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부두의 불빛이 보입니다...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보니, 거짓말 처럼 바다는 잔잔하고
수면엔 거울처럼 밤 하늘 달을 띄웠습니다.
몇 번을 이게 꿈인가 다시 생각해 보다
주위를 둘러보니 기적처럼 저 만치 희미한
부두의 불빛이 보입니다. 너무나 고요해
어렴풋 음악소리도 들리는 듯 합니다.
제 항해의 마지막 폭풍우는
결국, 미국에서 날아온 아들 놈의
명문대 (?) 합격증과 함께 끝났지만
제 마음은 벌써 흔들리지 않는 육지를
밟을 생각에 눈 앞에 흐려집니다. 정말 소위
뒷바라지 라는 모질었던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저는 항구 앞에서 "나인틴 헌드레드" 처럼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지만
이제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인듯
제가 어쩔 수 없었던 일들은 다 끝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만 남았습니다.
엇그제 꿈엔,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어려서 부터 홀로 집안을 책임지고, 머리가
희끗 희끗해 질 때까지, 너도 참 수고 많았다"
하시더군요... 죽어야만 끝날 것 같았던 일도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오네요...
이 모든 게 절 걱정해 주고, 격려해 주신
제가 아는 모든 분, 제가 모르는 모든 분들의
염려와 기도 덕분이라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감사에 감사를 올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에도 몰두할 수 있겠죠...
못해 본 것 같은, 저도 제 몸을 챙기면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보려고 합니다.
다신 바다에 나가지 않겠다고 맹세를 되풀이 하는
"플라잉 더치맨" 처럼 되지 않겠습니다.
이제 저의 길고 긴, 그리고 너무나도 위태로왔던
오랜 항해를 마치며, 그 동안 저의 한심한 넋두리를
들어주시고, 마음으로 위로해 주신 모든 회원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숙여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새해 복많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줄리아노 표류기는 이걸로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