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랩과 하드라이트로 써내려간 완벽한 리듬의 걸작

영화감상평

오버랩과 하드라이트로 써내려간 완벽한 리듬의 걸작 <Kalpana, 1948>

13 리시츠키 5 209 0











감독, 각본, 주연 : 우다이 샹커.
 



영화는, 우다얀의 다소 낭만적인 민족주의적 판타지를 그린다. 놀라운 것은 서사로서만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영상과 음악의 판타지로서, 모든 숏과 씬을 구현해낸다는데 있다. 말하자면, 같은 주제는 아니지만, 마이클 파웰의 테크니컬러 걸작 <분홍신, 1948>에서의 그 놀라운 정도로 아름답고 무섭고 환상적인 무대의 장면들이, <칼파타, 1948>에서는 150분 내내 무대 장면은 물론, 무대 외 장면들에서도 그 아름다움과 판타지가 밀도높게 구현된다는 것이다. 그것의 핵심은 무성영화적 미장센과 오버랩, 그리고 표현주의와 필름느와르의 하트라이트 조명에 있다. 특히 독일표현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듯 한데, 액자식 구성이며 영화 속에 직접적인 오마주인 랑의 <메트로폴리스>의 노동자들의 장면들이나, 미술들, 후반부 거대한 구조물들과 그곳을 오르는 주인공과 여자의 모습들이 그러하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오락영화이자, 예술영화이자, 인도 민족주의 프로파간다 영화이지만, 인도 독립 이후의 제국주의와 인도 내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도 함께한다. 어린 우디얀이 여장을 하고 춤을 추자 구타를 당하는 장면의 성별 이분법에 대한 비판이나, 권위적인 선생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영어를 배우라는 말과 함께 우다얀이 고개를 돌리자, 그의 시점샷으로 보이는 숏은 에이젠슈타인 식의 순한 양들이 보이는 직유법이 표현한 제국주의에 대한 피판이라던가, 친구 노르를 구해주는 장면에서 곱추거지를 등장시킨 것은 당대 인도 현실의 계급에 대한 감독의 인식일 것이다. 이처럼 영화 중반까지는 그러한 현실을, 장르적인 미쟝센을 동원하여 상황과 사건으로서 보여주지만, 후반부에 성인이 된 우다얀이 직접적인 언설로서 인도의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대사로 말하는 것은, 영화와 현실 인식 사이의 거리를 생각할 때, 매우 아쉬운 서사의 전달방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후반부, 그가 히말라야에 가서 음악센터를 만들어 민중을 설득하고 그의 예술관을 드러내는 무대의 장면들은, 물론 나무랄데 없는 미쟝센과 편집의 완벽한 성과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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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우다얀이 자신의 무대를 후원해준 돈이 없어 걱정하는 사이, 친구 노르의 시타르 연주를 들으며 잠이드는 장면은, 영화 속 우다얀의 꿈과 그 꿈을 재현한 감독의 꿈같은 미장센과 편집의 절정을 보여준다. 오버랩과 하드라이팅으로 써내려간 완변한 리듬의 한 편의 시이자 꿈이다. 서구의 어떤 뮤지컬 영화도, 이 이상의 완벽한 미쟝센과 편집을 보여준 적이 없다.


