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이고 정교한 기술을 통해 예민한 프랑스적 감성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 삶과 관계의 부서지기 쉬움을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미묘한 감정들을 점진적으로 그려나간 작품이다. 클로드 소테 감독은 지극히 평범하고 평면적일 듯 싶은 이야기의 구조를 캐릭터들에 대한 뜨거운 감정을 보여줌으로써 3차원적인 상황 그 이상의 결과를 연출해냈으며 예술성을 성취했을 뿐만 아니라 관객 들의 심금을 울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헐리우드의 내러티브 전통 모델 위에 세워진 평범하고 소박한 스타일로 사회적인 문제보다는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소테 감독은 70년대 중반 이래 여자들의 독립이나 청소년 범죄에 관한 주제면에서 뿐만 아니라, 그 접근 방식에서도 영화매체에 대한 확신과 통제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92년 엠마누엘 베아르와 다니엘 오테이유가 주연을 맡은 <금지된 사랑>(92)이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