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버린 산타와 저주받은 걸작
원래 영어 알파벳 O도 안좋아했는데
이 놈의 오미크론 Omicron 덕분에 고대하던
크리스마스는 한 방에 완전 물거품으로
날아가 버리고 망연자실 입니다.
지금껏 한번도 제대로 쉴틈없이
일인 다역에 시간을 쪼개고 쪼개가며 살아온
저라는 배우는 언제나 영화라도 마음 편히 보면서
여유를 가져 볼까요? 못난 아들 녀석 하나 마저
훌쩍 품을 떠나고, 그래도 이곳에서 여러분들과
마음을 다잡으며 애써 안간힘을 냈었는데
이렇게 아무 생각도 없을 바이러스에게 까지
팔자 타령에다 분풀이를 해 봅니다.
그러다 보니
저주받은 걸작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주받은 걸작은
걸작인데 저주받아 실패한 작품이까요?
걸작이라 저주를 불러 일으킨 작품일까요?
저는 후자에 더 끌리는데요, 다시 말해 전자는
걸작이 아니었으면 당연히 실패했겠고, 후자는
전자와 달리, 걸작이 아니었으면 저주가 없었겠죠.
일전에 포스팅한 파라자노프의 작품들 처럼 말입니다.
최고의 걸작이었기에 작가의 일생을 완전히 망쳐버린
그에 버금가는 한 여성...
개인적으로 아녜스 바르다, 리나 베르트뮐러 보다 뛰어나면서
로미 슈나이더, 진 세버그 보다 지적이라 생각하는...
레니 리펜슈탈 (Leni Riefenstahl 1902-2003)
본명 헬레네 베르타 아말리에 리펜슈탈, 독일 베를린 태생의 무용가, 모델
배우, 영화감독, 사진작가, 산악인, 스포츠 맨으로 어려서 그림과 연기, 무용을 전공하고
무용수로 활약하다가 무릎 부상으로, 배우로 아놀트 판크 감독의 <신성한 산 26>으로 데뷔하며
공동 감독을 맡은 뒤, 역시 산악 영화인 <파란 빛 32>의 제작, 각본, 감독, 편집으로 대성공을 거둠.
이후 히틀러의 눈에 들어 나치 기록 영화를 제작, <신념의 승리 33><의지의 승리 35> 걸작을 만들고
편집에만 1년 반이 걸린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기록 영화인 <올림피아 1부 & 2부 38>로 비평과 흥행에서
전무후무한 성과를 이루지만, 나치 정권 하에서 문화담당 특별 보좌관을 지낸 이유로 2차 대전 이후 투옥과
석방을 반복하며, 히틀러와의 스캔들, 나치의 핀업 걸이라는 온갖 오명에 시달리다 결국 재기하지 못하고
사진 작가로 명성을 유지하다가 2003년 101 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태인들의 영화계에서 그녀의 자리가 있었을까?
멈춘 그녀의 자취가 이렇게 큰데, 계속 활동 했었더라면...?
아래 다섯 편 모두, 지금도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장면들이 수차례 나옵니다!!)
신성한 산
Der heilige Berg (1926)
the Holy Mountain
무용수 디오티마와 두 등반가의 우정과 사랑
https://www.imdb.com/title/tt0016953/?ref_=nm_flmg_dr_15
파란 빛
Das blaue Licht (1932)
the Blue Light
산타 마리아의 마녀, 윤타의 산악전설
https://www.imdb.com/title/tt0022694/?ref_=tt_sims_tt_t_3
의지의 승리
Triumph des Willens (1935)
Triumph of the Will
1924년 뉘른베르크 나치 전당 대회 기록영화
https://www.imdb.com/title/tt0025913/?ref_=tt_sims_tt_t_2
올림피아 제 1 부: 민족의 제전
Olympia 1. Teil - Fest der Völker (1938)
Olympia Part One: Festival of the Nations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 1부
https://www.imdb.com/title/tt0030522/?ref_=nm_knf_t2
올림피아 제 2 부: 미의 제전
Olympia 2. Teil - Fest der Schönheit (1938)
Olympia Part Two: Festival of Beauty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기록영화 2부
https://www.imdb.com/title/tt0030523/?ref_=tt_sims_tt_t_2
PS:
너무 힘이 빠지지만, 그래도
나보다 더 외롭게 살다간 고흐라는 친구도 있었는데...
세르게이 파라자노프도, 레니 리펜슈탈도 있었는데
또 힘을 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