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tinb 님 요청자막입니다.

10여년 전에 영자막으로 매우 인상적으로 본 미니씨리즈라서 작업했습니다.

하면서 보니 과연 제가 영자막으로 얼마나 이해했을까 싶더군요.

이중적 의미가 너무 많이 나와서, 작업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영국인 지인의 힘을 조금 빌렸는데, 직역만 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표현들을

그 분이 해설해 논 걸 보니 좀 어이없는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다시 보게 되어 기쁘다고 하시더군요.

원작자 Dennis Porter가 "Hide and Seek" (1973)를 각색하여 만든 6부작인데,

작가 자신이 극중 마이클 갬본이 앓는 피부관절증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병원 장면은 로케이션이라고 하고요.

갬본은 하루 6시간씩 분장을 했다고 하고요.

분장 완료하고 처음으로 촬영장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다들 기겁하니까(드라마 보시면 이유를 알게 됩니다)

"왜들 난리야? 체르노빌에 하루 다녀왔어"라고 했답니다.

드라마 이해가 아주 쉽지는 않습니다.

병실에서 탐정소설을 머릿속으로 써나가며 어린시절까지 회상하는 구조라서,

현실과 상상, 과거가 마구 뒤섞입니다.

마이클 갬본이 연기하는 필립 말로우(탐정소설 작가다운 이름이죠?^^)는

환자로서 고통받는 말로우, 자신이 쓰는 소설 속 탐정, 

거기에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는 망상 속 인물까지 일인삼역인 셈이니 유심히 보시길 바랍니다.

암튼 초일급 드라마이며, 전성기 BBC의 걸작입니다. 요즘은 이런 거 못 만들죠.

미국애들이 리메이크를 해서 폭망한 건 늘상 하는 짓거리라 놀랍지도 않습니다만,

매우 기분이 불쾌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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