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막제작자포럼

자막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1 관풍요 7 2915 3
며칠 전 아는 동네 형님의 아내인 형수님께
최근 나온 한국영화를 소개했더니...

형수님께선
"난 한국영화 안 봐"
라고 하시더군요...

이유인즉슨 '수준이 떨어져...'

자막 공부를 아니..
제작을 하려고 하기 전엔 
저 또한 그 형수님과 거진 같은 생각이었죠..

근데 그런 생각을 고치게 된 계기가 
자막 제작이었습니다.

제가 자막에 손을 댄 이유도
'엇 저 사람, 오역이네!'
가 아니라
'엇 저 사람, 현실에서 안 쓰는 표현썼네'
였으니까요.

자막에 손을 대면서
일부러 한국 영화를 봤습니다.

내용, 영상 보단
더욱 현실적인, 영화적인
대사에 치중하면서...

'그렇지... 저게 바로 우리가 현실에서 쓰는 말이지..'

그렇게 저렇게 배워갔습니다.

그리고 결코 한국 영화가 외국 영화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깨우침도 얻게 됐구요.

비록 영화관엔 못 가지만...

케이블에서 해주는 영화나
티비의 자막이 필요한 영상을 봅니다.

자막을 유심히 보면서...

'저 사람들은 돈 받고 자막을 만들었을텐데도...
여전히 저 ...
자막의 늪에서 벗어 나질 못하는구나...'

라고 늘상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고...
그건 프로나 아마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외국어를
우리나라 말로 옮길 때
그 늪에 빠집니다.

흔히들 
'의역이 있으니 양해해주세요'
라는 귀엽고 깜찍한 당부의 말씀을 남기시는 자막제작자분들이 많으신데..

당연 번역이란
의역을 넘어서는 창조인 것을...!!!

굳이 그런 말씀 안 하셔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늘 듭니다.

자막의 제작은.. 
번역은 취사선택, 곧
직역을 할 것인지
의역을 할 것인지
과연 이 영화 내에서 저 인물이 뭘 말하는지
어떤 용어를 쓰는지를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해봅니다.

프로나 아마나

지나친 의역으로
자신의 문체나 지식만으로 영화를 망칠 수가 있는 경우도 봤고

지나친 직역으로
이게 번역기 돌린 것인지 사람이 한 것인지 분간일 안 갈 때도 많습니다.

그 직역과 의역의 취사선택의 
갈림길에 있어서의 기준은
영화입니다.
그 영화...
그 영화에 살아있는 인물이 뭘 말하고자 하며 어떤 표현을 쓰는가?!
가 아닐까 또한 감히 생각해봅니다.

문제는 직역보다 의역에서 많이 일어납니다.

의역... 뜻풀이...
한국어화(化) 시키는 과정인데...

현실에서 아무리 유창하고 화려한 어휘를 구사하는 사람도
막상 번역을 하다보면
자신이 배운 낱말, 그 축자적인 문자적인
사어(死語)나 비문(非文)의 늪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수 많이 곱씹고 씹어 생각을 해봐도
정확한 이유를 전 찾을 수는 없으나...

아마도 그 이유는 
정확한 의미 전달과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번역에 풀어내는 과정에서의
막힘의 한계인 듯합니다.
막상 우리가 뭔 글을 쓰라고 하면 자기의 생각이 꽉 막히 듯이요..

자신 조차... 곧,
번역자 자신 조차 현실에선 그런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도
번역을 할 땐 그런 현실에서 쓰지 않는 말을 쓰게 된다는 것이죠.

그럼 그런 늪과 한계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저는 수 없이 자문합니다.

우리가 번역하는 대상은 영화[영상]이고
영화는 영화답게 번역하여야겠기에...

저는 한국 영화를 고찰합니다.

그리고 티비에서 등장하는
어떤 장르의 인물들...
그게 쇼든, 예능 프로든, 뉴스든, 교양프로든 뭐든
그네들이 쓰는 용어, 표현을 잘 귀담아 들어봅니다.

