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가기 싫어지는 요즘

자막제작자포럼

영화관 가기 싫어지는 요즘

1 라이트엎 13 4553 1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정말 요즘은 더 영화관 가기가 싫어지네요
무슨 번역을 그따구로 해놓는지...
아무리 관객들이 자막을 읽는 시간이 짧아서 대사를 줄여야한다지만
아주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의도를 깔아뭉개버렸더군요
예를 하나 들어보죠.

"You do what you have to do, but we need milk.
so on your way home, i want you to bring a gallon"

덴젤 워싱턴과 존 트라볼타 주연의 펠햄123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가버 역의 덴젤 워싱턴이 인질범인 라이더(존 트라볼타)에게 돈을 건내주러 가면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며 아내에게 통화를 하는데
이때 아내가 가버에게 건내는 말입니다.

직역을 해보죠.
"당신은 필요한 일을 하세요, 하지만 우린 우유가 필요해요
그러니 집에 오는 길에 1갤런을 사오세요"

네. 이해 안되는 구절이 있으신가요?
이제 영화관에서 이 전내용을 안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국문학과를 나오던 나오지 않았던간에
아내가 남편에게 살아돌아오라는 말을
약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아실겁니다

이걸 영화관에서는
물론 한 번 보고 스쳐지나갔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살아돌아와라, 라는 식의 짧은 문구였습니다.
아마 관객들이 직역한 표현을 보고서
저게 뭐지, 하며 이해를 못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건 영어에서의 속어 혹은 그와 비슷하여
불가피하게 의역을 거치지 않으면 비영어권의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사가 아닙니다.

영어권, 비영어권을 떠나 누구라도 영화에서 갑자기
저런 쌩뚱맞은 우유얘기가 나왔나 할 것입니다
저는 그 표현이 효과적이다, 비효과적이다
하는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권 지역의 사람들도 직역에서의 표현처럼
이해를 합니다. 그리고 정말 나는 죽었도 깨어나도 비유는 이해못하겠다,
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럼 우리나라 번역가들이 직역을 해도 관객들이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의도대로 이해할 부분을
불필요한 의역을 통해 언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은유, 직유 등과 같은 비유적 표현.
즉 표현의 다양화를 뭉개버리는 것이 번역가들의 일이라고 할 수 있나요?

이런 외화 번역에 있어서의 고질적인 문제를
풀려는 노력은 안하고
단지 더 쉬우니까, 스토리만 전달하면 되니까,
하는 나태한 태도로 번역을 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나요

자막제작자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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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1 라이트엎  실버(2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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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omments
1 잭콕  
^^ 좋은 글이네요.
하지만 의역과 직역의 장단점이 있겠죠
첫번째로 직역을 하면; 가장 충실하고 완벽한 문장이 되면서,
                      완벽한 내용 전달과 미묘한 뉘앙스를 아는 재미도 있겠죠.
                      하지만 읽는 속도의 시간과 글자 수가 안맞으면 읽기도 전에
                      지나가서 아무 내용도 모르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짜증나죠^^)
두번째로 의역을 하면; 사람들의 문화나 정서에 맞아서 쉽게 내용을 알 수 있고
                      충분히 읽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단점은 지나친 의역이나 저속한 말들은 좋은 영화의 질을 감소 시키죠.
                      미묘한 느낌도 모르고요.
결론은 원본 자막(영어나 그나라의 언어)을 이해해서 영화를 보는 게 가장  훌륭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기는 힘들다고 봐요.
많은 자막 번역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정말 영어외의 언어를 잘 하는 분들이 자막을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이유는 혼자서 그냥 보면 되니까요.
물론 희생정신과 노력으로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요. 

보통은 아마츄어(자막 고수분들은 제외하고요^^)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자막을 만드니까 너그럽게 이해하시는 맘을 갖고 보시는게 가장 좋은 거죠.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수익에 관련된 자막하시는 분은 노력해야겠죠.. 아마도.
참고로 영화관에 안 간지 오래되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겠네요. 죄송^^
영화관에 많이 같이 가요...
1 TEAMWARP1  
완전히 엉뚱하게 번역을 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영화를 외국어로 번역했을때 살리지 못하고
핵심 내용만 밋밋하게 전달할 수 밖에 없는 케이스도
부지기수입니다.

