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틀리는 우리말 사용 예

자막제작자포럼

자주 틀리는 우리말 사용 예

1 아지랑이 10 7179 4
요즘 모 보험사의 TV 광고에 '벌금이 나오셨다고요?'란 말이 나옵니다. 어느덧 벌금도 나오시는, 주객전도의 시대가 됐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 <국가 대표>, <워낭 소리>, <해운대> 등의 우리말 자막은 띄어쓰기는 물론 맞춤법마저 틀린 게 곳곳에서 보이더군요. 한글 내장 자막이 제대로 된 한국 영화는 거의 없다는 게 맞는 말일 겁니다. 대중가요 가사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연] 하늘을 날으는>나는
[촛불 잔치] 촛불 잔치를 벌려 보자>벌여 보자
[상록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푸르른 날]에 나오는 푸르른>푸른(서정주 시인이 맞춤법에 얽매이지 않고 시어로 쓴 것임)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의 거치른>거친
[작은 바램]의 바램>바람
[녹슬은 기찻길]의 녹슬은>녹슨
[첫눈이 온다구요]의 온다구요>온다고요
그 밖에 '설레이다', '개이다', '헤매이다'는 북한어. 우리말은 '설레다', '개다', '헤매다'. '오뚜기'라는 상표와 '설레임'이란 음료 때문에 이게 표준어인 줄 알지만 실은 '오뚝이'와 '설렘'이 표준어. 또 '어디에다'의 줄임말은 '어따'가 아니라 '얻다'인데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낱말이라 함.
 
그럼 대한민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KBS의 자막은 어떨까요? 오락 프로그램은 제대로 된 자막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이며 뉴스나 다큐도 오락 프로그램보다는 낫지만 낯 뜨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이 많이 보는 <미녀들의 수다> 자막은 띄어쓰기는 물론 맞춤법까지 우리말 파괴 그 자체이며 <걸어서 세계 속으로> 자막은 아직도 미궁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그런 KBS에서 한국어 시험을 주관하는 희극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EBS의 <세계 테마 기행>도 프로그램은 좋은데 그 프로그램을 망칠 정도로 자막이 한때 엉망이었는데 다행히 요즘엔 좋아졌습니다.
 
저도 우리말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 부지런히 사전을 찾아보는 사람이지만 이곳에 드나들 정도라면 더 나은 영화 자막에 대한 열정이 많은 분들이라 생각해 자막 만드는 분들이나 수정하는 분들이 자주 틀리는 우리말 예 몇 가지만 간추려 올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맞춤법 =
 
1. [너두, 나두, ~냐구, ~다구, ~라구, ~려구, ~자구, ~구요] 등의 'ㅜ'는 서울/경기 사투리이므로 전부 'ㅗ'로 바꿔야 맞습니다. [너도, 나도, ~냐고, ~다고, ~라고, ~려고, ~자고, ~고요]가 바른 표현입니다. 초점은 다르지만 삼춘>삼촌(三寸), 사둔>사돈(査頓). *雙童의 한자 발음은 '쌍동'이지만 우리말은 '쌍동이'가 아니라 '쌍둥이'가 맞습니다. 이건 '사글세'처럼 많은 사람들이 쓰는 발음대로 바꾼 건데 안 바꾼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쌍동이.
맞구요> 맞고요, 틀리구요> 틀리고요, 할 거구요>거고요, 하구요>하고요, 나두요>나도요 * 이걸 1번으로 넣고 한 번 더 예를 든 까닭은 이 표현이 방송 자막이나 SUB 자막에도 빈번히 나올 정도로 그 오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2. ㄹ께>ㄹ게(이것도 방송이나 SUB 자막에 심심찮게 나옵니다)
곧 갈께>갈게, 내가 할께>할게
 
3. 놀래키다, 겁시 나(또는 겂이 나), 허나, 헌데 등도 사투리이지 표준말이 아닙니다. 놀래키다>놀라게 하다, 겁시나> 겁이 나, 허나>그러하나, 헌데>(그러)한데 * '거시기'나 '시방(時方)은 표준말.
 