1. 우다얀이 친구 노르의 시타르 연주를 들으며 잠이든다. 외화면에서의 노크소리를 따라 문 앞에 가면, 2. 그는 절벽으로 떨어져 바다 속으로 추락하고 디졸브되면, 3. 어딘지 모를 암흑 속, 나쁜 신으로부터 고통을 당한다 "타알을 잘못쓰면 이렇게 된다"고. 그러나 착한 신이 나타나 잘못 데려온거 같다며 그에게 음악과 춤의 영적 재능을 전수해준다. 4. 롱샷으로 연속되면, 전경에는 각종 인도 악기들을 연주하는 악사들이 있다. 5. 갑자기 마림바 연주가 시작되면, 남자 신들이 떼지어 춤을 추는 장면들이 오버랩되고, 6. 다시 장면이 전환되어 플룻을 부는 악사가 프레임 왼쪽에, 프레임 정면에는 그와 어떤 녀자 무희(그녀는 우다얀의 어릴적 헤어진 친구이며, 훗날 연인이 될 녀자이다)의 오버랩. 그녀는 그의 팔을 비튼다. 7. 프레임 하단에는 그의 팔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춤을 추자, 프레임 상단에는 누군가가 연주하는 젬베 드럼이 트랙-인하여 상하로 오버랩되자, 연주 사운드마저 전진하고 그의 팔마저 접사로 트랙-인 한다. 8. 다시 프레임 상단의 시타르의 연주와 프레임 하단의 녀자 무희들의 춤이 오버랩되면, 9. 커팅되어, 시타르의 격렬한 연주가 이어지면, 프레임 하단에서는 녀자 무희가 그에 맞춰 춤을 춘다. 시타르의 밴딩이 더해질수록 녀자의 춤사위도 덩달아 고조된다. 10. 그가 다시 나타나 복수하듯, 녀자의 팔을 비트는데, 가짜 팔이라는 코믹한 쇼트가 이어지고, 11. 다시 커팅되면, 숏은 또다시 오버랩된다. 수 개의 콩가드럼을 두드리는 손과 수 명의 사내들이 춤을 춘다. 12. 프레임 전경에서 그가 신성을 얻은듯, 양 팔이 강렬한 역광의 조명으로 춤을 추면, 중후경과 프레임 모두에서 수많은 녀인들의 팔들이 나와 그를 축복하듯 춤을 춘다. 13. 모든 인도 악기들의 절정으로 치닫는 잼과 무희들의 춤이 이어지고, 풀샷의 프레임 중앙에 우다얀이 나타나자 갑자기 모든게 멈춘다. 14. 역시 이중인화로 오버랩된 환상적인 쇼트, 마침내 우다얀은 "타알의 리듬"을 얻게 된다. 15. 디졸브되면, 현실의 우다얀의 침대로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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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씬이 재밌는데, 그 꿈 속의 녀인이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우다얀의 시선과 시점샷의 일반적인 영화문법을 구사하지만, 감독은 다시한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뒤섞어 버린다.