살아돌아와라라고 했다면 준수한걸요.
2 휘루  
극장 자막이 전혀 따른 뜻으로 나간것도 아니네요..
대화의 원 의미와 제작된 자막의 차이를
영화를 보면서 리스닝으로 느끼시는 분이라면
자막이 마음에 안들어서
극장에 못가겠다는 말은
좀 모순이지 않나 ^^;
1 진공청소기  
물론 의역이 영화를 망치는 경우도 잇지만 이런경우라면 의역도 무난해보이는데.
1 고운모래  
그건 의역이라 할 수 없고

"함축적 임의 대체"라는 재량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런 재량권이 번역가에게 있느냐 없느냐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지만,

그것이 번역가의 자질과 자막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재량권의 남발이나 남용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게으름피기"에 바탕을 둔

작업의 편함과 안이함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유머와 재치"를 말살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아내의 대사는 그 상황에서의 유머와 재치를 담고 있는데...

그 맛깔스러움을 지워버리고

"살아 돌아오라"는 무미건조한 신파조 대사로 대체해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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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려봐야 소용없다는 걸 아니까...

마치 생사의 기로나 위험에는 별 걱정이나 관심이 없다는듯이

남편의 비장함과 긴장감을 툭 끊어버리며 안심시키는

아내의 뜬금없고 퉁명스런 대사의 맛을 살리려면,

"뭘 하든 상관없는데, 돌아오는 길에 우유나 사 가지고 와."

이것이 신파조 대사보다는 훨씬 재치스러운 대사입니다.

바로 그러한 대목에서 관객들은 같이 긴장의 끈이 늦추어지며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시나리오 작가가 그 상황에서 그냥 평범하게 "살아 돌아오라"는,

손발이 오그라들고 낯간지러운 그런 신파조 대사를 사용했다면,

그 시나리오 작가는 속된 말로 빵점짜리 작가라고 혹평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번역가가 그걸 또 신파조 대사로 대체해버리면 도로아미타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는 일이고 단지 그냥 그 번역가의 등급과 자질 문제이거나

아니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보니 대충 때웠거나

또는 번역료를 너무 적게 받아서 화가 난 나머지 무성의하게 그에 걸맞는 싸구려 작업을 해주어서일 것입니다.
1 라이트엎  
음 제가 잘못 설명을 한건지 제 글의 의도를 못알아들으시는 분이 많군요..
제 말은 굳이 의역을 쓰지 않아도 직역으로 충분히
말의 의미와 스토리,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의 비유까지도
다 전달할 수 있는 대사를(영화 대부분의 대사들)
왜 굳이 의역으로 전달하려하는가 입니다

네, 의역으로 하면 편합니다.
시나리오 작가 의도고 뭐고 다 깔아뭉개고
영화 스토리만 전달하면 되는데 얼마나 편해요
그런데 직역으로 그 전부를 담으려하다보면
엄청나게 힘이 들고 작업진척도 느릴뿐더러
국문학과 거리가 먼 사람들은 번역할 엄두도 못내죠.

그래서 저는 그렇게 의역투성이로 작업하시는 분들
즉, 영화관에 작업 하시는 분들이 능력부족이거나
너무 나태한 나머지 그렇게 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1 고운모래  
그걸 의역이냐 직역이냐로 자꾸 구분하니까 소통이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요?

의역, 직역 그런 구분없이 그냥 아래와 같이 간단히 생각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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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역이냐 오역이냐?

A: 제가 보기엔 (임의 재량에 의한) 오역입니다.

  난 분명히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통역자가 중간에서 자기 멋대로 고쳐서 에둘러 전달하면 정말 속터지겠죠?
  그걸 보통 오역이라 합니다.

  그나마 자막이었으니 망정이지 실제 통역에서의 오역은 극심한 이간질이나
    치명적 재앙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우유를 사오란 소리는 못들었으니까
    남편은 우유를 안 사올 겁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정말 속터지는 일이겠죠.

    나중에 영화에서도 얼마짜리 (1갤론이었음) 우유였느냐를 가지고 부부간에
    알콩달콩 실갱이를 하는 장면도 뭔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갈 것이고...
    이렇게 영화 후반부가 엉망진창이 되는 거겠죠. 이것이 오역이 낳는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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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적절한 번역이었냐 아니면 부적절한 번역이었냐?

A: 제가 보기엔 매우 부적절한 번역입니다.
  일단 대사가 나가는 양에 비해 글자 수가 너무 모자랍니다.
  이렇게 되면 관객들은 괜히 불안해집니다.