4. 어미 '에요'와 '예요'의 혼동. 명사 다음에 어미 '에요'가 올 경우엔 그 사이에 서술어를 만들어 주는 서술격 조사 '이'가 결합하는데 받침이 없는 말 다음에서는 '이에요'가 줄어 '예요'가 되지만 받침이 있는 말 다음에선 줄어들지 못함. 즉, 자음 뒤에는 '이에요', 모음 뒤에는 '예요'를 써야 함. '이예요'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말.
갈 거에요>거예요, 이게 뭐에요?>뭐예요?, 난 철수에요>철수예요, 난 갑돌예요>갑돌이에요.
* 어디 가니? 제주에요. (이 경우엔 '예요'가 아니라 '에요'가 맞음. 방향을 나타내는 조사 '에'+종결어미 '요')
 
5. 'ㄹ런지', 'ㄹ련지', 'ㄹ른지'는 'ㄹ는지'의 잘못된 표현
할런지>할는지
 
6. 선택의 '든(지)'와 과거의 '던(지)' 혼동.
네가 가던 말던 난 상관 안 한다>가든 말든, 어제는 얼마나 춥던지!(O)
 
7. '바라다'와 '바래다'의 혼동.
네가 이걸 해 주길 바래>바라, 나의 바램은>바람은, 색이 바래다, 집까지 바래다 줬다
 
8. '되'와 '되어'의 줄임말 '돼'의 혼동.
이렇게 하면 되>돼, 그렇게 하면 안 돼지>되지
 
9. 어미 '데'와 '대'의 혼동.
녀석이 솜씨가 아주 좋데.(화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로 '더라'의 뜻)
왜 이렇게 춥대?(놀람)
녀석이 아주 똑똑하대.('다고 해'의 줄임말로 남이 말한 내용을 전달할 때 사용)
 
10. 연결어미 '이요'와 종결어미 '이오'의 혼동.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自主獨立)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 예컨대 '뭐 먹니?'의 답변 예에선 '밥이오'나 '밥요'가 맞는 표현이며 '밥이요'는 틀린 표현. '밥요'에서 '요'는 종결어미 '이오'의 줄임말.
* 이것과 비슷해서 그런지 많이 틀리는 게 'ㅂ시요'. 'ㅂ시오'가 맞습니다. 어서 오십시요>오십시오.
* 이것과 착각하기 쉬운 <제가 하지요>(줄임말 '죠') 등의 '지요(죠)'는 별개의 종결어미입니다. 하지오(X)
 
11. '왠'과 '웬', '아니요(줄임말 아뇨)'와 '아니오'의 혼동.
'왠지'만 빼곤 다 '웬'임. 웬 떡, 웬일, 웬걸, 웬만.
'예'의 반대말은 '아니요(줄임말 아뇨)'지 '아니오'가 아님. '아니오'는 서술어로만 쓰임.
 
12. 바람(담배)을 피다>피우다, 몇일>며칠, 삼가하다>삼가다, 있다가>이따가 등등... * '여기 있다가 갈게'의 경우 등에선 '있다가'가 맞음. 또한 '그렇지'는 '그러하지'의 줄임말이므로 이중 줄임 불가에 의해 더는 줄어들지 못함. 따라서 '그치'는 잘못된 표현. 줄임말은 '그렇지'에서 끝남.
 
