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키스 (Baisers volés , 1968) François Truffaut DVDRip.XviD - S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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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키스 (Baisers volés , 1968) François Truffaut DVDRip.XviD - S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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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키스 (Baisers volés , 1968)













원제 :  Baisers voles



다른제목 :  Stolen Kisses







프랑스 / 90분 / 1968년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감독 :  프랑소와 트뤼포




각본 :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드 쥐뤼





출연 :  장 피에르 레오, 델핀 세이릭





제작 :  마르셀 베르베르


제작사 : 카로스 필름

제작국가 : 프랑스(프랑스어)


촬영 :  드니스 끌레르발



음악 :  앙뜨완느 뒤아멜


 
편집 : 아네스 길레모








-피에르 레오 (Jean-Pierre Leaud)는 이 작품에서 사회부적응자 혹은 뭔가 불안정한 성격을 지닌, 한 마디로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20 대 초반의 앙뜨완 (Antoine)으로 등장한다. 처음으로 접했던 트뤼포의 작품, <400번의 구타, 1959>에서도 장-피에르 레오는 앙뜨완이란 이름으로 10 대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9 년이란 세월이 지난 앙뜨완은 마치 <400번의 구타>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감화원에서 탈출한 앙뜨완이 20 대가 되어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를 상상한 그대로 되살아 난 느낌이 들었다.


두 작품을 통해 트뤼포 감독의 10 대와 20 대의 자화상을 훔쳐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곧 그의 성장기 개인사가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되었다고 보여진다.






20대 앙뜨완은 이 작품에서 삶에 대한 애착과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실수로 점철되는 한심하기 그지 없는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데, 그래서 앙뜨완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작가주의 감독으로 추앙 받는 트뤼포의 작품답지 않게 엄숙하거나 진중하다기보다 가벼운 느낌이 앞섰고 아울러 무척 지루하다는 인상은 이 작품을 본 나의 첫인상이었다.


군대에서조차 거부당한 채 사회에 나오지만 앙뜨완은 변변한 재주도 실력도 없어 보인다. 호텔 야간 접객업무를 보다가 하루 만에 쫓겨나고, 사설탐정사무소에 취직하지만 미행하다가 들키고 미행자를 놓치기까지 한다. 제대로 하는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보이는 한심한 인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앙뜨완을 좋아하는 크리스틴이 곁에 있지만 그는 불쑥 키스만 하려 하고, 무단횡단까지 하며 바삐 찾아간 곳은 창녀가 있는 거리였다. 충동적이고 때로는 뻔뻔하고 도무지 가치관을 지닌 인물로 보이지도 않는다.






트뤼포는 앙뜨완의 형편없는 삶의 주변부를 등장시켜 과연 무엇을 말하려 한 걸까?






착각과 자기도취로 살아가는 형편 없는 인물들과 안하무인에 이기적인 채 질투에 사로잡힌 사람들과 불신이 팽배한 현실에 대한 트뤼포만의 은유는 허허로운 웃음과 비현실적인 세태에 대한 허무만을 드리우고 있다. 앙뜨완을 비롯하여 모든 등장인물들은 현실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이지 않는다.


만약 나의 20 대를 묘사한다면 나는 방황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쫓는, 그래서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진지한 탐색을 쏟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트뤼포는 앙뜨완으로 보이는 그의 분신을 마구마구 망가뜨린 채 자신뿐 아니라 1960 년대의 현실이 결코 온전하지 않음을, 정상적이지 않음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훔친 키스>는 그 동안 보았던 1964 년 작품 <부드러운 살결> 1981 년 작품 <이웃집 여인>과는 달리, <400번의 구타>와 동일선상에 놓인 작품으로 보여지며, 자신의 성장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트뤼포의 시선을 함축한 작품으로 해석할 만하다.


하지만 다소 가벼운 터치로 세상을 왜곡된 시선으로 그려보고 싶었던 트뤼포의 세상읽기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다가갔는지는 의문이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연출한 21편의 장편영화 중 일곱 번째 영화. 앙투안 두아넬 연작 다섯 편 중 세 번째 영화. <도둑맞은 키스>(Baisers voles / Stolen Kisses, 1968년)는 트뤼포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귀여운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심하고 실수투성이인 앙투안의 즐거운 사랑 이야기.




