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 (2024)

드라마 이야기

폴아웃 (2024)

22 Rabun 6 163 2

원작 게임을 3편밖에 안해봤는데 마침 스토리가 아빠 찾아 삼만리인 3편 기반이네. 개꿀ㅋㅋㅋ 작품이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고 각종 장비나 아이템, 사물, 심지어 이스터에그까지 스크린에 야무지게 옮겨놔 8편 내내 정말 즐겁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볼트의 내막, 그 가운데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암투,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진수를 보여주는 황량한 황무지와 그 대척점에 있는, 있어야 할 볼트와의 연계성에선 복잡미묘한 원작의 세계관에 대한 리스펙트가 날것으로 느껴졌다. 내가 비록 시리즈 특유의 어마어마한 볼륨 때문에 3편밖에 안해봤지만 폴아웃 세계관에 대한 영상들은 챙겨봤기 때문에 그 절묘함과 탁월함이 와닿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우선 작품의 무기이자 핵심인 연출 얘기를 하자면 가차없다ㅋㅋ 핵전쟁 이후 역행한 문명속 약육강식의 사회가 징그러우리만치 찐뜩하게 묘사돼 있고 그에 비례한 고어성과 퇴폐성은 좀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아웃풋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원작의 트레이드 마크인 모순성은 여기서도 빛나는데 피터지게 치고 박고 싸우는 와중에 흘러나오는 은은하고 고풍스러운 음악은 물론이고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블랙 유머나 풍자는 이게 폴아웃이지! 하는 생각을 이끌어내기에 적합했다.


연기 얘길 안할 수가 없는데 우선 천진난만하고 순진하던 주인공 엘라 퍼넬이 지상에서 점점 검게 물들어가는 모습이 사뭇 자연스럽고 애잔하게 와닿았고 구울 쿠퍼 역할의 윌튼 고긴스는 마치 '헤이트풀8' 때처럼 앵앵거리는 말투로 여유롭게 얘기하다가 돌연 그에 대비되는 스산하고 송연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게 과연 베테랑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배역상 'Veteran(참전 용사)'이기도 함ㅋㅋ) 이번에 처음 얼굴 도장을 찍은 테디어스 역할의 조니 팸버튼같은 경우 특유의 억울상(?)으로 측은함과 찌질함을 넘나들었고 전매특허인 베시시 웃는 표정 연기는 보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낳았다ㅋㅋ 물론 그런 인상을 남긴 데에는 각본의 힘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나는 왠지 이 배우가 앞으로 대성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이렇게 걸출한 배우들이 포진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노먼 맥클레인 역할의 모이세스 아리아스! 드래곤볼로 치면 크리링처럼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게 그 작은 체구에서 느껴지는 두려움과 불안, 의심, 걱정, 애처로움은 난생 처음 보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서 조단역으로 많이 출연했네ㅋㅋㅋ) 그 아우라와 내공에 빠져들기 충분했다. 근래에 이렇게 담백한 듯 선굵은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를 본 적이 있던가ㅎㅎ


(잠시 스포)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우선 초반부 윌지그 박사의 탈주 과정이 너무 극단적이고 드라마틱하다는 거... 관절이 쑤시고 아프신 건 알겠는데 그래도 그 구보? 약진? 속도로 무려 기관총의 포화를 뚫고 탈출에 성공하는 건 좀ㄷㄷ 차라리 대역을 쓰시지ㅠ 이후 쿠퍼에 의해 다리가 날아갈 때도 솔직히 아픔과는 거리가 먼, 그냥 어머나 하고 놀란 표정을 지어서 보는 내가 다 민망했다. 본인은 어떤 연기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는지 모르겠지만 영상 매체는 결국 보이는 게 다이므로 시청자의 인상과 판단에 의해 그 호오가 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그의 연기에선 담백함보다는 결여가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스포 끝)


그 외에는 뭐... 핑크핑크한 돌연변이 괴물의 처리 방식이 영 직관적이지 않았다는 거, 스팀팩이나 라드어웨이의 투약 방식이 흡사 영화 '원티드'같다는 거 정도가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이 정도는 게임 원작 작품으로서 드라마적 허용으로 넘길만 했다. 97년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명작 게임 시리즈의 드라마가 출시되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사실 작품을 찬찬히 뜯어보면 PC적인 메시지와 장치도 분명히 존재한다. (괜히 아마존 프라임이 아니니까ㅋㅋㅋ) 하지만 아무 상관 없다. 왜? 그들이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오리지날 캐릭터들이니까. 더욱이 폴아웃 자체가 대체역사물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 더 자유로울 수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그런 방향성(원작 인물들을 건드리지 않고 매력적인 새 캐릭터들로 승부 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로 이 드라마를 한마디, 아니, 세마디로 표현하자면 온고지신, 적재적소,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밌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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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7 oO지온Oo  
3가 아버지 찾아 떠나는 모험인가보네요. ㅋㅋ
4는 아들내미 찾아 떠나는 모험이니까....................
3 게임을 일단 가지고 있긴 하니까 해볼까 말까 무지 고민하고 있는데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22 Rabun  
제 기억으로 폴아웃3는 매일 2시간씩 두달을 플레이해서 클리어했네요ㄷㄷ 작품이 워낙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스탠스라... 아마 주말마다 플레이하신다 치면 1년이면 올클리어 가능하실 듯ㅎㅎㅎ 그래서 제가 속편 플레이를 무한 미루고 있는 중입니다ㅠ
17 oO지온Oo  
마음만 먹으면 시간 투자야 걱정없어요.
제가 게임을 하는 스타일은 메인은 물론 서브 미션도 죄다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빠른 시간 내로 클리어를 한다는 취지에는 부합되지 않겠네요.
제가 폴아웃 시리즈를 즐기는 방법은........................ ㅋㅋㅋㅋ

게임 내 출현하는 모든 세력이 있습니다.
해당 모든 세력의 루트를 전부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걸리긴 하죠.(세력은 달라도 반드시 해야하는 미션이 겹칠 때는 가끔 있죠)
진행하는 루트에 따라서 실제 플레이어인 자신의 생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선택을 해야할 때도 있고.. ㅋㅋㅋㅋ
어쨌든 재미있는 게임이긴 합니다.
저는 4를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고..............................
가능하면 3도 4와 비슷한 정도의 재미를 보장해 주길 바라고 있어요. ㅎㅎ

저는 치트 중에서 유저 캐릭터의 무게 관련 치트만 적용하고 게임을 진행하긴 합니다.
무게 관련 치트를 적용하지 않으면 게임이 정말 무지막지하게 귀찮아지는 특성상 어쩔 수 없이.. ㅋㅋ
22 Rabun  
그건 저랑 마인드가 비슷하군요ㅋㅋㅋ 저도 스토리 위주의 게임은 뽕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볼륨 큰 게임은 쉽사리 손대지 않습니다ㅋㅋ
아, 그리고 전 치트는 무게 관련, 스피드업 등 제 실력과는 무관하지만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것들은 다 썼습니다ㅋㅋ 그런데도 두달이니 베데스다가 얼마나 분기탱천했는지 알 거 같네요. 프렌즈의 故 메튜 페리가 다시금 대단하게 느껴집니다ㅋㅋㅋ
18 바앙패  
게임 원작중에 젤 후기가 좋은거 같아요, 잘보고 갑니다~
22 Rabun  
저처럼 찍먹만 한 사람과 수백수천시간 플레이한 사람의 평이 극명하게 나뉜다는데.. 저는 만족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