= 띄어쓰기 =
 
1. '동안'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지'와 어미 [ㄴ지, ㄹ지, ㄹ는지]의 혼동
영화를 본 지 석 달이나 됐다.(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함)
네가 누군지 모른다.(어미이므로 붙여 써야 함)
비가 와서 가야 할지 모르겠다.(어미이므로 붙여 써야 함)
비가 올는지 자꾸 허리가 쑤시는구나.(어미이므로 붙여 써야 함)
 
2. '것을'의 줄임말 '걸'과 느낌의 종결어미 [ㄴ걸, ㄹ걸, 는걸, 을걸]의 혼동. 어미 'ㄴ바', '는바'와 의존명사 '바'의 혼동.
갈걸 그랬어>갈 걸(것을)
그것 꽤 괜찮은 영화인 걸>영화인걸
미리 공부해 둘 걸>둘걸
눈이 많이 내렸는 걸>내렸는걸
그는 내 친구인 바 내가 잘 안다>친구인바('ㄴ바'는 'ㄴ데'의 뜻을 지닌 어미)
영화가 상영되는 바 모두 자리에 앉으시오>상영되는바('는바'는 '니까'라는 뜻을 지닌 어미)
맡은 바 책임을 다하다(의존명사)
 
3. '그전(과거)'과 '그 전', '다음 날'과 '다음날(미래)' 등은 다른 뜻.
 
4. 어미 '는데'와 의존명사 '데'의 혼동.
눈이 오는데 가도 될까?(어미이므로 붙여 써야 함)
여기까지 오는 데(에) 얼마나 걸려?(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함. '데' 대신에 '데에'나 '일에'란 단어를 넣어 말이 통하면 의존명사)
 
5. '한 번', '한 잔'은 횟수를 나타낼 때에만 띄어 씀.
영화 한 번 보러 갈까?>한번(횟수의 뜻이 아니므로 붙여 써야 함)
한잔할까?(간단하게 한 차례 차나 술을 마시다는 뜻으로 붙여 써야 함)
여기 커피 두 잔과 녹차 한 잔 줘.(이때는 띄어 써야 함)
 
6. 잘하다, 못하다, 잘되다, 잘못되다, 못되다, 잘생기다, 못생기다, 잘나다, 못나다, 집안일 등은 두 단어가 합쳐져 다른 뜻을 지니므로 붙여 씀. 이곳, 저곳, 그곳, 이자, 저자, 그자, 이분, 저분, 그분, 땅속, 물속, 산속, 가슴속, 창밖, 아무것, 별일, 별것(거), 이때, 접때, 그때, 이번, 다음번, 빨리하다, 함께하다, 같이하다, 문제없다, 일없다 등등도 한 단어로 굳어진 합성어이므로 붙여 씀.
 
7. 조사 '밖에'는 체언에 붙여 써야 함.
내게는 너 밖에 없다>너밖에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수밖에
* 저 밖에 있는 사람은 누구냐?(이때는 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함)
 
8. 의존명사 '뿐'과 조사 '뿐'의 혼동.
그저 웃고만 있을 뿐(용언 뒤에 있으니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함)
쓸 뿐만 아니라 시다( " )
믿을 건 오직 실력뿐이다(체언 뒤에 있으니 조사이므로 붙여 써야 함)
너뿐만 아니라 그 사람도( " )
 
9. 의존명사 '만'과 조사 '만', 보조형용사 '만하다'의 구별.
이게 얼마 만이냐?(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함)
화를 낼 만도 하다.(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함)
울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다.(조사이므로 붙여 써야 함)
집채만 한 파도(조사이므로 붙여 써야 함)
읽을 만한 책(보조형용사이므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써도 됨)
읽을만한 책(보조형용사이므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써도 됨)
* 보조용언 '듯하다', '척하다', '성싶다', '법하다' 등의 용법도 '만하다'와 같음.
 
