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피터 (さよならジュピター, 1984) Bye-Bye Jupiter, Sayonara Jup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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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피터 (さよならジュピター, 1984) Bye-Bye Jupiter, Sayonara Jup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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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다나카 토모유키, 고마츠 사쿄

총감독, 원작, 각본: 고마츠 사쿄(대표작: <부활의 날(1964)>,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1965)>, <일본침몰(1973)>)

감독: 하시모토 코지(대표작: <고지라 (1984)>)

특수촬영 감독: 카와키타 코이치(대표작: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 <건헤드(1989)>, <야마토타케루(1994)>)

주연: 미우라 토모카즈(대표작 <태풍클럽(1985)>, <텐텐(2007)>, <아웃레이지(2010)>, <아웃레이지 비욘드(2012)>)

이 영화는 <일본침몰(1973)>의 저자로 유명한 고마츠 사쿄가 제작, 총감독, 각본, 원작 소설, 그리고 삽입곡의 작사까지 맡으면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던 숙원작입니다. 어떤 분들은 혹시 <신 에반겔리온 극장판(2021)>의 삽입곡 "VOYAGER~날짜 없는 묘비"의 원곡이 쓰였던 영화로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태양계의 외행성대까지 인류가 진출한 22세기. 태양계개발기구는 행성 공학으로 목성을 태양화해서 외행성대의 애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성 태양화 계획(Jupiter Solarizing Projec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때 갑자기 외우주에서 태양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블랙홀이 관측되고 인류는 절멸의 위기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태양계를 구할 유일한 방법으로, 목성 태양화 계획을 수정해서 목성을 거대한 핵융합 폭탄으로 만들어 블랙홀과 충돌시켜 궤도를 바꾼다는 새로운 계획이 수립됩니다. 한편 자연과 태양계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에코 테러리스트들은 이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 음모를 꾸밉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블랙홀 앞에서, 종말을 막기 위한 인류의 사투가 벌어집니다.


고지라 시리즈로 유명한 도호의 제작자 다나카 토모유키는 <스타워즈(1977)>의 전세계적인 흥행에 자극받아 당시 일본의 대표적인 SF작가였던 고마츠 사쿄에게 영화화를 위한 SF 원작을 의뢰합니다. 하지만 고마츠 사쿄는 스페이스 오페라 유행에 편승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이 영향을 받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와 같은 진지한 하드SF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몇 년간의 구상을 거쳐 원작 소설을 집필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병행, 이오(IO)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도호와 합작해서 <안녕 주피터(1984)>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1982년에 먼저 출간되었던 동명의 원작소설이 성운상을 수상(1983)하고 호평을 받으면서 영화 프로젝트도 기대를 모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개봉 당시 무수한 악평을 받으면서 제작비에 크게 못 미치는 배급수익으로 흥행에 참패합니다.


사실 잊혀진 작품에 흔히 달리는 "비운의 명작" 같은 수식어를 붙여주기에도 민망한 것이, 영화 자체만 본다면 망할만 해서 망한 게 맞습니다.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지리멸렬해진 플롯, 그리고 서양인 배우들의 처참한 연기력입니다. 초기 각본을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은 태양계의 위기와 고대 우주인의 흔적과의 조우 같은 흥미로운 요소들을 방대한 규모로 짜임새 있게 풀어낸 반면에, 영화화 과정에서 수차례 더 수정된 각본은 과감한 생략도 집중도 하지 못한, 이도저도 아닌 졸작이 되어버렸습니다. 배우 문제의 경우, 전 세계가 통합된 미래 사회를 그리려다보니 주인공 혼다 에이지 역을 맡은 미우라 토모카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요 배역이 외국인입니다. 다만 제작비 문제로 여기에 비전문 배우들인 일본 거주 외국인들을 섭외하는 바람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미만의 연기를 보여주어 영화의 질을 크게 깎아먹었습니다. 게다가 원래 감독으로 내정됐던 분은 영화 <일본침몰(1973)>을 개봉한 해 흥행 1위에 올려놓았던 모리타니 시로였는데, 이 분이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불행한 일이 생깁니다. 그 결과, 조감독이었던 하시모토 코지가 감독으로 승진해서 이 영화로 감독 입봉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하시모토 코지 감독은 당시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첫 작품인 <고지라 (1984)>에 더 많은 역량을 쏟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제작 상의 어려움들이 겹치다보니 영화는 전체적으로 연출의 질이 고르지 않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습니다. 