 




그러나 영화가 만들어진 상황은 참으로 미묘한 시점이었다. 때는 1968년 2월 5일. 트뤼포 몽마르트르와 클리시 광장 등을 다니면서 크랭크인을 했다. 7주 예정으로 잡은 <도둑맞은 키스>의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2월 9일, 첫 사건이 터졌다. 누벨바그 세대들에게 스승이나 다름없는 시네마테크의 수장 앙리 랑글루아 해임안이 통과된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탄원서가 답지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트뤼포는 촬영에 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시점이었기에 샤이오 궁전에 있던 문 닫은 시네마테크/영화 박물관을 비추는 <도둑맞은 키스>의 첫 장면은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영화는 앙리 랑글루아에게 바치는 헌사로 시작된다. 셔터가 내려가 굳게 닫힌 시네마테크.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잠시 휴관 중. 재개관 일자는 언론을 통해 공고될 예정임.’ 이 사건은 68년 5월 혁명으로 이어졌고, 칸 영화제는 중도에 폐막되어버렸다.


복잡한 상황 하에서 트뤼포는 촬영에 집중할 수 없었다. 많은 일들이 즉흥적으로 진행되었고, 영화는 그의 영화에서 가장 가벼운 터치로 끝났다. 그런데 이런 점이 상업적으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도둑맞은 키스>는 가벼운 리듬으로 경쾌하게 흘러갔으며 자유롭게 느껴졌다. 개봉에 앞서서, 8월 14일 아비뇽 페스티벌의 폐막작으로 <도둑맞은 키스>가 특별 상영되었다. 관객들은 갈채를 보냈다.






 







 


 


로베르 샤잘은 <프랑스 수아르> 지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훔친 키스>는 현실참여적인 영화가 아니다. 앙투안 두아넬은 지배욕에 불타는, 오토바이에 올라 탄 하찮은 파괴자가 아니다. 그는 세속적 매력과 유머가 깃든 낭만적 성향을 지닌 소심한 젊은이이며, 그에게 인생이란 마치 트르네의 노래처럼 익살과 슬픔을 동시에 지닌다.”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9월 4일 파리에서 개봉되자 언론들도 한결같이 호평을 보냈다.



미셸 오브리앙은 <파리 수아르> 지에 ‘지나치게 상냥한’ 트뤼포를 해명하는 특집기사를 썼다. “지난 10년간의 트뤼포의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전에 그는 구세대 영화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자들뿐이며, 위대한 신념은 위반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 트뤼포, 그는 성장한 것이다. 언제까지 유리창을 깨고 보도블록을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외국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빈센트 캔비는 <뉴욕 타임스>에 “트뤼포가 손대는 것은 모두 즉시 그의 위대한 작품들을 특징짓는 서정성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트뤼포의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다”라고 썼다.



 




이런 호평 속에서 트뤼포는 자신의 내걸었던 기치와 달리 구시대적인 영화로 되돌아갔다. <도둑맞은 키스>는 트뤼포의 영화관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상태에 위치한 작품이다. 트뤼포의 영화는 누벨바그 동료들의 스타일과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샤를 트르네의 노래가 흐르며 문 닫힌 시네마테크를 비춘다. “오늘밤 문을 두드리는 바람은~” 에펠탑에서 패닝한 카메라는 철창이 쳐진 건물을 보여준다. 감방 안에서 <골짜기의 백합>을 읽던 앙투안(장 피에르 레오)은 호출을 받는다. 장교는 그에게 성격이 부적합해서 군대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밥 먹듯 무단이탈을 일삼던 앙투안은 군대에서도 쫓겨난다.


(74번 버스에서 내린) 앙투안은 클리시 광장을 건넌다. 앙투안에게 몽마르트르 일대와 클리시 광장은 고향 같은 곳이다. 그는 창녀를 만나 싸구려 호텔 방으로 들어간다. 입술에 키스도 안 되고, 옷을 벗는 것도 싫다며 짜증을 부린다. 밖으로 나온 앙투안은 다른 창녀와 계단을 올라간다.





