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 안에서, 갱 밖에서 aka. Pitfall

영화감상평

갱 안에서, 갱 밖에서 <おとし穴, 1962> aka. Pitfall

13 리시츠키 2 29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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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







 




Director    Hiroshi Teshigahara
Writer    Kôbô Abe


킬러는 모든 일을 지켜본 후 말한다 "계획대로군" 이는 정말이지 한 치의 빈 틈도 없는 계획이다. 탄광의 제2노조 지부장과

똑같은 얼굴의 일용직 노동자를 죽인 후, 제1노조가 사주한 것이라 경찰과 기자가 믿게하고, 그리하여 1노조와 2노조가 동시에

와해된다는 계획. 구멍가게 여주인마저 거짓증언에 응한다는 변수까지 모두 통제한다. 거의 신의 계획과도 같다. 이렇다면 각본상

 너무 작위적이라 봐도 무방하겠지만, 이는 원작자이자 각본가인 아베 고보의 의도된 내러티브 전략이다. 아베 고보나 감독이 말하고 싶은 건,

그런 킬러의 완벽한 계획과 실행 후, 사건의 진실과 그 후과를 보여주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그건 디바이드 앤 룰을 통해 노조가 어떻게

분열되고 파괴되는지를 위해서이며, 동시에 그런 상황논리에 빠진 노조에 대한 비판 역시 담고있다.

그러나 그 네러티브는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다. 미스테리이되 미스테리가 아닌 살인사건.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의 말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사건의 시선의 담지자인 꼬마는 진실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가난한 꼬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과자 몇 개를 홈쳐 도망치는 길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건의 핵을 쥐고 있는 킬러를 누가 고용했는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기자와 제2노조 지부장의 대화를 통해 유추해보면,

아마도 고용자는 탄광회사일 것이다. 기자와 제2노조 지부장이 열심히 추리하듯 제1노조를 없애는 것도 좋겠지만, 더 좋은건 노조 전체가

없어진다면 회사가 가장 이익(이윤)이 클 터이기 때문이다. 이렇다면, 주인공이나 제1노조 지부장과 제2노조 지부장,

그리고 구멍가게 여주인을 죽인건 킬러가 아닌 것이다. 단역으로 등장하는, 갱도에 파묻혀 목이 비틀어져 죽은 귀신 역시 마찬가지다.

갱 안에서, 갱 밖에서 모두 죽는다. 진정한 킬러는, 이윤추구를 위해 노조를 파괴하려는 자본가이다. 말하자면, 자본의 모습은

킬러로 형상화 되는 것이다. 킬러는 매우 치밀하고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기에 자본은 다시, 보이지 않는 귀신이다.

보이지 않기에 원인을 모르고, 원인을 모르기에 미스테리다.

그 미스테리를 비유하는 공간의 미쟝센은 대단히 훌룡한다. 내리쬐는 태양과 텅 빈 유령마을의 강렬한 콘트라스트, 아무렇게나

무성하게 자란 풀들과 나무 하나 없는 돌 산, 더러운 웅덩이, 탄광회사의 거친 철골 구조물 등은 죽음의 공간이며, 자본의 살풍경이다.

이는 고도성장기로 진입한 60년대 일본사회의 정치경제적 혼란과 빈부차, 계급모순을 암유한다. 각본, 촬영, 조명, 로케이션 모든게 완벽, 걸작 *LMDb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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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S 줄리아노  
자세한 감상과 높은 평점에
제가 외람되게도 감사를 올립니다!!^^
https://cineaste.co.kr/bbs/board.php?bo_table=psd_caption&wr_id=1753938
13 리시츠키  
안그래도 줄리아노님 자막으로 엊그제 감상했습니다 ㅋ
60년대 일본영화는 정말이지 너무 훌룡합니다. 며칠 지난 지금도 영화의 장면들이 많이 생가나는데,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홀로남은 꼬마가 가게에서 물건을 홈치고, 눈물을 흘리고는 멀리 길을 떠나는 장면이 아직도 가슴이 아프네요.

늘 멋진 고전영화 번역해주시고, 저야말로 늘 감사드립니다. 추운 날들,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