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타시'가 영화사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굉장히 단순한 내용이고, 더구나 1933년은 이미 유성영화 시대였지만 이 영화는 무늬만 유성영화이고 많은 부분은 아직 무성영화의 형식이 남아 있습니다. 1시간 30분 가량의 시간이지만 대사는 100줄이 좀 넘는 정도, 답답할 정도로 대사가 없지요.

그렇지만 완성도나 내용 외적으로 은근 유명세를 탄 작품입니다. 우선 포르노가 아닌 일반 극영화 최초로 여배우가 올 누드로 출연한 영화라고 합니다. 제가 그 시대 영화를 다 확인할 수 없어서 그게 얼마나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러 곳에서 그렇게 주장된 영화입니다. 그럼 그 영예 인지 불명예인지의 주인공이 누구일까요?

바로 '삼손과 데릴라'로 알려진 미모의 여배우 헤디 라마 입니다. 헤디 라마는 오스트리아 출신 여배우입니다. 독일어권 여배우죠. 헤디 라마 라는 이름은 할리우드에 와서 사용한 이름이고 이 영화에서는 오스트리아에서 살던 당시 이름인 헤디 키에즐러 라는 이름으로 출연합니다. 실제로 전라로 출연하는 장면이 있고 다 벗고 숲속을 달리기도 합니다. 물론 이 영화가 외설영화는 아니고 내용 중에서 잠깐 그런 장면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가 아닌 1933년, 일반 극영화에서 전라 노출된 장면이 있다는 건 상당한 논란이 되었죠.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작품이 1934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개봉당시 외설 문제로 떠들썩했고 유럽에서 성공하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개봉불가 논란이 있기도 했고, 잠깐 등장하는 누드장면 때문에 크게 논란이 되었던 영화입니다. 내용으로 보면 '차탈레이 부인의 사랑'이나 '애마부인'과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헤디 라마는 이 누드 장면 외에도 남자와 관계를 갖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오로지 그녀의 클로즈업 된 얼굴만을 보여주며 표정연기로 그 장면을 묘사합니다. 절정에 오른 표정을 짓는 그녀의 연기도 화제가 되었고 감독이 그럴싸한 연기를 만들기 위해서 바늘로 찌르기도 했다는군요.

헤디 라마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삼손과 데릴라'로만 기억되는 여배우고 워낙 그 영화가 큰 히트작이고 우리나라에서 몇 번 개봉되었고 출중한 미모를 자랑했기 때문에 이 영화 한 편으로만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붐 타운' '미인 극장(Ziegfeld Girl)' 같은 다른 개봉작이 오히려 완성도는 더 높은 영화입니다. 2017년 만들어진 다큐 전기영화 '밤쉘'을 통해서 그녀의 일대기가 소개되기도 했고 한 때 '지구 최고의 미녀'로 불리기도 했으며 또래의 톱 배우 비비안 리가 부러워하기도 했던 미모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동통신 기술을 발명할 정도로 똑똑한 여자였지요. 그녀가 발명한 이동통신 기술은 현대 무선통신 기술에 유용하게 활용되었지만 정작 헤디 라마는 이 특허로 수입을 전혀 얻지 못했습니다. 한참 후에야 그녀의 공로가 비로소 인정되었죠. 

이 영화 출연 당시 19세였는데 '지구 최고의 미녀'로 불리우던 40년대와 달리 젖살이 오른 약간 풍만한 모습입니다. 몇 년뒤 '붐 타운' 에 출연할 당시는 놀랄만큼 갸름해진 외모와 조각 같은 얼굴로 여신급 미모로 완성되었죠. '엑스타시'에 출연한 이후 오스트리아의 은둔 재벌인 프리츠 맨들과 결혼하여 사실상 감금되는 바람에 계속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고 잊혀졌지만 사실상 탈출에 가까운 미국행으로 겨우 남편의 소유에서 빠져나와서 영어라고는 할 줄도 모르는 상황에서 할리우드에 대뜸 찾아가서 MGM과 계약을 맺을 정도로 당찬 여인이었습니다. '엑스타시'의 내용을 보면 마치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듯 합니다. 영화의 내용이 돈 많고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한 젊은 여주인공이 불행한 결혼생활 때문에 이혼을 하려다가 젊은 노동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거든요. 프리츠 맨들은 자기 아내의 벗은 모습이 공개되는 걸 꺼려서 막대한 돈을 주고 '엑스타시'의 복사본 필름과 전단지 등을 다 사들였다는군요. (사실상 전 세계 것은 다 사들이는 것이 불가능했을텐데) 뭐 프리츠 맨들 자신도 그 영화를 보고 반해서 결혼한 거면서 말이죠.

유성영화의 탈을 쓴 거의 무성영화 같은 작품인데 구스타프 마채티 감독은 체코 감독으로 분류됩니다. 그가 태어난 1901년 당시는 세계가 복잡하여 그가 태어난 프라하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소속이었으니까요. 나중에 체코영토가 되지요. 지금 이 영화는 체코영화로 분류됩니다. 언어는 독일어로 제작되었고.(몇 마디 대사는 없지만) 그는 러시아 영화의 영향을 받은 감독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 은근 몽타주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1920년대 할리우드에 가서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의 밑에서 공부했다고 하고 사망은 독일에서 했으니 독일, 러시아, 미국, 체코와 모두 연관된 감독인 셈이죠. 제가 뭐 그의 인종적 뿌리까지 연구할 필요는 없지요.

번역은 제법 오래전에 해 놓았는데 언젠가 슬며시 고화질본이 등장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201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의 복원필름으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든 부분이라면 단연 촬영이지요. 내용은 단순하지만 촬영은 꽤 볼만한 작품입니다.

구글 드라이브르 영상 함께 공유합니다. 

(죄송합니다. 옛날 자막을 넣다 보니 싱크가 안 맞았네요. 다시 수정해서 올렸습니다.

7월 24일 01시 45분 이전에 받으신 분들은 다시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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