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린'은 페르시아어로 '단 것/사랑(sweet)'의 뜻이라고 함
114명의 이란 영화와 연극 여배우들과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객석에 앉아 페르시아 설화를 극화한 <호스로우와 쉬린>을 보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소리로만 들릴 뿐,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여배우들의 얼굴만이 92분 동안 화면을 채운다
영화의 촬영은 키아로스타미 감독 집의 지하실에서 이뤄졌다
감독은 여배우들에게 아직 정해진 텍스트는 없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자기 마음 속의 영화 - 실생활에서 겪은 일, 사랑의 기억 - 를 그려보라고 한다
여배우 당 5~6분의 시간이 주어졌고, 마침 감독과의 다른 영화 준비로 와 있던 줄리엣 비노쉬가 동참해 이란 여배우들과 달리 크게 웃고, 더 많이 울었다고 한다
여배우들 대다수가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 감독은 감정 수련을 받은 직업배우들이고, 또한 이란 사회가 행복은 감추고 슬픔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촬영이 끝난 뒤 이란 시인 니자미 긴자비(1141-1209>의 사랑의 서사시인 <호스로우와 쉬린>을 텍스트로 정하고 6달 동안의 편집 작업에 들어간다
이미 감독은 칸 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는 옴니버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7)>에서 3분짜리 단편 <나의 로미오는 어디에?>를 통해 <쉬린>의 바탕그림을 그린 바 있다
거기서 프랑코 제페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1968)>의 대사를 썼는데, 이번에도 그 대사들과 사운드 트랙까지 쓰려고 했으나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에서 거액을 요구하는 바람에 단념하고
같은 비극적 사랑이 주제인 <호스로우와 쉬린>을 택했다
말년에 영화보다 시와 사진, 설치미술에 주력했던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 작품이 자신의 설치작품 <조문(Mourning)>과 같은 주제의 다른 버전이라 했으며
영화라기보다 이미지의 연결 작업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추카추카 1 Lucky 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