<안녕 주피터>가 비록 숨겨진 보석은 아니지만, 못생긴 돌멩이도 요긴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법입니다. 이 작품은 SF 팬들, 특히 아시아권의 SF 팬들에게 적지 않은 의의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소위 "특촬물"이라는 장르 아닌 장르를 형성한 일본 SF영화의 흐름에서 벗어나, 거의 유일하게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하드SF를 표방하며 진지한 주제의식을 담으려던 작품입니다. 흔히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솔라리스(1972)>를 가리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러시아 영화의 응답이라고 평하는데, 마찬가지로 <안녕 주피터>는 <2001>에 대한 일본 영화계의 응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001>에 대한 오마주가 지나쳐서 몇몇 장면들은 표절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지만, 이 영화는 <2001>에 담긴 주제의식을 일본인들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계승하려는 노력 또한 담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공식 후속작인 소설 <2010: Oddyssey Two (1982)> 및 영화 <2010: The Year We Make Contact (1984)>와 <안녕 주피터> 사이에는  마치 국적이 다른 사촌 형제처럼 닮은 면이 꽤 많습니다. 굳이 원조를 따지자면, 소설과 영화 모두 <안녕 주피터> 쪽이 조금 더 빠릅니다. 둘 다 행성 공학으로 목성에 핵융합 반응을 유도한다는 아이디어가 핵심 플롯을 이루고 있고, 영화 <2010>의 행성간 우주선 레오노프 호와 <안녕 주피터>의 "도쿄-3"호는 둘 다 거주구역이 우주선의 추진축을 중심으로 회전해서 인공 중력을 만드는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영화 <2010>은 목성을 CGI로 구현하기 위해 크레이 X-MP 슈퍼컴퓨터를 사용했는데, <안녕 주피터>에서도 목성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이전 기종인 크레이-1을 사용했습니다. 그 외에도, 고마츠 사쿄는 원작자 아서 C. 클라크에게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요청했다가 무산되었는데, 대신 클라크는 영화 <2010>에서 백악관 앞 벤치에 앉은 노인으로 얼굴을 비춥니다. 클라크는 고마츠 사쿄의 편지를 받고, 목성 핵융합 아이디어가 자신의 소설과 비슷한 것에 놀랐다고 전해집니다. 이것은 SF 장르에서 가끔 보이는 아이디어의 수렴에 해당하는 재미난 예시입니다.


영화 자체는 악평을 받았지만, 열악한 여건에서도 당대의 헐리우드 영화에 못지 않게 뽑아낸 인상적인 시각효과는 지금도 크게 호평받고 있습니다. 모션 컨트롤 카메라가 없어서 산업용 로봇을 프로그래밍해서 쓰고, 미니어처 모델과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만드는데 아마추어 동호인들까지 참여해서 전에 없던 사실적인 SF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등, 이 영화의 비주얼은 당시 일본 SF문화 저변의 역량을 가늠케 해주는 노력의 산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위에 언급했듯, 이 영화의 주제가를 자신의 <에반겔리온 신극장판(2021)>에 삽입할 만큼 안노 히데아키는 이 영화에 큰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노 히데아키와 가이낙스 시절부터 영화 <신 고지라(2016)>, <신 울트라맨(2022>까지 함께 작업한 히구치 신지도 10대 시절에 이 영화에 특수효과 스텝으로 참여했고, 애니메이션 메카 디자인의 대가 카와모리 쇼지도 여기 등장하는 우주선들의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모르기는 해도, 패전 이후의 첫 SF세대인 고마츠 사쿄와 오타쿠 1세대인 이들과의 작업은 분명 각별한 추억을 남겼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70년대와 80년대는 달착륙과 보이저 탐사로 대표되는 우주 시대의 꿈과 희망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던 SF의 벨 에포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풍요한 과학미래와 인류의 진보에 대한 낙관 속에 "21세기"라는 말이 하나의 도원향처럼 아련하게 들리던 낭만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안녕 주피터>는 그 시대의 정서를 과학기술을 주도하던 서구권이 아닌 동아시아권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려 한 드문 시도로서 기억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영어도 일어도 시원치 않은 서툰 노력이지만 다른 분들의 감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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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1 zzang76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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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holyshit
감사해요.
30 가일123
영화를 한편 본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과 혜안을 넓혀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을 아주 상세하게 올려주셔서 아주 좋은 양분의 지식을 하나 얻었습니다.
자막 제작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1 애옹이네
잘 볼께요 감사요
14 푸른눈
수고하셨습니다
4 늘배고픔
80년대 전대물 느낌나서 좋네요
정성이 가득한 설명 감사합니다
영상 어렵사리 구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