prime mover /

  Infinite regress, but that doesn't imply anything to me /

  Back to the mystery "

 칼도님: "어떤 원동자를 함축하는 건 아닐까? /

  그 원동자의 근원을 알고싶군 /

  무한누진이군 어쨌건 그건 내게 아무것도 함축하지 않아 /

  여전히 신비라는거군"

 europaa: "그리 보면 근원적인 어떤 동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

  그 동력은 그럼 어디서 오겠나? /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무런 증거가 못 돼 /

  다시 첫 수수께끼로 되돌아갈 뿐이라고"


  - 우선 제가 아는 한 "운운"이라는 말은 누군가의 말을 얕잡아 인용할 때 붙이는 말입니다. 겸손의 뜻으로는 쓰지 않는 걸로 압니다. 칼도님은 스스로의 말씀을 얕잡아 깎아내리셨는데, 그러지는 마십시오.

  자, 여기서도 저는 철학 용어에 능통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prime mover" -> "원동자"외에 다른 풀이란 있을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근원적인 (어떤) 동력"이라고 풀었습니다. 틀렸다고 보십니까?

  다음, "imply"의 풀이입니다. 일관되게 "함축하다"라고 보셨는데, 맥락이 좀 다르다면 그렇게 풀이하는 편이 알맞은 경우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만... 이 경우 굳이 축자번역을 하고자 하신다면 "시사하다, 암시하다, 내비치다" 정도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사회과학 쪽에서 "implication"을 "함의(함축하는 의미)"라고 풀이하는 경우는 흔히 있습니다만.

  이제 "infinite regress"를 봅니다. 제가 전공했던 공학 쪽에는 "linear regression"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선형 회귀" 정도로 보통 풀이하는데, "regress"란 기본적으로 "되돌아가다"라는 뜻으로 압니다. 다시 한 번, 저는 철학 용어에 능통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우선 "무한누진"의 "누진"이라는 말이 "되돌아가다"라는 뜻일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거니와, 설령 철학 술어로 그렇게 번역하고 있다는 말씀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infinite regress" -> "무한누진"외에 다른 풀이란 있을 수 없다고는 역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겠지"라고 풀었습니다. 원래는 "그렇게 끝없이 되짚어 올라가야겠지"라고 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길이를 줄이고자 했고,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되짚어 올라가는 과정의 한 단계를 말하고 있으므로 그런 과정이 "끝없이 이어지겠지"라고 말하면 원문의 의미가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봤습니다. 틀렸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끝으로 네 번째 대사입니다. 이 "Back to the mystery"라는 대사는 아트가 아니라 존 올드맨이 한 말입니다. 제가 인용한 네 줄 가운데 뒤의 세 줄 전체가 존 올드맨의 대사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여전히 신비라는 거군"이어서는 어색하지요. (둘째 셋째 줄이 올드맨의 대사이고 네 번째 줄이 아트의 대꾸라면 칼도님 쪽이 맞겠지만 말입니다.) 어떤가요. 여전히 제가 어색하다고 보십니까?

 

 

  4. "종교적 회화인가 예술인가로 정정한 부분도 원래대로가 맞습니다"라는 말씀에 대해서.

 

 원문: Let me see your wrists /
  I don't scar /

 Besides, they tied me… /

  But nails and blood make better religious art
 칼도님: 손목 좀 봐 /
 상처 안난다니까 /

            게다가 나는 묶였던것 뿐이야 /

             그러나 더 그럴듯한 종교적 치장을 위해 못질과 피가 필요했지
 europaa: 손목 좀 보여줘보게

  내게는 흉터가 남지 않는 데다 /

 난 그때 그냥 묶였던 거야… /

 하지만 못과 피가 있는 쪽이 종교 예술에선 더 좋았겠지

 

  - 이 경우엔 칼도님 쪽에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제 쪽은 틀렸습니까? 또는, 어색한 직역투인가요? 저는 "religious art"라는 말이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그린 이른바 '성화'라든가, 그 장면을 묘사한 글 따위를 가리킨다고 받아들였고, 그걸 "종교 예술"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5. "고호가 사용했던 캔버스 틀이라고 '직역'하셨던데, 원래대로 고호의 화풍이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번역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는 말씀에 대해서.