10. [커녕, ㄴ커녕, 는커녕, 은커녕]은 조사, [자마자, 다마다,고말고]는 어미, [쯤, 째, 짜리]는 접미사이므로 붙여 써야 함.
밥은 커녕>밥은커녕, 출발하자 마자>출발하자마자, 좋다 마다>좋다마다, 알고 말고>알고말고, 내일 쯤>내일쯤, 뿌리 째>뿌리째, 몇 째>몇째, 얼마 짜리>얼마짜리, 만 원 짜리>만 원짜리
 
11.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 '안'과 '못'. '안'은 '아니'의 줄임말로 부사로 쓰일 경우엔 반드시 띄어 써야 함. '장사가 안돼'나 '그 사람 참 안됐어'의 '안되다'는 한 단어로 별도의 용언임. 부사 '못'도 용법은 마찬가지. [못하다, 못되다, 못나다] 등도 한 단어로 별도의 (보조)용언임.
그럼 안되지>안 되지, 안돼>안 돼(당연히 위에서 설명한 동사 '안되다'와는 다른 뜻임), 난 못가>못 가, 난 못 해(하고 싶지 않다: 부사+동사), 못해(할 능력이 없다: 동사) (* '못하다'가 '지'와 '다' 뒤에서는 보조동사나 보조형용사이기에 무조건 붙여 써야 함. 알지 못 해>못해, 보다 못 해>못해)
 
12. 그 밖에 '내 것(거)'을 '내꺼' 식으로 띄어쓰기도 무시하고 소리 나는 대로 쓰거나 영어식의 단어별 띄어쓰기에 익숙해져 붙여 써야 하는 조사마저도 '나는 철수 입니다' 식으로 잘못 띄어 쓰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건 이 내용에 포함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을 정도로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이러한 표현들이 너무 자주 눈에 띄길래 집어넣었습니다.
 
* 다음은 여담입니다. 어떤 언어든 말보다 글이 어려운 건 당연한데 우리글은 불규칙용언과 띄어쓰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집니다. 외국인에겐 여기에 높임말이 추가됩니다. 띄어쓰기의 오묘함과 복잡함 때문에 맞춤법 검사기가 제대로 작동을 못 하는 게 우리말입니다. 검사기 프로그램 자체 문제도 있습니다. 프로그래머가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데 아직도 '하지만'이나 '결국' 등의 낱말 뒤에 반드시 반점을 찍어야 한다고 엉뚱한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자막이 아닌 일반 문장에서도 과도한 반점은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문맥상 꼭 필요한 곳에서만 쓰면 됩니다.
 
'띄어쓰기'란 단어는 한 단어로 굳어졌으므로 붙여 써야 하고 '띄어 쓰다'는 띄어 써야 합니다. '띄어쓰기하다'는 붙여 써야 하고요. 우리말의 띄어쓰기,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시험 삼아 하다' 뜻의 '해 보다'와 '싸우다'는 뜻의 '해보다'는 엄연히 다르지만 보조용언은 붙여 쓸 수 있으므로 '해보다'로 붙여 쓰면 그 뜻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무난하게 우리말을 사용하는 셈이 됩니다. 또 다른 예로 '봐 주다'와 '봐주다'가 있습니다. '우리 애 좀 봐 줘', '너그러이 봐줘'에서 '봐 줘'와 '봐줘'는 다른 뜻이지만 이것도 두루뭉술 '봐줘'로 붙여 써도 됩니다. 반대로 띄어 쓰면 하나는 맞게 쓰는 것이지만 다른 하나는 틀리게 쓰는 게 되니까요. 이러다 보니 사람들이 뜻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정확한 띄어쓰기 대신 일단 붙여 쓰고 보는 띄어쓰기에 집착하게 됩니다.
 