또한 현실에서
각각의 배경과 연령과 성별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용어, 표현을 분석해봅니다.

그렇게 제 정신과 몸과 마음에
깊게 비록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의 영화의 대사를
번역할 때
생기는 오류...
그 무겁게 가라앉히는 
어색하고
이상하고
비현실적인 자막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끌어당김의 힘이 가득한
늪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해봅니다.

근데....
문제는 ;;;
작년 이후 자막제작을 못 하고 있는 저 ^^;;;
저나 잘해야겠죠? ^^

태풍이 불어 온다고 합니다.

씨네스트 식구분들 아무런 피해없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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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0 롤두  
좋은 말씀입니다.

자막 제작시 그 미묘한 줄타기를 하면서도 
간혹 그 어색한 말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편리성도 있을테고 다른 나라와 문화 차이도 있고요.

글쎄요, 너무 얽매이지 않고 만드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가장 강한 태풍이 온다고 하니 
피해 입지 않게 대비 잘 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꾸벅^^
1 관풍요  
태풍 "산바"가 다시 온다는 이 시점에 이렇게
이제야 답신을 합니다...
 
이놈의 우울증에서 비롯된 무기력증은 언제쯤 끝날런지요? ㅠㅠ
 
롤두님께서 잠시 휴가(?)기간을 가지시고
다시 활동하시는 모습 너무 좋아요...
 
한 명의 관객으로서 혜택보는 것이니까요.. 헤헤..
 
한 2 주전부텀 바로 1미터도 안 되는
옆 집에 비가 오는데도 공사하네요...
 
소리에 너무 민감한 저로선...
노가다 밥을 4년 이상 먹은 저로서도..
짜증이 밀려오네요..
 
아~ 시끄러... ;;;
 
롤두님께선 줄타기에 능하신 고수신 것...
저는 알고 있어요..
 
바쁘신데 답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일교차가 심하네요.
건강하세요...
홧팅!!!
S MacCyber  
저도 한국 영화, 중국(홍콩) 영화 무시했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어정쩡한 외국 영화보다는 한국 영화가 더 잘 만들어진 게
느껴지더라구요.  기술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그만큼 발전한 게 사실이죠.
 
암튼 저도 반 년 가까이 제작을 못 하고 있는데 틈틈이 해보려고 해도 이상하게
끌리는 영화가 없네요...  ㅡ.ㅡ;   최신작, 개봉작이야 누군가 바로 할 테고,
나름 찜 해놓은 영화들은 원자막이 없고... 조만간 뭔가 생기겠죠. ㅎ
1 관풍요  
끌리는 영화를 넓혀보세요!!!^^;;;
 
눈을 크게 뜨시란게 아니라...
눈을 좁게 ..
아니 더 밖으로 향한 눈을 닫으시고
맥사이버님의 삶 자체로 눈을 돌리심이 좋지 않으실까
감히 생각해 봐요.
 
끌리시는 영화가 없으시단 것은...
그만큼 현재의 삶이 각박하고
숨이 콱콱 막히고
메마르시단 것이고...
맥사이버님의 삶이 고달프시단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본답니다.
 
곳간에 인심난다고...
아무리 의지로서
무언가 하려고 해도...
맥(사이버)님의 사명감인 자막제작을 하시려 해도
 
삶이 고달프면
그게 겉으로의 생활의 문제이든
안으로의 자신의 문제이든
눈에 들어오지 않지 않을까요?
 
시건방진 말씀 너무너무 죄송하구요...ㅠㅠ
 
다만...
제가 맥님께 빚을 진게 있기에
늘 죄송하답니다.
 
갖은 탄압 속에서 꿋꿋이 제작을 해주신 분인데...
 
도와 드리기로 했었는데...
 