 




집으로 가서 커튼을 연다. 언덕 위에 사크레 쾨르 대성당이 보인다. 앙투안은 크리스틴(클로드 자드)의 집으로 간다. 부모님밖에 계시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던 앙투안은 크리스틴 아버지의 소개로 알시나 호텔에 일자리를 구한다. 크리스틴이 호텔로 찾아온다. 왜 편지를 보내지 않았냐고 묻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어수선한 앙투안은 대부분 의무실이나 영창에 있었다고 변명한다.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려는데 두 남자가 호텔로 들어간다. 호텔에 묵고 있는 여인을 깨워야 한다며 앙투안과 함께 열쇠를 들고 올라간다. 남편이 흥신소 직원과 함께 바람피우는 부인을 덮친 것이다. 앙투안은 호텔에 취직한지 며칠 되지 않아 흥신소 직원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잘리고 만다. 잘려도 심드렁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인연으로 앙투안은 흥신소에 취직한다. 미행을 맡기지만 서툴기만 하다. 누가 봐도 어정쩡하게 미행하는 서투른 흥신소 직원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크리스틴도 미행을 하고 있다. 크리스틴의 집에 간 앙투안은 그녀와 함께 지하 까브로 내려간다. 키스를 하려고 하지만 크리스틴은 거부한다.



알바니라는 남자가 찾아와서 사라진 친구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카바레의 마술사다. 앙투안은 크리스틴을 억지로 카바레에 데리고 간다. 마술사의 공연이 끝나자 바쁘다며 혼자 나가버린다. 여전히 어수룩하게 미행하는 앙투안. 마술사가 우체국으로 들어가자 앙투안은 크리스틴에게 공중전화를 걸어서 사과한다. 그런데 우체국이 문을 닫는데도 마술사는 나오지 않는다. 거리에서 우연히 결혼한 옛 여자 친구를 만난다. (<앙투안과 콜레트>의 콜레트, 마리 프랑수아 피지에다!!!) 흥신소장에게 보고한 앙투안은 핀잔만 듣는다.










잘 나가는 제화점 사장 타바르 씨가 자기는 모두의 미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내도 무관심하고 친구도 없다. “아내는 제가 농담할 때만 항상 웃고 있죠.” 썰렁한 남자다. 흥신소장은 앙투안을 직원으로 채용한 척해서 감시를 시키겠다고 한다. 남자들이 타바르 앞에서 박스를 포장한다. 가장 서툴게 포장한 앙투안이 취직된다.





 




제화점에서도 앙투안은 실수투성이다. 수선을 맡긴 신발을 어느 박스에 넣었는지 찾지 못한다. 다 퇴근한 가게에서 혼자 박스를 뒤지고 있는데 노랫소리가 들린다. 타바르 부인 파비안(델핀 세리그)이 와 있다. 앙투안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영어로 전화 통화하는 파비안을 보더니 자기도 영어 공부를 한다. 크리스틴이 가게로 찾아오자 일하는데 찾아오면 안 된다며 데리고 나간다. 개선문 거리(아마도 샹젤리제?)를 걷던 크리스틴은 화를 내며 가버린다. 앙투안은 파비안에게 완전히 빠져서 가게에 나타나기만 하면 창백해진다. 그에게 파비안은 여신이나 다름없다. 거울 앞에 선 앙투안은 파비안 타바르의 이름을 불러본다. 크리스틴 다르봉의 이름도 불러본다. 다시 파비안 타바르 파비안 타바르 파비안 타바르, 그러다가 앙투안 두아넬 앙투안 두아넬 앙투안 두아넬......... 사랑에 빠진 넋 나간 놈이 되어버렸다.





 




타바르는 앙투안을 집으로 데려간다. 점심식사를 하던 파비안 때문에 안절부절 못한다. 남편이 서류를 가지러 간 사이에 파비안은 차를 따라준다. 차를 따르자 멍하니 바라본다. 파비안이 음악을 트는 순간 앙투안은 엉겁결에 “예, 무슈.”라고 실수로 대답한 후 허겁지겁 밖으로 뛰어나간다. 앙투안은 아프다면서 조퇴를 하고 사라진다. 가게로 간 파비안은 직원 명부를 보면서 앙투안의 집주소를 확인한다. 파비안을 미행하던 흥신소 직원은 타바르 부인이 넥타이를 세 개나 산 걸 보면 정부가 있을 거라고 보고한다. 알바니 씨도 찾아온다. 흥신소장이 마술사는 이미 결혼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자 발작을 일으킨다. 위층 치과의사가 내려와서 알바니를 때려눕힌다. 완전 ‘콩가루’ 흥신소다.