'지난주, 달, 해'는 붙여 쓰는데 '다음 주, 달, 해'는 띄어 써야 하고 '창밖, 산속'은 붙여 쓰는데 '집 밖, 숲 속'은 띄어 써야 합니다. '이 중, 저 중'은 띄어 쓰는데 '그중'은 붙여 써야 합니다. 여기에 띄어 쓰는 걸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도 있는 보조용언까지 합세하면 더 골치가 아파집니다. '잊어버리다, 잃어버리다, 도와주다, 물어보다, 찾아보다' 등은 한 단어로 굳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붙여 써야 하는데 붙여 써야 할 합당한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버려두다'란 낱말을 찾아보면 설명 중에 '놓아 두다'라고 띄어져서 나오는데 그 사전에 따르면 붙여 쓰는 '놓아두다'란 낱말이 따로 있습니다. 또한 '놈'이란 낱말을 보면 용례에 '그 놈', '고 놈'이라고 띄어져 나옵니다. 그런데 붙여 쓴 '그놈'과 '고놈'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렇듯 사전의 내용과 앞뒤가 안 맞는 용례가 부지기수인데 이건 띄어쓰기에 관해서는 사전 만드는 전문가들도 사전을 보지 않으면 틀릴 정도로 그 체계와 일관성이 엉망이라는 반증입니다. 우리말 띄어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면 매번 사전 찾아보는 대신 모든 보조용언을 붙여 쓰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러면 최소한 틀리게 쓴다는 말은 안 들을 테니까요.
 
이왕 골치 아픈 띄어쓰기 얘길 하는 김에 조금만 더 하겠습니다. '소용없다'는 붙여 쓰는데 그 반대말인 '소용 있다'는 주격조사 '이'가 중간에 생략된 걸로 간주하여 띄어 써야 합니다. 그럼 '필요 없다'는 어떨까요? 이건 띄어 써야 합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필요 있다'도 띄어 써야 합니다. 초점은 다르지만 '필요하다'는 형용사니까 당연히 붙여 써야 하고요. '오락가락하다'는 붙여 쓰는데 같은 뜻인 '왔다 갔다 하다'는 띄어 써라? '고함지르다'는 붙여 쓰고 '소리 지르다'는 띄어 써라? '작살나다'는 붙여 쓰고 '박살 나다'는 띄어 써라? 어쨌든 그 일관성 없음에 머리가 빙빙 돕니다. 이쯤 되면 제대로 된 띄어쓰기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현명합니다.('상관없다'와 '관계없다'의 반대말인 '상관있다'와 '관계있다'는 어느새 붙여 쓰는 걸로 바뀌었음. 반면에 '관계있다'와 같은 뜻인 '관련 있다'는 아직도 띄어 써야 함.)
 
우리말을 잘못(또는 잘 못) 쓰는 백성을 탓하기 전에 우리말 관련 기관들, 대오각성해야 합니다. 내로라하는 우리말 달인들도 사전을 찾아보지 않으면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겁니다. 띄어쓰기만큼은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일관된 체계를 세워 주는 게 무엇보다도 시급합니다. 이 글의 올바른 띄어쓰기를 위해 제가 우리말 사전을 수십 번 찾아봤다면 믿으시겠는지요? '잡아가다'나 '잡혀가다'는 붙여 쓰는데 반대말인 '잡아 오다'와 '잡혀 오다'는 띄어 쓰고 '손보다'와 '손대다', '손쓰다'는 붙여 쓰는데 이 말들처럼 별도의 뜻까지 지닌 '손 떼다'와 '손 털다'는 띄어 쓴다는 게 말이 되는지요? '주다'의 높임말인 '드리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예문에 친절하게 '도와 드리다'로 띄어져 나옵니다. 그런데 그 말의 뿌리인 '도와주다'는 붙여 써야 합니다. 그 일관성 없음에 할 말을 잃고 맙니다. 정말이지 한글 관계자들과 국립국어원 직원들의 밥이 아깝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그중'이 우리말 표준어 규정 본문에는 '그 중'이라고 띄어쓰기가 돼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엔 '그중'이라고 붙여져 있습니다. '그 중'은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여럿 가운데'란 뜻이고 '그중'은 '범위가 정해진 여럿 가운데'라고 온라인 가나다에서 설명하던데 '그'라는 말 자체가 이미 범위를 정하고 있기에 면피성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이유는 한자어에서 온 '개중'과 '기중'이라는 단어와의 일관성 때문인데 일관성 차원이라면 차라리 우리말 기준으로 띄어 쓰도록 하는 게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외래어 표기법엔 '원지음'이라는 희한한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현지 발음'을 뜻하는 한자어 '原地音'으로 추측되는데 문제는 이게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국적 불명의 낱말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원지(原地)'라는 우리말도 없습니다. 국민들이 사용하는 낱말이 빈약하다고 생각해 관련 기관에서 새로 만든 것일까요?
 