 

 원문: Yeah, it's the same stretcher as van gogh used /

          Yeah, there's writing on the back in french

 칼도님: 그래,꼭 반 고흐 화풍이야 /

             거기 프랑스어로 뭐라고 써있는데 
 europaa: 그렇네, 캔버스 틀이 반 고흐 것과 똑같아 /

               그러게, 뒤에 불어로 뭐라 써놓기도 했네

 

  - 우선 "Vincent van Gogh"는 "빈센트 반 고'흐'"라고들 표기하지요. "빈센트 반 고'호'"가 아닙니다. 이 대목에선 인물의 행동을 잘 보세요. 이디스 교수(? - 교수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보입니다. 정확히는, 다른 교수들과 달리 무슨 학과 교수인지가 영화 내내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앙인으로서의 면모만 줄기차게 나왔을 뿐이지요... 아니, 어쩌면 미술사 계통의 교수일 수는 있겠군요. 그런 모습은 처음에 한 장면 나왔고... 중반 쯤에 풍경화 이야기 한 마디가 나왔는데 그 때는 올드맨에게 오류를 지적당했으니 글쎄... 미술사도 아닌가요?)는 저 대사("yeah ~ van gogh used")를 치기 직전에 그림을 뒤집어 뒷면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캔버스 틀(stretcher)을 보면서 저 대사를 치지요. 요컨대 칼도님 말씀은 멀쩡히 앞면을 보고 있던 그림인데, 그걸 굳이 뒤집어 캔버스 틀에 시선을 보내면서 그 그림의 '화풍'을 고흐의 화풍과 비교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뒷면의, 그것도 캔버스 틀에 화풍이 드러나는 그림이라... 어떻습니까?

 

 

  6. 전반적으로 이전의 자막들은 대개 인물간의 관계를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요? 존 올드맨의 과목 조교(아마도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정도 되겠지요) 정도로 보이는 샌디가 다른 교수들 앞에서 존 올드맨에게 막 반말을 씁니다. 다른 교수들에게도 막 반말을 씁니다. 교수들 중 제일 젊은 축에 드는 존 올드맨이 자기보다 손위로 보이는 교수에게 반말을 씁니다. 학부생 정도로 보이는 린다 머피가 교수들에게 무시로 반말을 써댑니다.

저는 각 인물들의 연배 관계를 이렇게 봤습니다. "윌 그루버 > 댄 = 이디스 > 해리 > 존 올드맨 = 아트 젠킨스 > 샌디 > 린다 머피" 여기서 해리의 위치가 좀 모호하다고는 생각했습니다만, 크게 틀리지는 않으리라고 봤습니다.

 

 

  7. 이전의 자막들은 구어체 영어 표현 또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다고 봤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 끝 무렵에 나오는 샌디의 대사 "my ass"

 

   -> 이 말은 흔히 누군가의 말에 대해 "~ my ass"라는 식으로 나오는 표현이며, "~ 좋아하시네", "~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라고? 웃기시네" 정도의 말입니다. 일례로 "스피시즈Species"라는 영화에서는 "더 유순하고 다루기 쉽다고 생각해서 여성을 택했다"라는 말에 마이클 매드슨이 이런 혼잣말을 내뱉지요. "more docile and controllable my ass." 우리말로는"더 유순하고 다루기 쉬워? 웃기시네."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이 말을 "내 바보"라고 하셨더군요. 'ass'가 '당나귀, 바보'라는 뜻으로 쓰이는 건, 제 경우엔 (물론 제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사전에서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그 맥락에서 "my ass"란, 올드맨 교수가 그 직전에 집 안에서 했던 말들을 "웃기시네(, 순 거짓말)"라고 가볍게 비꼬는 표현이지요.

