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외계인(생물)에게 지구인이 정복당하는(몸빼앗김) 영화제목이...

질문과답변

[re] 외계인(생물)에게 지구인이 정복당하는(몸빼앗김) 영화제목이...

1 신정민 0 3,000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1978)



"머나먼 외계에서 살던 생명체가 지구로 온다면 그 것은 적대적인 침입일까요? 아니면 우호적인 방문일까요?" 이런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진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입이라고 답 할 것이다. 실제로 설문을 해 보지 않더라도 결과가 그렇게 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만들어졌던 대부분의 영화들에서 외계 생명체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대다수 SF 영화들은 외계 생명체의 침입으로 인간이 겪어야 하는 공포와 끔찍한 죽음, 인류의 멸망 등을 그리고 있다. <E.T.>나 <어비스>에서 나왔던 외계인들이 그나마 가장 친근했던 외계인 같고, 최근에 개봉한 <맨 인 블랙>시리즈에서는 외계인의 적대적이거나 우호적인 성향의 다양성이 묘사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외계 생물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러한 이질감과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필사의 도전>과 <프라하의 봄>으로 감독으로써의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고, <북회귀선>, <떠오르는 태양>, <퀼스> 등의 작품으로 또 다시 그 이름을 세상에 알렸던 필립 카프만 감독의 1978년작 <우주의 침입자>는 1955년에 발표되었던 잭 피니의 소설 'The Body Snatcher'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50년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매카시'가 미 국무부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잠입해 있다는 선언을 하여 시작된 소위 '메카시즘'으로 사람들은 공산주의와 반공주의자로 이분 되고, 자신이 처단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타인을 공산주의자로 밀고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었는데, 잭 피니의 소설은 이러한 상황을 외계 생물체의 침입에 절묘하게 비유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인간이 잠든 사이 그 인간을 복제하고, 원래의 인간은 껍질만 남은 체 쓰레기차에 버려진다. 그런데 이렇게 복제된 인간들은 감정이 없다.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삶을 유지하지만 인간으로서 느끼던 희노애락의 감정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들은 원래의 인간들을 말살시키려고 한다"는 이야기의 소설은 'B급 영화의 제왕'으로 칭송받은 돈 시겔에 의해서 처음으로 영화화 되었는데, 영화 역시 매카시즘의 대한 은유를 담고 있었다. 소설은 1978년 다시 필립 카프만 감독에 의해서 리메이크 되고, 1980년에는 저예산 영화계의 대부이자 괴짜감독으로 소문난 아벨 페라라에 의해서 다시 영화화 되었는데, 카프만 감독의 두 번째 영화는 도시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개인과 획일화 되어 가는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평을 들었다. 영화의 결말도 전편과는 많이 달라서, 어둡고 암울한 미래관을 반영하는 듯한 마지막 장면으로 영화는 경악스런 끝을 맺고 있다. 페라라 감독이 발표했던 세 번째 영화는 처음의 두 편과 조금 다른 이야기에 좀 더 진보적인 특수 효과를 동원하여 제작되었지만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주인공 매튜(도널드 서덜런드)와 브룩(엘리자베스 드리스콜)은 어느 날부터인가 주위의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눈치채고 이 들의 정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새 복제된 인간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고, 누가 복제되었고 누가 원래 인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복제되고, 이 들의 조사는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만 간다. 외계 생물체의 씨앗을 복제하는 공장을 찾아 폭파해 보기도 하지만, 이들의 저항은 왠지 무기력해보이고 영화의 결말이 다가올수록 관객은 초조함에 빠지게 된다. 25년 가까히 지난 SF 영화를 지금 다시 본다면 특수촬영이나 시각효과에서는 약간의(?) 격세지감이 느껴지고, 도널드 서덜런드나 제프 골드블럼의 젊은 시절 모습이 새록새록한 것이 사실이지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에 승부를 걸었던 당시의 작품 답게 영화는 요즘 영화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도록 한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듯 귀에 거슬리는 OST도 영화의 긴장감을 배가 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영화에 출연한 카메오들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첫 작품을 만들었던 돈 시겔 감독이 택시 운전사로 출연하고, 첫 작품의 주연 배우였던 게빈 맥카시는 도움을 요청하는 행인으로 등장하여 씁쓸한 죽음을 맞이 한다. 로버트 듀발은 뜬금없이 등장해서 그네를 타다가 사라지며, 필립 카프만 감독도 직접 출연하여 공중전화를 두드리는 행인으로 나온다.

국내에서 발매되는 타이틀은 1998년도에 미국에서 발매되었던 1지역 타이틀과 거의 같은 포맷의 사양으로 출시되었다. 화면은 1.85:1 와이드 스크린 레터박스 포맷으로 담겨 있으며, 음향은 돌비 스테레오 포맷만을 담고 있다. 타이틀은 조금 '된' 작품다운 화질을 보여준다. 명암의 대비도 그럭저럭 선명하고, 윤곽선이 무너지지는 부분없이 안정적이지만, 화면 전체에서 잡티가 눈에 띄이며 색이 지글거리는 현상도 보인다. 마치 동네 극장에서 봤던 스크린같은 투박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돌비 스테레오 음향에서는 든든한 베이스음이나 임팩트가 강하게 들어간 부분이 크게 눈에 띄이지 않으며, 스테레오로서의 음향 분리를 간혹 느끼게 하는 것 이외에 DVD로서의 특별한 음향 효과를 느낄 수 없어 아쉽다. 1지역 타이틀의 스페셜 피쳐로 필립 카프만 감독의 음성해설이 담겨져 있는 것에 비해 국내 타이틀에는 스페셜 피쳐라고는 극장용 예고편 딱 하나밖에 안 들어 있다. 그외의 스페셜 피쳐라고는 타이틀을 만든 분들의 이름이 들어간 앙증맞은 숨겨진 메뉴 뿐인데, 준고전 격인 좋은 영화를 타이틀로 발매했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원작 소설에 대한 소개도 좀 담고,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진 각 작품에 대한 설명도 담는 등 좀 더 충실한 내용으로 만들어졌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http://www.nkino.com/NewsnFeatures/article.asp?id=8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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