<받다, 드리다, 당하다> 등이 행위 성격을 지닌 명사 뒤에서 접사로 쓰일 때 일부 낱말은 사전에 없어 붙여 쓰느냐, 띄어 쓰느냐를 놓고 많이들 헤매는 나라.(예:교육받다, 훈련받다. 사실 접사가 붙은 파생어도 사전에 다 실어야 합니다. 몇 개 되지도 않는데 싣지 않는 건 태만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사전에 없는 '자랑스러워하다'를 붙여 써야 할까요, 띄어 써야 할까요? 붙여야 합니다.)
 
<축하하다, 감사하다, 부탁하다> 등에서 파생되어 굳어질 대로 굳어진 높임말 <축하드리다, 감사드리다, 부탁드리다> 등을 접사 '드리다'가 '하다'가 아닌 '주다'의 높임말이라 말의 구성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십 년째 사전에도 못 올리고 '하다 근본주의'만 붙잡고 되도록이면 '축하하다' 등으로 쓰라고 아직도 국민을 계도하고 있는 나라. '드리다'의 뜻풀이만 '주다'뿐만 아니라 '하다'의 높임말로도 가끔 쓰인다고 폭넓게 해 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이거늘... 우리말 바르게 쓰려다 싸가지 없는 사람 되기 십상입니다. 가슴 아프지만 이게 한글 관계자들과 기관의 적나라한 실태입니다. '몸치', '떼부자' 등의 낱말을 언제쯤 사전에 올릴 것인지... '썅' 같은 일부 비속어도 사전에 실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외국인이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봤는데 안 나온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아래는 네이버와 다음의 표준어 규정 URL입니다. http://krdic.naver.com/help.nhn?kind=21#part2-1 http://krdic.daum.net/dickr/rule.do?m=standard&n=2 '끄나풀'과 '셋째'를 보십시오. 망연자실입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다른 내용은 믿을 수 있을까요? 맞춤법 등 우리말 규정을 보고 싶으면 네이버나 다음 대신 아래 URL의 국립국어원 사이트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korean.go.kr/08_new/index.jsp 표준국어대사전과 정보 마당의 어휘 검색과 용례 검색, 온라인 가나다 등은 그래도 유용합니다.(온라인 가나다의 경우 틀리게 설명한 경우도 가끔 있고 앞뒤의 설명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으니 검색으로 여러 답변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함. 그만큼 우리말 띄어쓰기가 일관된 체계가 없어 어렵다는 얘기. 사전 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건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볼 땐 긍정적임.)
 
* 제가 잘못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 참 뭐하군'이나 '그만하면 됐어'의 '무엇하다'(줄임말 '뭐하다')와 '그만하다'가 전엔 형용사였는데 이젠 동사로까지 확대됐더군요. '그만하다'는 이게 합리적이겠지만 '뭐하다'를 동사로까지 넓힌 것은 실수입니다. 이제는 '그럼 뭐 해?'가 아니라 '그럼 뭐해?'. 그런데 온라인 가나다에선 아직도 바뀐 사전과 다르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우리말 일일이 손봐서 올린 자막이 졸지에 이상한 자막이 돼 버리니 기분 참 뭐합니다. 또 '헐리우드'와 '짜장면' 대신 '할리우드'와 '자장면'으로만 표기해야 하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예외 없는 1음운 1기호 원칙은 언제나 고칠 것인지... '가톨릭'과 '예수'는 굳어진 말이라고 해서 이게 표준어입니다. → 2011년 8월 31일부로 '짜장면'도 표준어가 됐습니다. 새로 추가된 표준어에 관해선 아래 표를 참고하시기를...
 