  뭔가 중요한 게 있는데, 그걸 숨기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신뢰도에서 이건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말이 끝나는 시점과
  자막 읽기를 끝나는 시점을 되도록이면 맞춰주는 것이 고급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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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는 사람들에게 이리 해달라 저리 해달라 아무리 요구를 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C급 작업자에게서는 C급자막 밖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A급 자막을 원하면 A급 작업자에게 맡겨야 할텐데...

그건 맡기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지, 작업자들에게 뭐라 할 일이 아니지요.

Pay와 관련된 일입니다.
1 고운모래  
이번에는 의,직역 구분으로 한번 말씀드려보죠.

"굳이 의역을 쓰지 않아도 직역으로 충분히
말의 의미와 스토리,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의 비유까지도
다 전달할 수 있는 대사를(영화 대부분의 대사들)
왜 굳이 의역으로 전달하려하는가 입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굳이"라는 단어가 두번씩이나 들어가있는 이 질문에 깔려있는 기본 전제는
"직역이 의역보다 쉽다" 라는 통념입니다.

번역기가 하면 직역이고 인간이 하면 의역이라면,
"직역이 의역보다 쉽다" 라는 말이 맞긴 맞습니다.

하지만 어느 레벨이 올라가면, "직역이 의역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입니다.

왜냐면,

의역이 단시간 내의 전달력이 크나 50% 이상은 오역의 가능성이 크고
직역이 정확도는 더 높으나 잘못하면 어색하여 단시간 내의 전달력이 떨어지므로

오역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주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역은 하지 말고
직역을 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고 세련된 직역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레벨이 올라가면, "직역이 의역보다 훨씬 어렵고 그만큼 노력과 시간 소모도 많이 들어가는 작업"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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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직역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기 때문에
그냥 쉽게 의역이나 오역을 해버리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의역이란 쉬운 길을 놔두고, 세련된 직역이란 어려운 길을 골라가기를 강요하려면
Pay를 더 많이 주거나 어떤 동기 부여를 제공하여야 할 겁니다.

그렇게 어렵게 공들여서 남는 게 뭐냐는 문제이지요.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어지니까, 관객수가 그만큼 더 많아지나요?
그래서 관객수가 더 많아지면?
극장 수입이 더 커지는만큼 무슨 배당금이나 혜택이 따로 나오나요?

이런 문제들일 것입니다.
1 뿌꾸뿌꾸  
라이트업님의 글에 공감이 가네요...
외국어가 수준급이신 분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자막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저 대사는 저렇게 표현하는 거 보다 이렇게 표현하는게 더 의미전달이 좋은데..'혹은 '저걸 왜 저렇게 표현했지?'라는 아쉬움이 남기때문이라고 합니다.

좀 더 연구하고 고민하면 더욱 좋은 표현이 나올 수 있는데... 대사가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만 전달되면 된다는 식으로 자막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극장용이기에 빠른 의미전달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에서는
라이트업님의 말씀대로 대사가 갖는 본래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자막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s갠적으로 직역과 의역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게 가장 좋은 자막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 고운모래  
마침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 전 일인데

그 때도 아주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 링크 걸어드립니다.

역사는 돌고 도는군요. ^^

http://www.cineast.co.kr/bbs/board.php?bo_table=psd_capmakef&wr_id=6224&sca=%EC%98%A4%EC%88%9C%EB%8F%84%EC%88%9C&sfl=wr_name%2C1&stx=%EA%B3%A0%EC%9A%B4%EB%AA%A8%EB%9E%98&sop=and
1 고운모래  
참고하시라고 하나 더 달아드릴께요. ^^

http://www.cineast.co.kr/bbs/board.php?bo_table=psd_capmakef&wr_id=12532&sca=%EC%98%A4%EC%88%9C%EB%8F%84%EC%88%9C&sfl=wr_name%2C1&stx=%EA%B3%A0%EC%9A%B4%EB%AA%A8%EB%9E%98&sop=and
1 고장난버튼  
좋은 글타래네요. 저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만..

저런 자막 처리를 했다는 건, 사소한 대사라도 영화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고 할 밖에요.
안일함, 매너리즘,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신 페이 등등.. 원인은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런 비판글은 아주 마땅해 보입니다.
영화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의미 전달만 되면 땡이야, 이건 아닌 것 같네요.
제가 봤을 때는 연극 배우가 국어책 연기를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배우가 아무리 국어책 연기를 하더라도 의미 전달은 되겠지만 우리 관객들은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죠.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은 점을 꼬집어 말씀하고 계신 것 같네요.
5 선우도우  
그렇군요..중요한 문제입니다.
작가의 의도를 왜곡시켜서는 곤란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