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간 씨네스트에서 봤던 충격적인 소식들과 짧지 않은 단상

자막제작자포럼

요 며칠간 씨네스트에서 봤던 충격적인 소식들과 짧지 않은 단상

3 troll5020 9 3134 3

웬지 낚시성 제목 같긴 하지만...
한국축구가 일본에 3:빵으로 졌다는 소식보다
더 충격적인 소식 두가지
 
유어 하이니스 섭자막이 벌써 올라왔다는 것과
주인장께서 카우보이 & 에이리런 같은 최신 자막은
참아주거나 외국사이트에 올리길 권하셨다는 것
한국어 자막으로 영화 볼 외국애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심하며...^^
자판에 손가락 가는대로 글이나 적어 볼까 합니다.
 
사실, 지난 주말에 유어 하이니스 자막을 만들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번 주말에 다시 시작해 마무리할 작정이었는데 벌써 올라왔군요.
유어 하이니스는 비뇨기와 산부인과계 의학용어(?)들이
많이 등장해 애도 먹었고
대사가 많아 이틀 내에 끝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게다가 카우보이 & 에이리언 자막까지 만들어 보려고
과욕을 부리다가 이도 저도 안된 셈이네요
유어 하이니스는 2/3 정도,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제대로 된 자막이 없어
엉망진창 영어 자막과 안되는 영어듣기 등을 총동원해
달러하이드 대령이 부하를 취조하는 장면까지 하다가 그만 뒀습니다.
TS파일이라 화면이나 음성이 너무 열악하네요.
 
갑자기 닥쳐온 이 공허함을 오늘은 자막 만들어 올리는 대신에
그동안 이곳에서 느꼈던 여러가지 단상들로 메워 보렵니다.
 
요즘이야 토렌트 사이트들이 워낙 많아
영화나 자막 구하기가 참 쉬워졌지만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자막이 없어서
영화를 못 본 경우가 허다했었죠.
그당시에 씨네스트는 '자막'의 오아시스였었고요.
 
씨네스트에서 자막 도움을 받은지도 정말 오래됐네요.
가입은 작년에 했지만 말입니다.
자막 요청 글쓰기 하려면 회원가입해야 한다고 해서 가입했었죠...^^;
 
자막 만들어 올린 건 최근부터였고요.
처음 올릴 땐 긴장도 되고 많이 오버했지만
지금은 좀 덤덤합니다.
 
제가 자막을 올리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정신에서 기인합니다.
 
첫째 내가 필요해서 만든 자막, 혼자만 보지 말고 여러사람과 공유해 널리 이롭게 하자는
'홍익인간'의 정신
둘째는 그동안 너무나 미안하게, 씨네스트로부터 혜택만 받았으니 이제 좀 보답해보자는
'결초보은'의 정신
끝으로는 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영어공부를 자막 만들기를 통해 다시 해볼까하는
'어불성설'의 정신 ^^;
 
이 줄 맞는 것 좀 보세요.
이게 다 자막 제작의 덕이 아닐까 합니다 ^^
 
뭐...자막 올리시는 분들의 노고는
만들어 본 사람만이 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다운로드도 힘들지만 업로드에는 '만들기'가 하나 더 포함되잖아요. ^^;
 
사실 저도 직접 만들어 보기 전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아마도 대부분 직장에 다니거나
가정사에 바쁘신 분들이 많을 걸로 짐작하는데
없는 시간 쪼개가며 잠 자는 시간 줄여가며
어렵게 어렵게 만들거란 생각입니다.
 
저 역시 평일에는 엄두도 못 내고
주말이나 되야 작업을 하곤 하는데,
모처럼 쉬는데 가족 눈치 보이죠,
계속 앉아 있어야 하니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에 땀띠도 나고
월요일 전에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
무엇보다도 내 소중한 휴식 시간이 또 다른 노가다로 이어진다는 사실
그래서 주말에 자막 만들고 나면 일주일이 피곤하더군요.
 
