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자막 제작자 여러분들께....
오늘은 모처럼
머리 위의 벽돌 한 장이 덜어져
나머지 아홉 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매우 드문 취한 날입니다.
그래도 또 혼자 뿐인 집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서 영화를 뒤적여 보다가....
"난 뭐 하고 있는 거지? 지금 넌 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생각해 봅니다.
자막 제작자 여러분은
지금 이 시간 왜 그러고 계세요?
남들이 한 번 보고 치워 버리거나
나중엔 기억도 못할 영화들을 붙들고
이게 뭐하는 짓이죠?
당신은 능력을 드러내
인정 받기를 바라는 사람인가요?
남의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인가요?
잘난 척 하고 싶은 사람인가요?
저는 생각해보니 순전히 외로워서 입니다.
괴로움을 잊고 몰입해 애쓰다 보면, 뜨게질 처럼
어느 샌가 그 모양이 만들어지는 경험이죠.
그래서 첫 대사를 치고, 몇 년이 지나서야
완성된 자막도 수두룩 합니다.
그런데 이 곳에 포스팅 하고 나면
어김없이 또 다시 외로워 집니다.
누굴 위해서가 아닌데...
감사합니다... 뭘?
고맙습니다... 왜?
수고하셨습니다... 뭔?
고생하셨습니다... 쩝
전 더 이상 외롭지 않으면
절대 자막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외롭지 않기 어렵겠지만.... ㅋ
비울수록 찬다는 말 하지 마세요.
채우려는 게 아니라
받아 들이고 달래려는 게 이러네요.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 본 사람은
알게 되지... 여러분은 제 맘을 아시죠?
몸부림 쳤던 고흐 보다
외로움 그게 뭔데? 했던 영남이 화툿장 같은
피카소가 비싸게 팔린다면... 로댕에 대한
끌로델의 복수를 제가 할 겁니다!!
(또 오바 했네요... ㅠㅠ)
치통을 잊으려다 미적분을
완성한 파스칼 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조금만 찰랑거려도 되는데
그게 참 잘 안 되네요....
쉽지가 않아요... ㅉㅉ
7 Comments

아무리 외로워도 능력이 없으면 못 만드는...
아무쪼록 외롭지 않은 날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외롭지 않은 날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