 




집으로 돌아온 앙투안은 파비안에게 작별편지를 쓴다. 다음날 아침 일찍 부인이 찾아온다. 편지를 보니 직접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기도 <골짜기의 백합>을 읽었다고 한다. 자기는 여신이 아니며, 오늘 오느라 화장도 했다고 한다. “당신은 어제 편지를 썼고, 그 답장은 나예요.” 몇 시간만 같이 있다가 돌아갈 거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문을 잠근다. 크리스틴이 오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밖으로 나간다. 집 앞에는 크리스틴, 파비안을 미행하는 흥신소 직원, 크리스틴을 미행하는 이상한 남자 등이 어정거린다.



앙투안은 흥신소장에게 타바르 부인은 자기 집에 있었던 거라고 솔직하게 보고한다. 흥신소장은 타바르에게는 뭐라고 하냐며 화를 낸다. 전화를 하던 흥신소의 나이든 직원 앙리가 갑자기 쓰러져서 죽고 만다. 공동묘지에서 조촐한 장례식이 치러진다.





 




앙투안은 또 창녀촌으로 간다. 앙투안은 TV 수리회사 차를 몰고 가다가 크리스틴 아버지의 차와 부딪친다. 이제는 흥신소를 그만 두고 TV 수리공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이 여행을 가자 크리스틴은 일부러 고장을 낸 후 TV가 나오지 않는다고 전화를 건다. 앙투안이 수리를 하러 온다. 여전히 이상한 남자는 크리스틴의 집 앞을 서성거린다. 여전히 어수선한 앙투안은 TV를 다 뜯어놓고 자리를 떴다. 카메라는 계단과 복도를 따라 가서 침대에 함께 누워 있는 앙투안과 크리스틴을 비춘다. 즐겁게 아침식사도 같이 한다. 앙투안은 병따개를 결혼반지처럼 크리스틴의 약지에 끼워준다. 바깥에는 남자가 여전히 감시하고 있다.



앙투안과 크리스틴은 산책을 나간다. 앙투안이 코를 풀려고 손수건을 달라고 하니 크리스틴은 티슈를 주겠다고 한다. “난 종이에 코 안 풀어.” 역시 앙투안은 여전히 썰렁하다. 크리스틴은 앙투안의 뭐가 좋은 걸까. 미행하던 남자가 다가온다. 도대체 누구일까. 남자는 갑자기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자기는 일을 안 하니 아무런 의무도 없다면서, 고백을 하고 나니 행복하다며 뒤돌아 가버린다. 두 연인은 미친 것 같다고 하더니 일어나서 걸어간다. 앙투안과 크리스틴의 뒷모습. 샤를 트르네의 주제가 "Que reste-t-il de nos amours?"가 흐른다.





 




트뤼포의 앙투안 두아넬 연작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아멜리에>다. 장 피에르 주네가 트뤼포의 영화에서 얼마나 신선한 사랑의 향기를 맡았는지 느껴진다. 정겹게 펼쳐지는 파리의 정경과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 순진한 사랑의 느낌. 앙투안 두아넬 연작 중에서도 <앙투안과 콜레트>, <도둑맞은 키스>, 두 작품이 <아멜리에>를 닮았다. 아니 <아멜리에>가 두 작품의 연장선 상에 존재하는 듯하다. 앙증맞고 귀엽다.





 




그러나 영화가 만들어진 상황은 참으로 미묘한 시점이었다. 때는 1968년 2월 5일. 트뤼포 몽마르트르와 클리시 광장 등을 다니면서 크랭크인을 했다. 7주 예정으로 잡은 <도둑맞은 키스>의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2월 9일, 첫 사건이 터졌다. 누벨바그 세대들에게 스승이나 다름없는 시네마테크의 수장 앙리 랑글루아 해임안이 통과된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탄원서가 답지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트뤼포는 촬영에 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시점이었기에 샤이오 궁전에 있던 문 닫은 시네마테크/영화 박물관을 비추는 <도둑맞은 키스>의 첫 장면은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영화는 앙리 랑글루아에게 바치는 헌사로 시작된다. 셔터가 내려가 굳게 닫힌 시네마테크.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잠시 휴관 중. 재개관 일자는 언론을 통해 공고될 예정임.’ 이 사건은 68년 5월 혁명으로 이어졌고, 칸 영화제는 중도에 폐막되어버렸다.


