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1592
한중 합작 팩추얼 드라마로서 훌륭한 역량을 뽐낸 임진왜란 1592가 막을 내렸다. 실로 양보다 질
사극이 아닐 수 없다. 연기, 연출, 색감면에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풍부함이 느껴졌고 고증도
신경을 많이 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피디하고 실속있는 전개 역시 강렬한 속전속결의 인상을
받기 적합했고 대화씬마저도 긴장감이 뚝뚝 흘러내려 집중력을 유지시켰다. 특히 유학파 베테랑
배우 김응수 님의 일본 발음과 발성은 현지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ㅎㄷㄷ
아쉬운 점은 극적 연출이나 드라마틱한 전개면에서 완급 조절이 덜 된 것 같다는 것. '황산벌'처럼
지역 특색에 맞는 사투리를 차용한 건 높이 사지만 간간이 강세나 성량면에서 과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한산대첩에서의 임팩트인 '선회' 공략을 다소 밋밋하게 연출한 거 같아
유감... 마지막으로 노량해전 이후의 갑작스러운 결말은 뭔가 매듭을 짓는다기보다는 사그라지는
느낌을 주었다. 마치 '트로이'에서 아킬레우스가 사망하자마자 영화가 끝나듯이 본 드라마 역시
이순신 장군의 전사 이후 촛대에 촛불이 꺼지듯이 막을 내리는 게 못내 걸렸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국제 사극의 새로운 도전이었고 대한민국 미니시리즈의 도약이었다. 시종일관
스케일, CG 및 기술력의 변화가 없는 드라마도 오랜만이었고, 화살을 두개씩 잡고 정석 자세로
활을 쏜다거나 애기살을 날리는 등 군사학적 지식이 충만한 왜란물은 거의 처음이었다. 약간만
더 공을 들여서 영화를 만들었어도 됐을텐데... 하기사 그랬으면 전세계 진출은 힘들었을 듯ㅎㅎ
듬성듬성 신경쓰이는 부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재밌고 감동적이며 유익한 작품이었다.
☆☆☆☆☆☆☆☆★★+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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