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시간 (The Children's Hour , 1961) 720p.HDTV.x264-pTT 25.000 F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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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간 (The Children's Hour , 1961) 720p.HDTV.x264-pTT 25.000 F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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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미국 / 107 분
 
감독 : 윌리엄 와일러
 
출연 : 셜리 맥클레인, 오드리 헵번, 베로니카 카트라이트, 미리암 홉킨스


<아이의 시간>의 이야기는 이렇다. 카렌(오드리 헵번)과 마사(셜리 맥클라인)은 함께 기숙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오랜 친구다. 카렌은 동네의 부유한 의사와 결혼 약속을 한 상태. 하지만 마사는 학교가 잘 운영되기 시작하자 결혼을 하려는 친구가 못마땅하다. 그런데 항상 말썽을 부리던 기숙학교의 소녀가 두 사람에게 혼이 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다른 여자아이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과장해서 이야기한다. 그것은 마사가 카렌을 좋아해서 그녀의 결혼을 질투한다는 얘기였다. 한 마디로 두 사람이 동성애 관계라는 것.

두 사람은 이 소문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소문의 근원지였던 소녀의 할머니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걸지만 패소한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마사는 이 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며 카렌에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고백한다. 손녀가 거짓말을 했음을 알게 된 할머니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카렌에게 찾아와 보상을 하겠다고 말하고 마사는 현실을 괴로워하며 자살을 선택한다.  

아이의 거짓말을 기점으로 하여 이 작품이 끌어내는 것은 동성애라는 사회적 이슈다. 이 영화가 61년도 작품이니까 그 당시 동성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떠했는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영화의 핵심 소재로 동성애가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인 시대에 나온 영화인데도 상당히 진지하게 주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들에게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이 두 사람을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며 이죽대는 장면은 몇 마디 대사보다 더 많은 울림을 남긴다. 

마사의 장례식 때 카렌은 비통한 얼굴이지만 그녀를 둘러싼 많은 루머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죄의식 가득한 얼굴과 다르게 너무도 당당해 보인다. 검은 옷을 입은 살인자들 사이를 피해자이나 피해자같지 않은 고귀함으로 무장한 채 걸어나오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60년대의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동성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표현하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솔직히 내겐 동성애도 동성애지만 아이의 사악함이 표현된 작품이라는 점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순수하다고 보지만 나는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그 나이에는 뭘 모르기에 더 잔인할 수 있고 더 사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아이들이 싫다. 뭘 모르기 때문에 저지르는 그 잘못들이 싫고 그 잘못을 놓고 화를 내면 속 좁은 어른이 되기 때문에 더 싫다. 아이들이 선과 악의 경계를 '그나마' 제대로 판단할 줄 아는 성인이 되려면 '그나마' 괜찮은 성인을 만나야 하는데 점점 그럴 가능성이 더 끔찍한 아이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연극이 원작인 작품인만큼 한정된 공간과 인물이 등장하는데도 긴장감이 있고 매력적이었다. 두 배우의 연기도 뛰어나지만 정말 가까이 있었으면 패주고 싶을 만큼 얄미운 꼬마 악마를 연기한 소녀가 계속 기억이 난다. 영화가 동성애라는 소재를 분명하게 드러내기 전까지는 머빈 르로이의 <나쁜 종자>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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