복잡한 상황 하에서 트뤼포는 촬영에 집중할 수 없었다. 많은 일들이 즉흥적으로 진행되었고, 영화는 그의 영화에서 가장 가벼운 터치로 끝났다. 그런데 이런 점이 상업적으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도둑맞은 키스>는 가벼운 리듬으로 경쾌하게 흘러갔으며 자유롭게 느껴졌다. 개봉에 앞서서, 8월 14일 아비뇽 페스티벌의 폐막작으로 <도둑맞은 키스>가 특별 상영되었다. 관객들은 갈채를 보냈다.






 







 


 


로베르 샤잘은 <프랑스 수아르> 지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훔친 키스>는 현실참여적인 영화가 아니다. 앙투안 두아넬은 지배욕에 불타는, 오토바이에 올라 탄 하찮은 파괴자가 아니다. 그는 세속적 매력과 유머가 깃든 낭만적 성향을 지닌 소심한 젊은이이며, 그에게 인생이란 마치 트르네의 노래처럼 익살과 슬픔을 동시에 지닌다.” (<트뤼포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9월 4일 파리에서 개봉되자 언론들도 한결같이 호평을 보냈다.



미셸 오브리앙은 <파리 수아르> 지에 ‘지나치게 상냥한’ 트뤼포를 해명하는 특집기사를 썼다. “지난 10년간의 트뤼포의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전에 그는 구세대 영화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자들뿐이며, 위대한 신념은 위반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 트뤼포, 그는 성장한 것이다. 언제까지 유리창을 깨고 보도블록을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외국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빈센트 캔비는 <뉴욕 타임스>에 “트뤼포가 손대는 것은 모두 즉시 그의 위대한 작품들을 특징짓는 서정성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트뤼포의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다”라고 썼다.



 




이런 호평 속에서 트뤼포는 자신의 내걸었던 기치와 달리 구시대적인 영화로 되돌아갔다. <도둑맞은 키스>는 트뤼포의 영화관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상태에 위치한 작품이다. 트뤼포의 영화는 누벨바그 동료들의 스타일과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샤를 트르네의 노래가 흐르며 문 닫힌 시네마테크를 비춘다. “오늘밤 문을 두드리는 바람은~” 에펠탑에서 패닝한 카메라는 철창이 쳐진 건물을 보여준다. 감방 안에서 <골짜기의 백합>을 읽던 앙투안(장 피에르 레오)은 호출을 받는다. 장교는 그에게 성격이 부적합해서 군대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밥 먹듯 무단이탈을 일삼던 앙투안은 군대에서도 쫓겨난다.


(74번 버스에서 내린) 앙투안은 클리시 광장을 건넌다. 앙투안에게 몽마르트르 일대와 클리시 광장은 고향 같은 곳이다. 그는 창녀를 만나 싸구려 호텔 방으로 들어간다. 입술에 키스도 안 되고, 옷을 벗는 것도 싫다며 짜증을 부린다. 밖으로 나온 앙투안은 다른 창녀와 계단을 올라간다.





 




집으로 가서 커튼을 연다. 언덕 위에 사크레 쾨르 대성당이 보인다. 앙투안은 크리스틴(클로드 자드)의 집으로 간다. 부모님밖에 계시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던 앙투안은 크리스틴 아버지의 소개로 알시나 호텔에 일자리를 구한다. 크리스틴이 호텔로 찾아온다. 왜 편지를 보내지 않았냐고 묻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어수선한 앙투안은 대부분 의무실이나 영창에 있었다고 변명한다.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려는데 두 남자가 호텔로 들어간다. 호텔에 묵고 있는 여인을 깨워야 한다며 앙투안과 함께 열쇠를 들고 올라간다. 남편이 흥신소 직원과 함께 바람피우는 부인을 덮친 것이다. 앙투안은 호텔에 취직한지 며칠 되지 않아 흥신소 직원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잘리고 만다. 잘려도 심드렁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인연으로 앙투안은 흥신소에 취직한다. 미행을 맡기지만 서툴기만 하다. 누가 봐도 어정쩡하게 미행하는 서투른 흥신소 직원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크리스틴도 미행을 하고 있다. 크리스틴의 집에 간 앙투안은 그녀와 함께 지하 까브로 내려간다. 키스를 하려고 하지만 크리스틴은 거부한다.