  이 대목에서 샌디가 올드맨에게 어째서 반말로 "웃기시네"라고 했냐 하면, 둘은 이미 영화 앞부분에서 서로 연정을 털어놓고 (준) 연인사이가 됐죠. 따라서 다른 교수들 앞에서는 샌디가 올드맨에게 존대를 하더라도 일단 밖으로 나가 둘만 남은 이상 그 정도 반말은 애교로 쓸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사실 "웃기시네'요'" 이러면 오히려 이상한 노릇이겠죠.

 

(* 'ass'에 대해서 한 말씀 더 드리면, 아주 오래 전에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 of the Third Kind"라는 영화의 경우 "move your ass"라는 말을 비디오 자막에서는 "엉덩이를 움직여요"라고 했더군요. 그러나 이 풀이가 과연 맞습니까? 제가 보기에 그 맥락에서의 그 대사는 약간 짜증을 섞어 "좀 비켜봐요"라고 말한 거였습니다. ass라는 낱말은 그 대사를 치는 인물의 짜증스러운 기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였던 거죠. 일단은 비속어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 끝 무렵의, 아트가 결국 화내며 뛰쳐나가는 부분.

 원문: "Well, art was half right"

 칼도님: "그래,아트가 반은 맞아"

 europaa: "뭐, 아트 얘기가 절반은 옳네요"

 

    -> 이 대목은 그 바로 앞에서 아트가 친 대사 두 마디에 대한 번역이 문제입니다.

    존 올드맨이 두 마디 가운데 하나는 맞다는 말을 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대목인데, 문제의 "아트가 친 대사"를 한 번 보지요.

 

 원문: "You are absolutely certifiable / I don't know you!"

 칼도님: "정신병원에나 가 / 아는 척 말구!"

 europaa: "자네 완전 맛이 갔어 / 자네가 누군지 난 모르네!"

 

    -> 존 올드맨은 이 두 마디 가운데 어느 쪽 말이 맞다고 한 걸까요? 저는 두 번째 말이라고 봤습니다. '그래, 자네는 내 진짜 모습을 모른다네'라고 본 거죠. 해리는 'which half?'라고 가볍게 되묻는데, 맥락을 고려해서 풀이하면 '자네가 미쳤다는 말이? 아니면 그 친구가 자네를 모른다는 말이?'라고 되물은 거고요. 자, 그렇게 본다면 어느 쪽 번역이 맞습니까?

또는, 이 대목을 어떻게 설명하면 칼도님쪽 번역이 옳은 게 될 수 있나요?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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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예는 더 많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조목조목 예를 들지 않았다고 불쾌해하셨습니다만, 저로서는 오히려 그랬으면 더 부자연스럽고 더 심하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는 건 물론이고 말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처음 적은 글에서 제 표현이 조악했던 탓에, 특히 칼도님의 경우 십중팔구 제 표현이 감정을 깊이 상하게 하여 위와 같은 점들을 제 오류로 잘못 보시지 않았나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칼도님과 오철용님 말씀에 나름대로는 성의껏 답을 드리고자 했습니다만, 흡족한 답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부디 처음에 제가 저지른 '비례'에 대한 노여움을 거두실 정도만 되면 좋겠습니다.

 

  쪽지로 연락처까지 알려주신 오철용님께도 굳이 따로 직접 말씀드리지는 않고 이 글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더 나은 자막을 올린다는 '핑계'를 대며 경솔하게 다른 분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표현을 써댔던 점에 대해서는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만, 혹시 미흡하다시면 저도 제 전화번호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눈치채셨습니까? '핑계'와 '폄훼'는 오철용님의 댓글에서 오자가 있는 낱말들입니다. 그러나 트집잡거나 이죽거리려는 뜻은 아니고, 나름대로는 유머러스하게 바로잡아보려 한 것이니 너그러이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칼도님과 고전님 말씀에 대해서는... 제가 이전 자막 만드신 분들께 받은 영향이라면 '내가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정도에 그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건방지다고 여기실까요. 그러나 혹시 위에 말씀드린 예로 미흡해서 자막 전체를 비교 해부하여 올리게 된다면 아마도 제 그런 입장을 어느 정도는 납득하시지 않겠나 하고 역시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이런 일로 글 적는 것도, 모처럼 하니 얼마간은 재미있을 수도 있군요. 자, 그럼 저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좀 더 간결하게 다듬은 1.0.6 버전을 만들어 올리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Comments

