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 만추의 가면은 2019년에 후뿌뿌뿌 님이 올리신 번역자막이 올라와 있습니다.
다만 제가 자막형식에 대한 말씀을 드렸지만 수정 자막을 올리지 않으셔서 제가 대신 올립니다.
고전 영화를 몇 편 올리신 분인데 이게 첫 자막이라서 아직 자막 형식을 모르고 만드신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때문에 불편해서 수정을 했습니다.
첫 째는 두 사람이 한 말이 한 싱크에 있을 때 - 를 넣어서 구분해 주는 것이 전혀 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부분에서 두 사람의 말이 같이 싱크에 등장할 때 굉장히 보기 불편합니다.
두 번째는 너무 긴 줄을 한 줄로 처리한 부분이 아주 많아요. 역시 가독성이나 화면 넘김에 걸려서 매우 불편합니다.
주로 그 두 가지를 수정했습니다. 이왕 수정하는 김에 불필요한 부호 , 의 남발(특히 필요없이 문장 끝에 오는 , 그리고 다소 남발된 ... 삭제했고, 한국말 어법에 좀 안 맞는 표현 등을 어느 정도 정리했습니다. 띄어쓰기가 안된 부분 많이 고쳤고. 아마 훨씬 보기 편한 자막이 되었을 겁니다.
가령 예를 들면
테리 나 봐 -> 테리 날 봐
박물관에 주려고 -> 박물관에 기증하려고
그리고 영화 중간에 편지가 오래 화면에 나오는데 그게 꽤 중요한 내용인데 번역을 안하셨길래 추가해서 넣었습니다. 보통 신문의 글, 간판 내용, 편지 내용 등 영화에서 꽤 중요한 부분이 영자막 파일에는 누락된 경우가 많은데 넣어 주어야 영화의 이해에 도움이 되지요.
그 외에 줄일 수 있는데 불필요한 긴 표현을 가급적 단축하려고 했습니다.
정황상 좀 어색한 부분도 고쳤고요. 여주인공과 테리는 부부라고 계속 나오는 데 한 군데 약혼녀라고 나와서 아내로 고쳤고요. 그런 등등 여럿 고친 수정자막입니다.
영화 이야기를 좀 하면
영원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보리스 칼로프가 출연한 괴이한 영화이고 제작도 1932년인데 신기하게도 유니버셜 작품이 아니라 MGM 영화입니다. 보리스 칼로프는 1931년 '드라큘라'의 벨라 루고시와 함께 유니버셜 호러의 양대 간판입니다. 영국 해머 영화사에 비유하자면 피터 쿠싱과 크리스토퍼 리 역할을 한 것이 두 사람입니다. 그리고 1930년대 유니버셜 호러 전성기를 이끌었죠. '푸 만추의 가면'도 호러물 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꽤 괴이한 영화라서 딱 유니버셜 호러 영화 같지만 MGM 에서 보리스 칼로프를 슬쩍 캐스팅 한 작품입니다. 보리스 칼로프는 푸 만추로 나오지요. 그런데 푸 만추 라는 중국인은 영국 작가 색스 로머의 소설에 등장하는 괴이한 중국이 악당입니다. 이 캐릭터가 유난히 영화에서 인기가 있었는데 푸 만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꽤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미 1929년과 30년에 파라운트에서 두 편이 나왔으니 1932년 MGM 영화는 뒷북인 셈이죠.
이후에도 여러 번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해머 영화의 간판 크리스토퍼 리가 드라큘라 역할보다 더 먼저 집착한 작품이 푸 만추 캐릭터인데 1965년 첫 작품 이후 매년 한 편씩 5년 동안 5번 푸 만추를 연기했습니다. 혹평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영화배우로서의 황금기를 푸 만추 역할과 드라큘라 역할에 쏟은 셈이죠. 물론 워낙 다작 배우라서 그 외에도 많은 작품이 있지만. (좀 놀라운 건 그가 출연한 5편의 푸 만추 작품은 영국 해머 영화사 제작이 아닙니다.)
1932년 보리스 칼로프 주연의 푸 만추는 뒷북영화라 그런지 그렇게 대단한 작품은 아닙니다. 크리스토퍼 리의 푸 만추 시리즈가 영국 해머 영화사 출연작들보다 혹평을 받았듯 역시 유니버셜 호러 작품들에 비해서 MGM의 '푸 만추의 가면'은 좀 떨어지죠. 역시나 보리스 칼로프는 유니버셜 호러에 출연해야 제 격인가 봐요.
만들어진 횟수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듣보잡이라 할 수 있는 게 푸 만추 인데 알려진 영화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자막의 희소성이 높은거죠. 비록 대단한 영화는 아닐지언정.
마블 영화의 새 히어로 '샹치'가 등장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샹치의 아버지인 양조위가 연기한 캐릭터도 푸 만추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아시아인을 괴이한 악당으로 몰아세운 푸 만추 캐릭터가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달가울 리는 없죠. 그래서 많은 영화에서 활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듣보잡 캐릭터가 된 것 일수도 있죠. 그냥 외면한. 특히 이 영화에서는 백인종을 말살하려는 음모를 세우기도 하죠. 선한 백인이 악당 아시아인과 흑인을 물리치고 칭기스칸의 보물을 지켜낸다.. 뭐 이런 황당한 내용입니다.
보리스 칼로프만 중국인 변장을 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 나름 유명 배우인 마이나 로이가 푸 만추의 딸 역으로 역시 중국여자 역할입니다.(근데 누가 봐도 완전 서구 여성이에요) "우리 생애 최고의 해' '거성 지그펠드' '그림자 없는 사나이' 등 30-40년대 많이 활약한 여배우입니다.
푸 만추 영화가 첫 한글 자막으로 베일을 벗은 영화라는 점에서 후뿌뿌뿌 님의 자막이 큰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영상과 함께 공유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