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번째 섹션 (317th Section, 1965) 317소대(The 317th Pla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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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번째 섹션 (317th Section, 1965) 317소대(The 317th Pla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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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진주만공습 후 순식간에 동남아시아 지역을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군이 이미 동남아시아에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독일군의 전격전으로 초전에 항복한 프랑스에서는 비시정부가 수립되고 독일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합니다.

미국은 비시정부를 프랑스의 합법정부로 인정합니다. 

이때 일본은 독일이탈리아와 함께 추축국 일원이었고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 아래 1940년 이후 인도차이나에 일본군 병력을 배치하지요.

이 병력이 태평양 전쟁에서 동남아시아 침공 초기의 주력이 됩니다.

따라서 영국과 네덜란드미국은 수많은 포로를 남긴 채 패주하지만 프랑스는 예외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는 친일 국가였고 이미 일본군에 협력하고 있었으니까요. 

비록 실권은 일본군에 넘겨줬지만 프랑스 식민통치기구는 온존되었고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존속됩니다

일본에 협력하면서.

 

종전 후 미국과 영국의 반소 전략에 따른 전폭적 지원으로 (얼떨결에소련미국영국에 이어 4위의 승전국이 된 프랑스는 

인도차이나에서 민족해방운동 세력을 대상으로 전쟁을 수행합니다. 1차 인도차이나전쟁(1945-1954)입니다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전후 심하게 빈한해져 마셜플랜에 기대야 했던 프랑스에 미국은 반공을 명분으로 전쟁기간 동안 21억 달러를 쏟아붓습니다

전쟁 마지막 해인 1954년 전쟁비용의 80퍼센트를 차지했던 수준의 지원입니다.

그러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었던 전쟁에 염증을 느낀 본국에서의 거센 반전시위와 잇단 전투에서의 패배로 프랑스는 디엔비엔푸 전투를 끝으로 발을 뺍니다.

 

영화 <317번째 섹션>, '317소대'는  그 시기 캄보디아와 라오스 국경에 주둔했던 한 프랑스군 소대의 후퇴를 그리고 있습니다.

빼어난 리얼리티로 수작으로 꼽히는 전쟁영화이지요이 영화는 수작이 될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감독 피에르 숀도어프는 프랑스군 소속 기자였고 이후에도 프리랜서 전쟁기자로 1차 인도차이나전쟁을 직접 겪은 인물입니다

디엔비엔푸에서는 포로가 되기도 했죠이 인물이 감독으로서 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감독인 숀도어프는 시나리오를 직접 썼고 영화가 나온 같은 해 같은 제목의 소설도 발표했습니다.

(일타투피를 노린 것인데 좀 비루한 인물이긴 합니다. 소설과 영화는 시간적 배경에 1년의 차이가 있을 뿐 스토리와 등장인물은 거의 동일합니다.)

 

영화는 1954년 디엔비엔푸 함락 전야에 캄보디아 북부 국경지대의 주둔지에서 철수를 명령받은 317소대의 일주일 동안의 철수과정을 따라갑니다

완벽하게 캄보디아 현지에서 촬영되었고 당시 캄보디아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화광이자 스스로 몇편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당시 캄보디아의 통치자 시하누크 왕자의 배려였지요

로케이션은 물론 엑스트라와 항공기, 무기 등에서 두드러지는 영화의 리얼리티는 이런 지원에 크게 힘입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또 다른 리얼리티는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숀도어프가 의도했건 아니건 

식민지에서의 프랑스군의 역겨운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에서도 두드러집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소대의 2인자인 윌도프 준위는 독일국방군 출신입니다

프랑스군에 뜬금없이 웬 독일군 출신인가 싶은데 1차 인도차이나전쟁에서 

프랑스군은 연인원 15만 명상시 인원 5만 명 규모의 독일인을 외인부대로 고용해 투입했습니다

군대가 불법화되면서 직장을 잃은 전후 독일의 직업군인 출신과 하늘을 찌르는 실업률에 시달리던 독일인들을 인도차이나 전쟁에 동원했던 거지요.

여기엔 전범으로의 처벌이 확실해 인도차이나로의 도주를 선택했던 친위대(SS) 출신 등도 다수가 포함됩니다. 

숀도어프는 이게 좀 찔렸는지 윌도프를 알사스 출신으로 포장합니다그렇습니다알퐁소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그 알사스입니다

순종 독일인은 아니라는 거지요이 허탈한 논리는 극중에서도 반박당하긴 합니다.

 

영화는 또 패주하는 처지에 휘하의 캄보디아 병사들이나 주민들을 마치 노예처럼 취급하는 프랑스인의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줍니다

역겨운 것은 제국주의적 위선입니다산악 마을에서 총을 들이대고 인력과 물자를 멋대로 징발하면서도 

닭을 훔치는 캄보디아 병사들을 미개한 약탈꾼으로 몰아부치며 훈계하는 식입니다.

부상병을 두고 벌어지는 토렝 소위의 갈등도 위선의 휴머니즘으로 역겹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러니 자신들이 왜 패퇴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은 완벽하게 부재합니다. 

말하자면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한 <콰이어트 아메리칸(Quiet American), 1955/2002>에서와 같은 최소한의 양식을 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거지요.

원작자인 숀도어프와 그레이엄 그린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게 이 영화가 그래도 영화사의 한 구석에 한 시기와 한 사건을 대표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리얼리티, 몰락의 정점에 달한 구제국주의의 날 것으로의 리얼리티가 가지는 힘이지요.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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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6 얼기설기
감사합니다.
30 가일123
영화를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문장의 글들을 잘 읽어 보았습니다.
한층 고조된 분위기로 영화를 찾아보도록 만드는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