1. 시점샷에서의 그녀는, 꿈에서처럼 시타르 연주가 시작되면 갑자기 배경의 조명이 꺼지고 카메라가 우마를 트랙-인하면 그녀의 얼굴에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쏜다. 2. 그리고 프레임 하단에, 우다얀이 꿈 속에서 물 속으로 추락했을 때 나타난 바다의 동심원이 오버랩되어 그녀의 얼굴까지 퍼지면, 꽃과 비둘기, 파도가 또다시 오버랩 된다. 3. 카메라가 다시 트랙-백 하면 우마는 접사에서 중사로 사이즈가 변경되는데, 우마가 고개를 왼쪽으로 치켜들자, 갑자기 이중노출된 프레임이 멋지게 산화하면서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우다얀의 시점숏으로 표현된 우마의 숏을 자세히 보면, 오버랩의 환상적인 숏 안의 숏들은 수 개이지만, 막상 우마의 숏은 단 하나의 숏으로 이루어진 무려 13초의 롱테이크숏이다. 더구나 트랙의 전-후진만으로 만들어낸 간단하면서도, 기술적으로는 대단히 복잡한 이 숏은, 말그대로 우다얀이 우마에게 완벽하게 빠져드는 심리를, 철저하게 계산된 카메라 이동과 조명, 음악, 오버랩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해냄으로써, 꿈과 현실의 경계는 황홀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단 두 컷으로 만들어낸, 이토록 창의적인 시점샷의 관계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시네마 매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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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쇼트들도 재밌다. 우마가 우다얀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떠는 장면인데 -우마는 실은 그가 어릴적 친구 우다얀임을 알고있다- 헐리우드 고전문법의 법칙으로는 방향성의 위반이지만, 이는 오히려 연출의 흠이라기보다는, 우마와 우다얀의 환상적인 만남의 맥락으로서는 더없이 훌룡한 연출의 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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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악녀로 재현되는 카미니의 연출도 흥미롭다. 빛과 그림자의 극치이다. 우마와는 정반대의 상반되는 미쟝센으로 연출되는데, 그녀는 엄마를 막 잃고 우다얀을 만난 것이다. 우다얀의 시선과 시점샷에서는, 오버랩은 전혀 없고, 카미니를 암시하는 불길한 쇼트들이 몽타주 된다. 늙은 독수리와, 새차게 내리는 비바람과 번개의 거친 사운드, 천장의 흔들리는 전구로서 과격하게 은유된다. 바로 불운과 죽음의 그림자인 것이다 (물론 이 장면에서 감독의 정치적 모순을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착한여자, 나쁜여자라는 이분법. 그건 넘어가자). 마치 호러 영화의 상투적인 미쟝센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몽타주된 원시적인 쇼트들의 밀도를 감안하면, 역시 언제나 독자를 흥분시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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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문제의 씬이다. 반나체의 남과 녀가 춤을 춘다. 영화의 맥락상 사실 성적인 늬앙스는 재현될 여지는 없지만, 우마의 댄스 리허설은 그것의 무의식적 몽타주를 또다시 오버랩을 통해 구현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사실 리얼리티란 이런 것이다. 해방 후든 아니든, 민주주의, 민족주의, 경제주의 담론 속에 가장 억압받는 것은 늘 그렇듯 성적인 억압이다. 그리고 감독이 영화 속에 표현하는 것은 언제나 춤과 음악이다. 춤과 음악이 와서, 내 몸에 와서 터지고 땀 흘린다. 그 냄세들, 그 움직임들, 그것들의 직접적인 감정은 오버랩을 통해 다시 한번 재현된다. 말하자면 독립한 인도인은 왜 그렇게 춤을 추고 싶은가, 왜 춤을 춰야 하는가는 이 씬으로 설명되고, 후반부의 인도의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계급에 관한 감독의 혹은 우다얀의 논설은 사족일 뿐이라는, 무의식적 호소가 담겨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해석은 불순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인도 독립의 담론 속에, 담기지 않은 진정한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단순히 성행위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성적 주체로서의 리얼리티가 이 씬에 담겨있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동의하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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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리는 다음 씬에서, 장르적 프레임 분할, 구도로 이어진다. 필름 느와르의 심리적 분할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데, 우마/ 우다얀/ 카미니의 심리적 공간이기도 하다. 프레임 내 프레임으로 구획되고, 다시 빛과 그림자로, 감정으로 분할된다. 그건 어떤 긴장이다. 그 긴장은......



 






더 씨부리고 싶지만, 졸려서......
*LMDb 8.8.



p.s. 읽어주신 분들께 되지도 않을 헛소리로서 죄송함을,
    스콜세지 선생님과 가장 존경하는 우리 시네스트 고전영화의 움마님께 무한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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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24 umma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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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리시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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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umma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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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스눞  
리시츠키 님 글과 영화 <Kalpana> 꼭 보라시는 Umma 님 호출 받고 소환돼 글 잘 읽었습니다!
날 추운데 잘 지내고 계시지요?
이런 멋진 글과 함께 안부를 전해 듣는 것 같아 너무 반갑습니다 :))
13 리시츠키  
저 위 잡글은.... 아~~ 부끄러우니... ;; 제발~ 무시해주시면 감사하겠고요....
엄마님의 탁월한 선택의 저 영화는 꼭 보시고요 ;-)
이 멋진 영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더 좋겠구요~~

그래도 년말이라, 엄마님도 스눞님도 뵙는군요~ㅎㅎ 추위 조심하고 건강하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