'수백'이나 '수천'에서의 '수'는 한자에서 온 접사입니다. 한편 순수한 우리말인 '몇'은 수사이자 관형사입니다. 접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의문을 나타낼 때뿐만 아니라 막연할 수를 나타낼 때에도 '몇 백', '몇 천'으로 띄어 써야 하는데 온라인 가나다에선 막연한 수를 나타낼 때엔 붙여 쓰라고 합니다. 접사가 아닌데도 '수'처럼 붙여 써라? 붙여 쓰려면 사전의 내용을 먼저 접사로까지 넓혀 줘야죠. 접사가 아니므로 당연히 사전의 용례에선 띄어 씁니다. 그런데 이것도 '그중'처럼 굳이 한자어에서 온 말과의 일관성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무튼 이것도 사전 따로, 온라인 가나다 설명 따로입니다.
 
우리말 글쓰기에 관한 한 국가 기관, 학자를 비롯한 한글 관계자, 방송국, 주요 인터넷 사이트, 국민, 이 모두가 총체적으로 부실합니다. 교수나 작가, 기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나랏님들의 무능은 뒤로하고 파급력으로만 본다면 그 해악이 가장 큰 것은 방송과 영화의 자막입니다. 영화 자막의 파급력은 방송 자막에는 못 미치지만 신문보다는 클 겁니다. 그런데 요즘 정식 SUB 자막을 보면서 고교생도 그 정도 번역은 하고 중학생도 그 정도의 맞춤법 및 띄어쓰기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전 개인적으로 정식 SUB의 오역은 참을 수 있어도 우리말에 관한 큰 실례(어려운 띄어쓰기 말고 기본적인 맞춤법 및 띄어쓰기 무시)는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아마추어가 아닌 직업인이니까요.
 
어떻게 같은 프로에서 잘못된 자막을 계속 내보낼 수 있는지, 번역의 질이나 오역은 논외로 하더라도 어떻게 기본적인 맞춤법 및 띄어쓰기를 무시한 자막이 정식 SUB로 계속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파급력 측면에서 볼 때 이건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물론 누구나 실수할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심오한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도 아닌, 바로 우리가 늘 사용하는 우리의 얼굴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사전에 충분한 검증이 가능한데도 걸러지지 않고 통과되는 그 내부 체계가 납득이 안 됩니다. 관계자가 아닌, 방송국 직원들이나 배급사 직원들은 나중에라도 자기 방송국 프로그램이나 자기 회사 배급 영화는 안 보는지, 그러고도 부끄럽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제가 보건대 방송국 오락 프로그램 자막 제작자 8할 이상, 영화 정식 SUB 제작자 절반 이상은 바꿔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잘못의 방치는 시청자나 관객에 대한 희롱이며 한글과 세종대왕에 대한 모독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영화심의위원회, 더 나아가 문광부 등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유먀무야로 넘어가는 우리나라에 대해 끝 모를 절망감을 느낍니다.
 
답답한 마음에 푸념이 길어졌는데 우리말에 관한 내용으로 돌아오면, '야 해'로 바꿔 말이 되면 '야 돼'를 '야 해'로 로 바꿔야(예를 들면, 가야 돼>가야 해) 하고 '최선을 다하다'가 일본식 표현이라 '온 힘을 쏟다'로 바꿔야 하며 영어식의 '더 이상' 대신 '더'나 '더는'을 사용해야 한다는 등의 논란도 있긴 한데 이미 굳어진 말이라 큰 의미는 없을 듯합니다. 언어도 바뀌니까요. 우리말 현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예서 맺습니다.
 
벌금도 나오시는, 거만한 시대에 더 나은 자막과 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하여...
 
