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2017)

영화감상평

옥자 (2017)

2 칼도 0 339 0

옥자 (2017)
https://www.imdb.com/title/tt3967856/


영화의 메시지랄까 주제의식에 동감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는 데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옥자와 미자 사이의 케미를 확실하게 보여주면서도 지루할 정도로 오래, 자주 보여주지 않은 것이 좋았고 그 케미의 주된 모습이 청정한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서로 뒤엉킨 채 마음껏 노는 모습인 것이 좋았다.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곧 도축당할 운명인 슈퍼 돼지 부부가 아기 돼지를 철책 넘어로 던져 옥자와 미자가 숨겨서 데려가게 하는 장면도 좋았다. 그 장면에서 뭉클해지 않았다면 당신은 소시오패스이다. 옥자와 미자의 귀가길의 첫발걸음에 동반되는 그 장면의 시간대가 어두웠을 때인 것은, 그래서 광대한 우리 안의 수많은 슈퍼돼지들이 또렷하게는 보이지 않은 것은 다루어지는 주제의 성격상 영화적으로 현명한 처사였다. 암울하고 비극적인 광경은 너무 밝아서는 안 된다. 연이은 전기총 발사음이 배경에 깔려있는 그 광경은 어떤 논리나 싸움으로가 아니라 돈과 다름 없는 것으로 옥자 하나만을 간신히 구할 수 있었을 따름이라는 막막함 및 소소함과 어울린다. 그리고 물론 자본가들에게는 그 자체로는 통하지 않았지만 그 소소함이나마 가능하게 했던 사랑과도 어울린다. 즉 그 장면의 어슴푸레함은 언제가 열려야 할 광대한 밝은 세상의 너무나 작은 씨앗같은, 아주아주 작은 자궁 속 어둠 같은 어슴푸레함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어떤 인물들, 특히 자본가들의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럽고 악하게 그려졌다고 불평한다. 그렇지만 자본가들이 사업을 할 때라면 그 정도로 단순하게 인정사정 없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는 과장하지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말하자면 영화 자체 내에서 문제가 있는 쪽이라고 판정되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다소간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필요한 과장이기도 하다. '슈퍼' 돼지라는 과장이, 벼랑에서 떨어질 위기에서 미자를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구해줄 정도인 옥자의 똑똑함이 영화의 주제의식이 효과적으로 느껴지게 하기 위한, 영화적으로 필요한 과장인 것처럼 말이다. 사실 동물해방전선 멤버들의 모습도 어느 정도는 코믹하게 과장되었다. 이 영화의 재미의 상당부분은 이 우스꽝스러움에서, 영화의 진지한 주제의식에, 영화가 그리는 암울하고 막막한 현실에 착목하지 못하게 할 정도이기는커녕 오히려 그 착목이 부드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돕는 그 우스꽝스러움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호평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완고한 육식주의자들'을 감화시켰을 지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다. 사실 어떤 위대한 예술작품도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이들을 감화시킬 수는 없다. IMDB에 들어가보니 찬양 일색인 감상기 중에 이 영화에 영향받아 서서히 채식주의자 되기로 했다는 구절이 들어간 것도 보인다. 어떤 영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유해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고 - 끼쳤을 것 같지 않다 - 적어도 한 사람은 자기편으로 끌여들였다면 그 영화는 성공한 영화라 할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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