알바니라는 남자가 찾아와서 사라진 친구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카바레의 마술사다. 앙투안은 크리스틴을 억지로 카바레에 데리고 간다. 마술사의 공연이 끝나자 바쁘다며 혼자 나가버린다. 여전히 어수룩하게 미행하는 앙투안. 마술사가 우체국으로 들어가자 앙투안은 크리스틴에게 공중전화를 걸어서 사과한다. 그런데 우체국이 문을 닫는데도 마술사는 나오지 않는다. 거리에서 우연히 결혼한 옛 여자 친구를 만난다. (<앙투안과 콜레트>의 콜레트, 마리 프랑수아 피지에다!!!) 흥신소장에게 보고한 앙투안은 핀잔만 듣는다.










잘 나가는 제화점 사장 타바르 씨가 자기는 모두의 미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내도 무관심하고 친구도 없다. “아내는 제가 농담할 때만 항상 웃고 있죠.” 썰렁한 남자다. 흥신소장은 앙투안을 직원으로 채용한 척해서 감시를 시키겠다고 한다. 남자들이 타바르 앞에서 박스를 포장한다. 가장 서툴게 포장한 앙투안이 취직된다.





 




제화점에서도 앙투안은 실수투성이다. 수선을 맡긴 신발을 어느 박스에 넣었는지 찾지 못한다. 다 퇴근한 가게에서 혼자 박스를 뒤지고 있는데 노랫소리가 들린다. 타바르 부인 파비안(델핀 세리그)이 와 있다. 앙투안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영어로 전화 통화하는 파비안을 보더니 자기도 영어 공부를 한다. 크리스틴이 가게로 찾아오자 일하는데 찾아오면 안 된다며 데리고 나간다. 개선문 거리(아마도 샹젤리제?)를 걷던 크리스틴은 화를 내며 가버린다. 앙투안은 파비안에게 완전히 빠져서 가게에 나타나기만 하면 창백해진다. 그에게 파비안은 여신이나 다름없다. 거울 앞에 선 앙투안은 파비안 타바르의 이름을 불러본다. 크리스틴 다르봉의 이름도 불러본다. 다시 파비안 타바르 파비안 타바르 파비안 타바르, 그러다가 앙투안 두아넬 앙투안 두아넬 앙투안 두아넬......... 사랑에 빠진 넋 나간 놈이 되어버렸다.





 




타바르는 앙투안을 집으로 데려간다. 점심식사를 하던 파비안 때문에 안절부절 못한다. 남편이 서류를 가지러 간 사이에 파비안은 차를 따라준다. 차를 따르자 멍하니 바라본다. 파비안이 음악을 트는 순간 앙투안은 엉겁결에 “예, 무슈.”라고 실수로 대답한 후 허겁지겁 밖으로 뛰어나간다. 앙투안은 아프다면서 조퇴를 하고 사라진다. 가게로 간 파비안은 직원 명부를 보면서 앙투안의 집주소를 확인한다. 파비안을 미행하던 흥신소 직원은 타바르 부인이 넥타이를 세 개나 산 걸 보면 정부가 있을 거라고 보고한다. 알바니 씨도 찾아온다. 흥신소장이 마술사는 이미 결혼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자 발작을 일으킨다. 위층 치과의사가 내려와서 알바니를 때려눕힌다. 완전 ‘콩가루’ 흥신소다.





 




집으로 돌아온 앙투안은 파비안에게 작별편지를 쓴다. 다음날 아침 일찍 부인이 찾아온다. 편지를 보니 직접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기도 <골짜기의 백합>을 읽었다고 한다. 자기는 여신이 아니며, 오늘 오느라 화장도 했다고 한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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