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2023)

영화감상평

오펜하이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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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인들과 매봉역 2번 출구로 나가자 마자 보이는 롯데 시네마 도곡관에서 1시 30분 상영 시작 <오펜하이머>를 감상했다. 아주 깔끔하고 넓직한 곳이다. 7층에서 내다 보이는, 도곡 타워 팰리스가 보이는 시내 경관도 괜찮았다. 지하에는 엄청 자랑질을 해놓은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카페가 있다.

영화는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일반 대중들도 얼마든지 투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다만 전기 영화의 틀에 완전히 갇혀 있어서 오펜하이머라는 사람의 그릇의 실제 크기와 그가 살았던 시대의/그와 관계했던 사람들의 지배적/평균적 모습에 충실할 수밖에 없어서 오펜하이머의 원론적으로만 올바른 사고방식 내지 지혜와 국민국가들 간의 경쟁 체제 아래서 통치 엘리트, 특히 미국 같은 신흥 초강대국의 통치 엘리트들이 가질 수밖에는 사고방식의 충돌을 보여주는 정도에 그쳐서 관객들이 계몽될 수 있는 수준에는 아주 뻔한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미국 사람들 대다수는 원폭 투하가 일본의 항복을 앞당겨 대량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고 한국 사람들 대다수는 한술 더 떠서! 다이아몬드같이 믿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런 목적으로 투하된 것도 아니고 일본이 원폭의 파괴력에 놀라 항복한 것도 아니라는 특정한 진실을 조금 더 노골적으로 암시했다면 - 영화에서는 소련을 경계하는 지배적 분위기의 묘사와 "우리가 이미 망한 나라에 원폭을 투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라는 오펜하이머의 말로만 암시 -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도 못 해본 관객들에게 일말의 충격 효과라도 주었을 것 같다. 현재의 영화로는 그저 나의 힘의 한껏 강화가 나랑 경쟁하는 상대의 힘의 한껏 강화를 초래하고 이 상호 강화가 점덤 더 커지는 규모로 반복되면서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파괴력의 총합이 증대되는 막막한 현실에 대한 한탄에 그치게 하고 만다(지구 전체 차원에서는 성장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파괴적 효과가 커지는, 각 국민국가들의 경제성장지상주의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그 외 첫 연인이 결국에는 자살을 감행하기까지 하는 격정적이고 불안정한 인간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곡절이 생략되어 있어서 다소간 뜬굼없이 느껴졌다. 물론 실제로 딱히 곡절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영화도 내러티브가 기본인 예술형식인데 곡절은 전혀 안 보여주고 누드신과 섹스신을 포함해 그녀의 강렬한 이미지만 보여주니 하나의 전체로서의 영화의 이지적/논쟁적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오펜하이머한테 중요했던 사람이라 안 다룰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미 벌써 긴 영화에서 자세히 다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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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37 하늘사탕  
세세한 감상평 감사합니다
20 zzang76  
놀란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이 이번 영화도 좀 난해할거갔네요
1 살캉지  
와이프가 보고 싶어 하는데 예매해봐야 겠네요.
4 긍긍  
누드신과 섹스신 노출이 어느 정도 인가요?
10 사라만두  
화자분의 풀어내는 글맛도 조금 흥미롭네요 전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