저는 그동안 자막 받기만 무지하게 많이 했고
감사의 댓글을 거의 달아 본 적은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자막 만들어 올리신 분들께 "감사합니다"라는
댓글로는 정말 진짜 흔하긴 하지만,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 자막을 만드시는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시고
 
본인이 만든 자막에 지나친 애정이나 자긍심을 갖지 말자 입니다.
이게 뭔 말인고 싶은 분들도 있을거란 생각입니다만
모든 갈등과 스트레스의 시작은 바로 이 지나친 애정과 자긍심에서
기인한다고 나름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물론, 힘들게 만든 자막에 대해 애정과 자긍심을 갖는 건 당연합니다.
사실, 애정과 자긍심 없이 "돈 안준다 자막 만들어라" 하면
과연 자막 만드실 분 몇이나 남을지도 의문입니다만
애정과 자긍심은 갖되, '지나친'만은 빼자는 말입니다.
지나침은 언제나 화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자막 만드는 일은 어차피 다른 누군가가 혜택을 보는 작업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것도 서비스고 봉사의 일종이라 생각합니다.
비약되긴 했지만, 금전적인 이익을 보지 않고 다른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봉사정신과 흡사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곳에 일단 업로드되는 그 순간부터
그 자막은 나의 자막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자막이 됩니다.
자막 시작이나 끝에 제작자 이름이나 아이디 적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 우린 잘 압니다.
 
내가 만든 자막은 어느 곳에서 다른 누군가의 주머니를 채우기도 하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트에 올라가고 왜곡되고 손상되기도 하고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누군가의 컴퓨터에 잠시 저장되어 있다가
휴지통에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일 겁니다.
만약 그런 장면을 만든이가 직접 목격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울화통이 터지겠지요?
하지만, 그게 현실일 겁니다.
 
그러니, 어찌보면 이곳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마찰은
큰 틀에서 보자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곳에서 회원 간의 갈등이나
누구를 무시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들
맘에 안든다고 달아대는 악성 댓글들
좀 없어졌으면 합니다.
 
어쨌든 모두 즐겁자고 하는 일인데 말입니다.
자막을 만드는 이도 즐겁고 그걸 받아보는 이도 즐거운
그런 분위기로만 쭈욱 이어졌으면 합니다.
또 그런 분위기는 씨네스트의 활성화에 도움도 될거라 믿습니다.
누군가에게 밀알이 되겠다는 조금 거창한 마인드를 갖는다면
모두 가능한 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공지사항을 통해 지켜야할 규칙이나 예절 등을 명시해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명랑한 분위기 조성과 질서를 유도하는 방법도 좋겠다 싶고요.
 
두서없이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오늘은 이곳 글들 읽으면서 댓글도 달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행복한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태극기도 다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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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 3 troll5020  실버(2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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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M 再會  
태극기하고 봉이 없어요.. 달아야하는데...^^
M 再會  
아무거나 올리자 말라는 말씀은 아니고요... ~~
적어도 저작권 보호리스트에 올라온 자막은 잘 지켜주사라는...
!!
3 troll5020  
무슨 말씀인지 잘 압니다.
그냥 농담 삼아서 한 말입니다. ㅎㅎ
늘 노고가 많으셔요.
이것 저것 신경 쓰시느라 피부 노화가 빨리 오지 않으시길 빕니다.
1 잔인한시  
트롤님 말씀에 대부분에 동감합니다.

딱 걸리는 한 부분은... 홍익정신, 결초보은, 어불성설
전 홍익정신만 해당 되는 것 같네요.

그러게요... 결초보은의 맘을 가졌어야 했는데... 부끄럽습니다.

어불성설 부분은... 뭐 제 영어실력, 외국어실력 아무 것도 아니기에
애시당초 그럴 의도로 자막을 제작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자막을 제작하면서 아... 중학교 어쩜 초등학교 영어 단어도 다 까묵었네...
하는 자괴감만 더들 뿐이고.. 다시 공부를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근데요..
정말 자막 제작하는 분들 절대적으로 동감하실 수 밖에 없는
그 시적인 문장 배열!!!

그 문장에서 팡하고 웃음이 터졌답니다.

그렇지 저 말씀 맞지...
자막을 만들어 본 사람은 정말 공감할 거야....

그런 생각과..

