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뵐 때까지 행복하세요
모레 한국을 떠나기로 되어 있답니다.
미국엘 가게 됐는데...
한국의 이전의 삶을 다 버릴 각오로 떠나려하구요.
기회의 땅?
선진국, 강대국...
더 잘 살아보겠다?
이런 이유로 가는 것은 아니구요.
그냥 아마도 제가 한국에 더 있어봐야...
이전까지의 삶의 연장선 위에서
자살이나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제 인생의 남은 시간이 있다면
그 끝이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모르지만
그냥 마냥
흔히 말하는 기회가 아닌
제 인생의 전환점을 삼을 곳으로의 미국행을 결심하게 됐답니다.
미국엘 간다하니 다들 첫 질문이 이렇게 하시더군요.
"가서 뭐할 건데?"
저는 그냥 뭐든요...
엑스트라를 하든
노가다를 하든
뭐든요...
라고 하면...
두 번째 대화는 청탁(?)이 날라옵니다.
"잘되면 나 (혹은 우리 애들) 좀 데려가라."
네...
하면서 저는 밍기적 거리는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어떤 확정된 것도 없고
어떤 목표(물론 마지막으로 남은 삶에 대한 열정을 끌어모아 살아...
아니 '생존'해야겠단 목표야 있지만)도 없는 마당에...
다른 분들의 꿈까지 맡을 여력이 없으니까요.
짐 정리를 하면서...
살아오며 항상 버리지 못했던
오랜 제 추억의 시나 글도 다 찢어 버렸고
피땀흘려 모은 책이라 버리지 못했던
책들도 다 찢어 버렸죠.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여태껏 살면서
제가 있는 방
제가 그 안에 있고
제 살아온 흔적들도 있고
짐도 있고...
한꺼번에 다 태워버릴까...
라구요.
그럼 제 흔적은 다 사라지겠거니...
했었는데...
지금 마음 한 편엔...
미국 땅에서 어떻게 제가 사라져(지구상에서...) 버리면
한국 땅에서 그럴 경우
적어도 가족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민폐일터인데
그렇진 않을 것도 같단 생각도 한답니다.^^;;;
씨네스트...
그나마 제게 자막이란 것을 제작하면서
살갑게 와닿은 소중한 분들의 거처인데...
음...
미국엘 가면 컴터를 할 수나 있으려나
당분간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이렇게 겸사겸사 인사를 드린답니다.
씨네스트 식구분들 재회님을 비롯 다른 분들께도 죄송하지만...
특히나
제 상태가 이상타 싶으면 전화까지 해주시는
태상님께 가장 죄송하고...
전화 한 번 달라고 하셨는데 전화도 못드렸고
자막의 강호를 끌어들인 당사자가 저인데도
이후 챙겨 드리지도 못한
두식님께도 너무 죄송하답니다.
근데...
영어권인 미국엘 가면 제가 하고픈 일이 있어요.
작년 <Pina>를 다른 분들보다 문자화된 부분은 먼저 번역했지만
청취실력이 안 되어서 대사 누락부분은 못 채워서
마무리 못 지은 그 작품을 마무리를 짓고 싶구요^^;;;
앞으로 영어 자막 나오기만 손꼽아 기다리는
안타까움은 떨쳐 버리고
영어 자막 없어도
청취 실력을 길러서 얼른 영자막 나오기 전 작품이라도
번역하고 싶단 꿈? 목표가 있답니다.
기대하시진 마시구요 ^^;;;
무튼...
모쪼록
다들 건강하시고
비명을 지르실 만큼 행복하시길 바래요.
갔다 올게요...가 아니라
갔다 안 올게요...^^;;;
추신) 자유게시판에 김기덕 감독의 대한 글
일일히 답변드리고자 했으나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마음이 분주하고 기력이 없었답니다.
늦더라도 올려주신 고언, 고견에
답 꼭 달게요.
죄송합니다.
(한가지 변명이 있다면...
전 크롬 주로 쓰는데...
글 올려주신 분들 글에 개개별로 답변을 달려면
익스플로러를 켜야해서...
그것도 귀찮고 해서 답 못 달았어요;;;)
..........휘리릭...
감사합니다.......
4 Comments
오늘 가셨겠군요... 갑작스런 결정이신 듯 싶네요.
저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삶의 방향 전환(?)을 꿈꾸어 보지만
여러가지 상황에 묶이고 또 용기가 없어서 포기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떠나서 또 다른 기회를 가지실 수 있는 잔시님이 부럽습니다.
영어 정복(?)에 관한 꿈, 목표... 작은 일일지 모르지만 아마 잔시님을
나아가게 하는 가장 큰 기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영화관에 가서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실 수 있도록,
꼭 그렇게 되시길 바랍니다. ^^
어떻게든 상황이 되시면 씨네스트에 소식 알려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