언제나 저는 약속을 못지키는 놈입니다 ㅠㅠ....
10 빔나이트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은 모르겠지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는 많이 걸러가면서 들어야 합니다.
잘못된 우리말 표현들이 의외로 많이 들리거든요.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는 특히 더합니다.
공중파 방송사들이 5분 정도로 짤막하게 방영하는 우리말 바로 익히기 프로그램들을 보면,
우리말 표현의 틀린 예로 드라마가 많이 거론됩니다. 옛날에는 우리말 사용이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되었지만,
요즘은 자연스러운 일상을 반영한다는 취지 아래 일상적인 어휘부터 인터넷 신조어까지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러운 언어 사용으로 인해 부담없이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잘못된 우리말 표현이 여과없이 그대로 텔레비젼으로 방영되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포함하여 각종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을 통하여 우리말 표현을 다양하게 알려면,
우리말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적당히 걸러서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너무 딱딱해지지 않도록 적절하게 의역을 가미하는 센스가 중요해요.
그게 엄청나게 어려워서 문제죠. ;;;
 
P.S.) 저는 요새 KBS 1TV에서 방송되는 우리말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의외로 많은 것을 배워요.
1 관풍요  
타산지석이란 말이 생각합니다.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은 모르겠지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는 많이 걸러가면서 들어야 합니다.
==> 뉴스나 교양 프로도 저는 오십보 백보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예능 프로는 더 하구요.
백수인 저로선.. 현재 백수이자... 아니..
근간 노가다를 하면서도 수 년간 티비 없이 지낸(노무현 대통령 서거도 3일 지나서 구멍가게에서 알았어요..) 저로선
작년 이사온 이 놈의 원룸에 이미 설치된 티비 덕분에..
연구 차원에서 그냥 육체와 정신에 지친 삶의 차원에서
티비를 갖가지 많이 본답니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이...
 
잘못된 우리말 표현들이 의외로 많이 들리거든요.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는 특히 더합니다.
==> 잘못된 우리말 표현은 저는 의외가 아니라 당연 많이 들리고
예능이나 드라마 더 심하다 생각합니다.
 
각설하구요...
저 또한 우리말 퀴즈를 자막제작을 위해 즐겨 보긴 했답니다.
헌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과연~~~
저런 말을 우리가 현실에서 쓸까?!!!
였습니다.
 
그렇다고 신조어, 외래어, 외국어, 비표준어가 범람하는 현실에서
그렇게 영합해서 자막제작을 해야할까?
 
자막제작이란 것은..
그 결과물은 교과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껏 저는 표준어를 자막에 적용하기 위해서
빔나이트 마냥 노력했습니다.
우리말 퀴즈도 열심히 봤구요.
 
하지만 이제는...
정반합!
 
뭐가 옳은 한 국가에 소속된 인원으로서
외국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란
의문을 더 해보게 됐구요.
 
구어체를 쓰되...
그게 표준어나 현재 사용되는 안타까운 현실, 곧
외국어 범람의 한국어 속에서...
일깨우는 자막을 제작하기로
계몽하기로 작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 코가 석자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네요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자국의 언어를 알고
외국의 언어를 알면
자국민 對 자막제작이나
위국민 對 자막제작이나
백전백승하지 않을까 저는 싶답니다.
 
또 태풍이 온다는데...
우중충한 날씨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1 아기쮸  
동감되는 얘기네요
자막을 제작하다 보면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를
그대로 직역해야 스토리상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란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는거 같아요
하지만 중요한건 전달이겠죠
그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려고 하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머리 부셔지는 작업이 아닐까 싶네요
전 자막 만들때 직역을 하고 그다음에 의역을 다시 한번 해요
아무리 외국말이지만 직역을 하면 상당히 딱딱해 지잖아요
한번은 제가 올린 자막에 이런 댓글이 적혀있더군요
반말했다 존댓말했다 보기 싫어서 중간에 꺼버렸다고
외국어는 전부 반말이지만 우리나라는 반말과 존칭이
어우러져 있어서 공적인 업무자리에선 존칭을
사적인 자리에선 등장입물을 반말로 해놨더니
그게 맘에 안드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아~~ 자막의 정석은 없나봐요
기준이란게 있음 참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