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나이에 자살한 우쿠다가와류 노스케(Ryunosuke Akutagawa) 단편 소설인 '라쇼몽'과 '숲속에서'를 각색한 작품으로 일본 영화의 수준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동시에, 오즈 야스지로, 미소구치 겐지와 함께 일본 영화의 대표적 감독으로 꼽히는 구로사와 아키라에게는 세계적 감독이라는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이기도 하다. 당시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카메라 워크와 잘 살려진 일본 특유의 분위기로 많은 평론가들이 지금도 이제껏 만들어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손꼽고 있다. 이 영화는 14년 후인 64년 마틴 릿(Martin Ritt) 감독에 의해 <The Outrage>란 제목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영화 전편에 걸쳐 배경 음악으로 라벨의 "볼레로"가 쓰인 것이 아주 이색적인다. 51년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 52년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수상.
산적이 사무라이와 그의 아내를 상대로 저지른 강간, 도둑, 살인이라는 사건들을 추리극의 형식을 빌려서 50년대 일본 지도층의 가치 판단의 불확실성을 윤리적 측면에서 그리고 있다. 이 사건들은 교토의 고메이지 문(현판에 적인 이름이 '라쇼몬'이다) 앞에서 폭우를 피하던 나무꾼과 승려가 우연히 만나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배경은 8세기 무렵으로 도적들이 들끓던 난세, 겁탈을 당한 여인의 남편이 숲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증언으로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된다. 결국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모르는 속에서 신고자인 나무꾼이 여인의 아기를 안고 멀리 라쇼몽의 현판을 뒤로한 채 사라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