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여 안녕 (Farewell To The King,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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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여 안녕 (Farewell To The King,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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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가 필리핀에서 도망간 직후 보르네오 북부, 

그러니까 사라왁 해변에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맥아더는 일본군을 피해 거의 단신으로 가족들만 데리고 호주로 도망갔지요. 

8만 명에 가까운 미군이 포로가 되었고 

그 유명한 죽음의 바탄행진으로 미군 포로 2만여 명의 생명이 낙옆처럼 떨어집니다.

극 중 주인공이 맥아더를 "날 버리고 도망간 놈"으로 취급하는 건 사실 당연지사입니다.


틈틈이 '라자' 나 '라자 브룩'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라자(Raja)는 술탄 아래 급의 왕을 말하고 '브룩'은 실존인물인 제임스 브룩으로 

19세기 초 지금 사라왁 지역의 영토를 브루나이 술탄으로부터 양도받아 

백인왕조를 세웠던 영국인입니다. 백인 라자인 셈이지요.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에서 땀 흘렸던 건 본국의 상류계급이 아니라 중하류 계급이었죠.

본국의 지배계급이 험한 식민지에서 고생하는 경우는 전쟁할 때 고급장교가 부득이 출정하는 경우를 빼고는 드물었습니다.

한편으론 땅 없고 돈 없는 빈털터리 백인 빈곤층이 식민지로 유입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죠.

이 와중에 등장하는 것이 '왕'과 같은 극적인 신분상승의 판타지입니다. 

제국주의는 식민지에서의 필요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이런 판타지를 적당히 이용합니다.

여하튼 식민지 운영을 위해서는 본국 출신의 백인들이 필요했으니까요. 

실제론 식민지로 간 본국 하층민들 대부분은 고생은 빡세게 하고 여러가지로 

감내해야 할 위험요소는 많았던 반면 대가는 그저 그랬습니다.

양가위 주연의 <연인>을 보면 딸의 매춘에도 눈을 감는 식민지의 몰락한 

프랑스인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데 어찌 보면 그게 몰락한 게 아니고 원래 

본국에서의 사정도 그보다 나을 것이 없는, 아니 그보다 못한 처지였을 겁니다.

<연인>이 당시 프랑스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유의 배경에는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를 여전히 관통하는 계급관계, 

그러니까 식민주의로 덮어왔던 치부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거지요.


여하튼 숀코네리의 <왕이 되려던 사나이>에서 피터오툴의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이르기까지를 관통하는

식민지에서의 '왕'되기 판타지가 녹아 있는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게 판타지 장르로서가 아니라 전쟁이라거나 드라마라거나 전혀 다른 장르로 변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최소한의 리얼리티가 필요한 데 그 리얼리티가 전혀 없다는 거지요.


예컨대 2차대전의 태평양 전역에서 초반에 대패를 당했던 게 연합군이지요. 

반일투쟁에 나섰던 각 지역의 민족해방운동 세력은 자연스럽게 연합군과 대등한 관계일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대전 후 다시금 야욕을 드러낸 연합군 소속의 구제국주의 국가와의 전쟁을 불사한 투쟁 끝에 하나씩 독립하게 됩니다.

태평양 전역에서 백인을 왕으로 모시고 싸운 일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보르네오의 정글이라도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지요.


흥미로운 것은 이런 류의 영화가 2차대전 후 한동안 쉼없이 등장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제국주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더는 식민지가 존재하지 않는데 왜 이런 판타지가 생산되고 소비되었던 것일까요?

2차대전 후에도 제국주의는 종언을 고하지 않았던 걸까요?


즐감하세요.



**일부가 번역된 자막이 있었는데.....다시 처음부터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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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GIVE 10 MP 17 달새울음
지옥의 묵시록 작가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