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의 '도쿄 전쟁'은 일본대-도쿄대 학생들의 점거 투쟁을 뜻한다. 영어제목은 '영화로 유언을 남긴 사나이(The Man Who Left His Will on Film)'. 60년대적 정치성에 대한 성찰을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성찰과 결합한, 말 그대로 영화에 대한 영화.
동료의 기록필름에서 누군가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이 결국 자신이 본 필름에서처럼 투신자살한다는 이중적 순환구조를 지닌 이 영화는 형식의 발랄함에도 불구하고, 60년대 뉴웨이브의 만사가 되었다. 이상주의의 연대를 달려나갔던 신좌파는 이제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과격한 별종이 되어버렸으며, 투쟁을 위해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제 없다는 쓸쓸한 자각이 영화를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