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계약직, 10년이라는 담담함 [남은 인생 10년]

영화감상평

사랑의 계약직, 10년이라는 담담함 [남은 인생 10년]

10 사라만두 6 204 1

끌을 담보로 한 발걸음의 허무함은 현생을 사는 무수한 비정규직들의 비애로 대변된다.


찬란한 삶은 아스라이 저무는 죽음 위에서 축조되었으니 너무 안달하거나 저어할 필요가 없다는 현자들의 말.


적절하게 작동하던 당시에서, 이제는 유효기간이 임박해 우리네 인생이 좀체 펴지지 않은채로 구부정한 까닭에


사랑이라는 대전제도 기실 유명무실한 요즘이다.


그런 기조가 만연한 세상에 박제된 로망스를 다시금 출하하는 일본의 패기, 처음엔 그렇게 읽혀진 작품이었다.


거기다 고마츠 나나라.. 마동석의 액션영화를 탐하는 양가적인 마음으로 두터운 극장문을 열고 들어갔다.


온도 변화없이, 일관성 있는 톤앤매너로 영화는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곱씹는다, 늘 그렇듯


그리하랴 수학의 정석같은 정갈함은 - 마치


보이스가 없는 이디엠 페스티벌, 발라드가 없는 락페스티벌, 남자가 없는 토이콘서트 를 상기시킨다.


멍뭉미의 사카구치 겐타로와 무녀상의 고마츠 나나가 생과 사의 이면을 등가교환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리고


그런 일식스런 일식에서 문화성이라는 색감이 적절히 거세된 상태로 맛있는 한끼 식사를 마쳤다.


간만에 길어올린 제대로된 일식이었다.



p.  

뭐랄까,

일본이 이미지로 소구하는 장치들을 담백하게 사용함에

문화성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엉덩이를 일으키지 전까지 제법 건실하게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눈물이 걷혀진 자리에 점층적으로 쌓여간 이야기가 힘을 받아 충실해지면

정좌를 한 소녀의 다소곳함이 연상되는 눈물 한방울이 슥- 하고 들어온다.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던 자세에 단발마의 탄성이 따라오고

비가 오는 내음을 품은 하늘의 그것 마냥 여기저기서 국지성 소나기가 몰아친다.

스탠스의 조절이 이렇게나 영화적 밀도를 올릴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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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7 oO지온Oo  
남은 인생 10년 / 余命 10年 / The Last 10 Years (2022) 영화네요.
어떤 영화일지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ㅎㅎ
뿌연 안개같은 표현이었을까요 ㅎ 권장해 봅니다.
21 zzang76  
저도 이 영화 괜찮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백의 미학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37 하늘사탕  
세세한 감상평 감사합니다~
슥- 봐보시죠. 진중하게, 가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