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migrant/이민자, 2013 [스포있음]

영화감상평

The Immigrant/이민자, 2013 [스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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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migrant/이민자, 2013 ***** ****

평점 7.6, 2015.09.03., 미스터리/로맨스/멜로, 미국, 15세이상관람가, 117

주연 제임스 그레이, 마리옹 꼬띠아르, 호아킨 피닉스, 제레미 레너, 출연 다그마라 도민칙, 안젤라

수상내역 80회 뉴욕비평가협회상(2014)


폴란드 출신 불법 이민자인 에바가 포주 브루노와 마술사 올란도 두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는 이야기. 2013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외부인의 시선을 계속해서 다루었던 제임스 그레이가 작정하고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계속해서 같이 작업해왔던 호아킨 피닉스와의 네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마리옹 코티야르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영화의 중요한 부분인 만큼 배우 선정에 고심을 했으며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오로지 마리옹 코티야르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한다.


1921년 뉴욕의 엘리스 섬. 영화의 주인공 에바(마리옹 꼬띠야르)는 고국 폴란드에서 전쟁을 피해 대서양을 건넌다. 그녀는 동생 마그다와 함께할 뉴욕 생활에 대한 꿈으로 부풀어있지만, 동생은 폐병 의심으로 치료소에 격리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현지 관리인은 자매에게 유일한 믿을 곳이었던 이모 가족의 주소가 유효하지 않다는 소식을 전하고, 에바는 다시 폴란드로 돌려보내질 위기에 처한다


안개 자욱한 섬, 자유의 여신상의 뒷모습으로 시작하는 <이민자>의 첫 장면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환상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카메라는 자유의 여신상에서 줌아웃해 뉴욕으로 들어오는 배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모습을 비춘다. 그는 뉴욕 뒷골목의 3류 클럽에 데려갈 여자를 물색하기 위해 나온 브루노(호아킨 피닉스).


브루노는 여행자 구호협회 소속으로 신분을 숨긴 채 자신이 만든 덫에 걸려든 에바를 구한다.  브루노와의 만남은 에바가 쥔 생존의 끈을 엉키게 하고, 그녀가 엘리스 섬에 발을 딛자마자 마주한 불행은 점진적으로 그 크기를 키워간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바와 그에게 성매매를 권하는 입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브루노,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을 만들어 내는 에밀, 세 사람의 관계 역동 안에서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드러낸다.


클럽 밴디츠 루스트의 무대에 선 에바는 미국에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그녀의 생존도 보장해주지 못한다. 브루노를 따라 온 첫날 밤 송곳을 쥐고 잠이 드는 장면이나 자신의 돈을 탐하려는 동료에게 칼을 드는 장면, 손가락에 피를 내어 입술을 칠하는 장면은 에바에게 생존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보여준다


브루노는 마그다의 치료비로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그녀를 치료소에서 빼내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정보와 인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에바를 자신의 옆에 묶어둔다.  


어느 날 밤 에바가 자신에게 키스하려는 브루노를 거절하자 그는 부끄러운 줄 알라며 에바를 비난한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동료의 돈을 훔친 에바의 행동을 탓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에바에게 도움을 주었음에도 거절당한 것에 대한 분노다. 브루노는 자신이 그녀를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권력자의 위치를 점하고자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자 분노를 표출하고 겁을 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고자 한다.


취한 상태에서 브루노의 설득으로 첫 성판매를 한 후 에바는 당신을 증오해요. 나 자신도 증오해요라고 말한다. 증오를 드러내는 장면 이후 브루노에 대한 분노나 절망에 대항하는 감정이 부각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지만, 그 이후에도 큰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의 태도 변화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진창 같은 삶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머무는 에바의 포지션이 답답한 마음을 남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에바는 어렵사리 찾아간 이모의 집에서 따뜻한 안정감을 느끼지만, 그것은 하룻밤의 온기에 불과하다. 배 안에서 정숙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혐의도, 그 혐의가 자신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에바를 불법 거주자로 신고하는 이모부의 행동도, ‘자유의 여신분장을 하고 선 클럽 무대에서 남자 관객들로부터 당하는 모욕도, 에바가 여성의 몸을 가졌기에 겪는 낙인의 효과다.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으로 향한 에바의 희망은 자유의 여신으로 분장된 몸으로 그들로부터 모욕의 대상 밖에 될 수 없는 현실을 통해 바닥까지 끌어내려지고 만다.


엘리스 섬에서 펼쳐진 공연에서 에밀은 공중부양 마술을 선보이고는, 믿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지킨다면 아메리칸 드림이 꼭 찾아올 것이라고 연설한다. 에바는 에밀에게 브루노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낀다. 이 감정은 현실에 맞닥뜨리며 좌절된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믿어보고 싶다는 에바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그것이 신기루에 불과할지라도.


에바를 덫에 빠트린 뒤 구원자를 자처한 나쁜 남자브루노도, 에바의 상황에 공감하며 행복할 권리를 이야기하던 에밀도, 결과적으로는 에바의 근처에 머물며 그녀의 삶을 점점 더 파국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동생을 찾아 주겠다고 구원자를 자처한 두 남자 때문에 에바는 결국 살인 누명까지 쓰게 된다. 에밀과 브루노의 다툼으로 결국 에밀은 칼에 찔려 죽게된다. 남자들 때문에 꼬인 운명의 끈을 푸는 것은 에바 자신이다.


그녀는 결국 이모를 다시 찾아가 동생을 구하기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 스스로의 의지와 행동으로 동생과 자신을 구한다(이모에게 다시는 찾아 오지않겠다고 하고 돈을 달라고 한다 이게 스스로의 의지라고 보긴 좀 그렇지만...). 둘이 캘리포니아로 떠나라고 기차표를 건넨다. 그러면서 에바에게 사실을 고하는데, 모든 것이 브루노의 계략에 의해 에바가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었다.. 배에서부터 반한 브루노는 공무원을 매수하여 심사에 탈락시키게 했고, 이모부도 그녀를 버리게 만들었다며 고백을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에바가 여동생과 함께 보트를 타고 멀어지는 모습과 브루노가 치료소의 문 바깥으로 나가는 모습을 한 프레임에 담는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어쩌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각자의 삶으로 향하지만, 관객의 눈에는 두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각자의 삶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삶의 질곡이 이어질 것이라는 암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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