1 emc2yo
덕분에 영화 잘 봤습니다. 자막이 아주 좋았네요. 감사합니다~^^
3 europaa
네 다행입니다~
2 쓔우웅
와..이렇게 정성스레 손수 번역해주신 자막이라니ㅜ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감상해봐야겠어요ㅎㅎ
3 europaa
별 말씀을. 즐겁게 보세요.
29 써니04
새로운 번역판이라 기대가 되네요. 감사드립니다.
3 europaa
네 즐겁게 보세요
1 니트넷
1/3 정도 봤는데, 그 전 자막에 비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같은게 없어 참 좋네요. 감사드립니다.
3 europaa
원 별 말씀을

즐겁게 보시길
1 니트넷
마지막 장면에서 "재산을 넉넉히 남겼다"는 대사가 생략된 자막을 봤었을 때랑은 느낌이 사뭇 다르네요.

한 가지 살짝 걸린 부분이 있다면,

 "is there one among us who would not feel envy,"
 "이 가운데 시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even perhaps a touch of hatred?"
 "어쩌면 미움 비슷한 감정도 품을지 몰라"

라는 번역은 분위기가 이미 굉장히 심각해져서 삭막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미움'은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 같네요. '증오'로 번역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어쩌면 살짝 증오마저 느낄 지도 모르지."

덕분에 또 한 번 즐거운 감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3 europaa
내용에 대한 의견을 오랜만에 받으니 반갑습니다

말씀 주신 점 일리 있습니다

실은 대체로 되도록이면 고유어로 풀고자 했는데

뜻은 같더라도 고유어와 한자말 사이에 어감이나 세기 차이가 종종 있지요

즐겁게 보셨다니 기쁘고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GIVE 50 MP 1 후지
이 댓글 남기려고 가입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매년 1번씩은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실은 이 영화로 영어공부를 하려고 영문자막을 검색 하던중에 들어오게 된 글인데.. 운명인건가요ㅎㅎㅎ

어쩌다보니 europaa님 번역본으로 한글자막판을 한번 더 보게 되겠네요ㅎㅎ

아 그리고 혹시 영어는 어떻게 이렇게 잘 하게 되셨는지 궁금한데요.. 혹시 유럽에서 태어나셨거나, 오래 거주하셨나요?^^

아무튼.. 잘 감상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진 MP 모두 드립니다ㅋㅋ)
3 europaa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에 다른 분들 남기신 말씀을 종합해보면
제가 만든 이 자막은 호흡이 좀 빨라서 따라가기 벅차다는 말씀이 많습니다.
대사를 최대한 건너뛰지 않고 옮기려 한 탓이겠다 싶습니다만,
공부 소재로 삼고자 하신다면 장점도 있겠지요.

저도 딱히 영어를 썩 잘 하는 건 아니고,
그저 영화 좋아하고 영어 좋아해서 많이 보고 듣고 했습니다.
그 밖에는 그냥 학교 다니면서 배운 정도지요.
누구든 많이 보고 듣고
무엇보다 꾸준히 즐기노라면
차차 쌓여가는 게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모처럼 찾아 주셨으니 부디 즐겁게 보시고,
새해에는 기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26 마귀얌
감사합니다.
3 europaa
고맙습니다
21 dddsd
감사합니다
3 europaa
고맙습니다
18 조니존
우와..님같은 능력자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정말.정말요..꾸벅
카스트로폴로스
3 europaa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