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이야기(Une histoire de vent).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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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야기(Une histoire de vent).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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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스 이벤스 감독의 유작



 베트남 시절 이래 그의 영화작업 동료이자 아내였던 마르셀린 로리당과 공동으로 작업한 이 영화는 이벤스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는 수상록이다. 꿈과 현실, 극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지우고 이를 동등하게 받아들이는 이 유작에는 말년에 그가 보였던 동양문화에 대한 존경과 추상적인 메타포들이 가득해 다큐멘터리를 기대했던 많은 이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땅과 물이라는 가시적 체험의 시대를 지나 <미스트랄>에서 예견되었던 바람이라는 비가시적 체험을 담아내려는 이 노력은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기독교적 무신론자가 보여주는 희망의 전도서(Ecclesiastes)이다. 1988년 베니스영화제는 황금종려상을 헌사하며 다음 세대를 향한 이 거장의 메시지를 기념했다.

(씨네 21)
 

Comments

S 컷과송
2019. 10. 19. 감상

단평 : 영화가 어디로 데려가 주리라


오프닝에서 구름 사이로 활공하는 비행기가 보인다. 본편을 연출한 다음 해인 1989년에
요리스 이벤스는 향년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러므로, 그는 이제 스스로 바람이 되었다.
실제로, 본편의 프롤로그 화면 뒤에 부착된 해설문구에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찍는다'라는
제작 목표를 명기해놓았는데, 이는 표면적이면서도 동시에 요리스 이벤스, 자신을 지칭한다.
자신의 고국인 네델란드의 항구를 비롯 베트남, 중국, 스페인 등 당대 사회주의 최전선에서
요리스 이벤스는 스스로 명시한 바람이 되어 세계거 변혁/변화되는 순간의 매혹을 전했다.

이는 본편 첫 화면의 거대한 풍차에서 예시되는 돈키호테의 여정과도 같이 돌발적이고
제어될 수 없는 광기의 아름다운 시간이었음을 자신의 유년기를 담아낸 초반부로 진술한다.
곧바로 편집된 풍차의 다음 장면에서 바람이 현상적으로 무엇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응답으로 사막이 제시된다.
사막 위에 중국의 1988년을 포개었을 때 적셔드는 적색의 이데올로기는 
이듬해의 천안문을 상기하자면 잠시 지연시켜도 좋겠지만, 본편은 그에 탐닉하지 않는다.

본편은 중국의 신화 속에서 바람을 찾기를 염원하여 그 길 위에 놓인 흔적들을 쫓아가
바람이 곧 인간이기를 염원한다. 거기에는 죽음을 앞둔 노인의 못난 고집도 담기고
영화의 역사 안에서 자신의 바람이 겹쳐지기를 염원하는 자기 인정의 순수함도 포개진다.
더불어, 장소가 허락치 않을 때 기어이 그 역사를 재현해내고 거기에 환타지의 역동성을
건축하고 그 사이로 인간을 흘려보낸다. 아마도 이 기적 이후에 비로소 바람이 불고
사막에서 노인이 승리를 구가하는 듯한 퇴장을 하는 엔딩보다 거대한 비행기가 중국 인민의
길 사이로 미끄러지듯 전진하는 에필로그야말로 바람의 남자가 더욱 염원했던 순간일게다.
1 빠빠라기0422
감사합니다. 잘 보겠습니다. ^^
7 LIitz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