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자막 제작자 여러분들께....

자막제작자포럼

외로운 자막 제작자 여러분들께....

S 줄리아노 7 636 2


오늘은 모처럼

머리 위의 벽돌 한 장이 덜어져

나머지 아홉 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매우 드문 취한 날입니다.


그래도 또 혼자 뿐인 집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서 영화를 뒤적여 보다가....

"난 뭐 하고 있는 거지? 지금 넌 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생각해 봅니다.


자막 제작자 여러분은 

지금 이 시간 왜 그러고 계세요?

남들이 한 번 보고 치워 버리거나

나중엔 기억도 못할 영화들을 붙들고

이게 뭐하는 짓이죠?


당신은 능력을 드러내

인정 받기를 바라는 사람인가요?

남의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인가요?

잘난 척 하고 싶은 사람인가요?


저는 생각해보니 순전히 외로워서 입니다.

괴로움을 잊고 몰입해 애쓰다 보면, 뜨게질 처럼 

어느 샌가 그 모양이 만들어지는 경험이죠.

그래서 첫 대사를 치고, 몇 년이 지나서야

완성된 자막도 수두룩 합니다.


그런데 이 곳에 포스팅 하고 나면

어김없이 또 다시 외로워 집니다.

누굴 위해서가 아닌데...

감사합니다... 뭘?

고맙습니다... 왜?

수고하셨습니다... 뭔? 

고생하셨습니다... 쩝


전 더 이상 외롭지 않으면

절대 자막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외롭지 않기 어렵겠지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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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울수록 허전하고 
비울수록 찬다는 말 하지 마세요.

채우려는 게 아니라
받아 들이고 달래려는 게 이러네요.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 본 사람은
알게 되지... 여러분은 제 맘을 아시죠?

몸부림 쳤던 고흐 보다
외로움 그게 뭔데? 했던 영남이 화툿장 같은
피카소가 비싸게 팔린다면... 로댕에 대한
끌로델의 복수를 제가 할 겁니다!!
(또 오바 했네요... ㅠㅠ)

치통을 잊으려다 미적분을 
완성한 파스칼 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주 조금만 찰랑거려도 되는데
그게 참 잘 안 되네요....
쉽지가 않아요...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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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5 Harrum  
설마 이... 이... 이... 으억...
음악 하나 놓고 갑니다.

7 HOMELANDER  
아무리 외로워도 능력이 없으면 못 만드는...
아무쪼록 외롭지 않은 날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32 빨강머리앤  
외로움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좋은 취미를 가지고 계시네요.
전 좀 부러운데요? 윗 댓글 홈랜더 님 말씀처럼
아무리 외로워도 능력이 없으면 못 하는 취미를 가지셨으니까요. 하하하..

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즐기려고 하는 중입니다.
좋은 꿈 꾸세요!
20 highcal  
"내가 재밌게 본 영화를 다른 사람들도 한 명이 됐든 두 명이 됐든 재밌게 볼 수 있게 되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내 손에서 멋지게 만들어져 나온 공작물을 보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처럼 잘 완성된 자막을 보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죠.
17 몬테  
제가 보려고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보고 싶은 영화의 자막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너무 나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3 줄리안  
감사드립니다
2 achtung  
외로움...이라...
뭔가 매우 심히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그래도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어디가서 구할 수도, 볼 수도 없는 명작들을 자막과 함께 소개해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