저 또한 안 만들어봤으면
그 말씀의 진정성, 사실성이 피부를 관통해 맘 속 깊이 파고 들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많은 것을 깨닫게 되네요^^

놈팽이 올림...
3 troll5020  
자막만들기를 통해 영어공부를 한다는 말...사실, 말도 안되는 말 같기도 해서 어불성설이라고 좀 역설적으로 쓰긴 했지만, 또 하다 보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닙니다. 사용 안하면 잃어버리게 되어 있습니다. 자막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르던 표현법이나 단어도 배우게 되고 잃어버렸던 것도 찾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와 같은 글을 쓴 것은 자신이 만든 자막에 '지나친' 애정과 자긍심을 넘은 자만심으로 인해 다른 이의 노고를 너무도 우습게 알고 딴지를 거는 극히 일부 몰지각한 인간 때문에 잔인한 시님 같이 자막을 만들어 올리는 분들이 오히려 위축되는 모습도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통해 뭔가 잘 못됐다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어렵게 만들어 타인을 위해 올리는 일이 그런 사람으로 인해 위축되다보면 의욕이 떨어져 자막 만드는 분들은 점점 줄어들테고 결국은 그로 인한 손실은 자막을 받는 분들께 고스란히 돌아갈 겁니다.
저는 어제 잔인한 시님이 올리신 '음악은 소음이다'를 받아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사의 댓글은 못 달았지만 잔인한 시님 아니었으면 못 봤을 영홥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만약 잔인한 시님이 이 영화의 자막을 안만드셨다면 제가 과연 이 영화를 평생 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자막을 받아 영화를 즐기는 분에겐 감사의 마음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자막을 만드는 분에겐 좋은 의미의 자긍심이 생겨서 모두가 즐거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자막을 만드는 분들...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잘났네 못났네를 판가름하는 곳이 아니고 모두가 즐기는 공간이잖습니까? 학교도 아니고 말입니다.
잔인한 시님 앞으로도 좋은 자막 부탁드립니다.
영화도 받고 이것 저것 다른 일도 좀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늦잠 잔다고 한소리 듣겠군요...
1 잔인한시  
어쩜 트롤님과 제 생각 코드가 이렇게나 일치하는지 원...

사실 영어 공부 심지어 제2외국어 공부도 되더라구요^^;;
요번에 스웨덴어 음악은 소음이다 그거하면서
Va? 이게 What?
이더라구요...영화 내내 줄곧 그 말을 해서 뭔말인가 했거든요.

아휴 그건 그렇고 진짜
한 때는 영어단어 만큼은 전문가 용어도 많이 알고 했었는데...

진짜... 그 뭐시냐.. 중1 단어 같은 것 있잖아요.
그것 사전 찾을라면 철자가 기억이 안날 때가 많아요 ㅠㅠ
그래서 자막에서 그냥 그 단어 복사해서 붙이고 있구요 ^^;;;

어쩌면 제겐... 자막 번역하면서...
이전의 기억을 되살린다기 보다..
오히려 이전에 몰랐던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다시~~~
쩝... 돌대가리 금붕어대가리 닭대가리 ㅠㅠ

늦잠 주무신다고 한 말씀 안들으셨길 간절히 바래봅니당..^^

휴일인데 가족분들이 성화이실테니...
걱정이 살짝되네요...

행복해요... 트롤님도 그렇고...씨네스트에서 만나게 된
전 그분들이 누군지도 몰랐던
제가 보는 영화의 자막제자자 주인공분들을
한 분 한 분 알아가고
생각을 나누고
뜻을 공유하고
서로 의지한다는게요..

감사드릴 일이라 생각들어요.

행복한 휴일 되시길 바래요...
무덥지만 시원함 속에서요..^^
3 troll5020  
감사합니다.
여름철에는 특히 체력이 떨어지기 쉬운 때이니
건강관리도 잘 하시고요~!
M pluto  
ㅎㅎ 저도 처음에 영어 공부도 할 겸 해서 자막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어서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제 나름대로 이해가 됩니다. ㅎㅎ
공부 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가 자막 중반 접어들면 공부고 나발이고 얼른 끝내고 싶고, 몰랐던 표현, 단어들이
자막 제작 완료와 동시에 머리에서 사라져버리구요. ㅎㅎ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자료실 뿐 아니라 포럼에도 자주 들러서 얘기 남겨주세요.(이 무슨 포럼 게시판 관리자같은 발언?? ㅎㅎ)
3 troll5020  
자주 뵈요. 플루토님
플루토님 덕에 터커 & 데일 Vs 이블 재미있게 봤구요.
레슬리 버논의 살인 일기와 아메르도 받아 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