@@= 후기 =@@ 최근에 방영된 KBS의 [추노]란 드라마의 첫머리에 <8년만에, 한 달만에>란 자막이 나옵니다. 여기서 '만'은 띄어쓰기 9번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의존명사이므로 <8년 만에, 한 달 만에>로 띄어 써야 합니다. 또한 바로 뒤이어 '도망 노비'란 표현이 한 번은 붙어서, 한 번은 띄어서 나옵니다. 띄어 써야 맞는 거지만(둘 다 한자어로 이루어진 말이라 붙여 써도 큰 상관은 없음) 그 일관성 없음에 할 말을 잊습니다. 그 사이에 딱 두 낱말이 들어 있을 뿐인데... 제 나라 말도 거르지 않고 녹화방송을 내보내는 공영방송이 이 세상에 KBS 말고 어디가 또 있을까요! 부끄러운 나라입니다.
 
※ 다음은 2011년 8월 31일에 국립국어원에서 추가한 표준어 내용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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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S MacCyber  
네, 좋은 말씀이고 좋은 자료입니다. ^^
저도 작업할 때마다 헛갈리는 것들을 찾아보게 되어 위 내용 중 많은 부분에서 어느 정도
개념이 잡혔지만 그래도 여전히 혼동됩니다.

제 경우에는, 자막을 일상의 대화와 비숫하게 하기위해 일부러 틀리게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가...'를 '니가...'로 씁니다. 실생활에서 '네가...'를 구분해 쓰는 일이
사실상 없으니까요. 위에서 지적하신 '내꺼'도 같은 맥락이구요.

그리고 자막의 길이는 짧을수록 좋기 때문에 어떤 때는 한 칸 띄어쓰는 게 좀 안타까운(?)
경우도 있죠. ㅎ 하지만 무리가 없다면 아는 원칙이라도 지키려고 합니다.
매번 맞춤법 때문에 지식검색이나 맞춤법 검사기도 여러번 해보지만 그래도 완벽할 수 없고,
또 그만큼 어려운 것이 우리말 같습니다.
1 고운모래  
노력은 해보지만 이제는 머리가 굳어서인지 봐도 봐도 정말 어렵죠. ㅠ.ㅠ

감사합니다.
38 BullDog  
한글 참 어렵죠. 우리말을 우리가 잘 모르니...
그리고, 어색하고 맞지 않는 것도 참 많아요. 다른 건 다 그렇다 하더라도
'네가'나 '바라' 등은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할 때, '니가'와 '바래'로 말하기 때문에
이런 건 좀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잠수중  
정말 한글 참 어렵네요....^^;
1 께봉이삼촌  
요즘 TV 쑈프로 등에 나오는 멘트 성 자막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작업하는 자막이라는 것 자체가 글이 아닌 '말'을 화자가 말하는 내용, 의도, 느낌 등에 맞게 옮기는 것이므로, 반드시 문법이나 맞춤법에 얽매여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자막 번역은 책 번역과는 얘기가 좀 다르다는 거죠. 문학 작품 등에서 조차도 등장 인물의 대사 등은 구어체로 표현하는 것처럼, 가능하면 맞추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 보다 자막으로 영화의 내용과 느낌을 원작의 뜻과 의도에 맞게 우리말로 제대로 전달하는 게 더 우선시 되어야 할 것 같다는 겁니다.
4 금덩이  
정리를 잘 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맞춤법 8번 같은 경우는
'되'와 '돼' 대신에 '하'와 '해'를 넣어서 말이 되는 쪽으로 쓴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42 김판섭  
그러고 보니 한글도 쉽지 않네요. ㅎㅎ
1 cyrano  
글을 쓸 때 항상 헛갈려 하던 것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참고 하겠습니다...^^
3 europaa  
두고두고 봐야 할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1 WAP이슬비  
우리말겨루기 11대 달인입니다
영화 자막 제작하시는 분들은 그런대로 맞춤법 많이 지키세요
그런데 미드 자막은 심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폭시스마일 님 자막 드라마 즐겨 봅니다
제가 가장 신경쓰였던 부분은 어떤 제작자 분의 2음절짜리 대명사를 꼭 띄어쓰시는 분이 있는데,
아무리 수정 요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더군요 ㅋㅋ (그것, 그쪽, 이곳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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