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사람을 마음을 움직이고 최고의 황홀감을 맛보게 해 준다는 이야기로는 덴마크의 영화감독 가브리엘 엑셀의 <바베트의 만찬>(1987, Babette's Feast)만큼 인상적인 영화는 없을 것이다. 영화 <피그>는 그에 버금가는 영화라고 할 만하다. 자신이 요리를 해서 제공한 음식과 그 음식을 먹은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을 빈틈없이 보존할 만큼 신화적이었던 한 셰프의 이야기를 담은 <피그>는 죽은 아내에 대한 사랑, 송로버섯, 돼지에 대한 애정, '요리 예술'의 비즈니스적 황폐화에 대한 냉소 등 여러 갈래로 플롯이 흩어지지만 늙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 저력과 짜임새 있는 연출로 맛깔스러운 요리만큼이나 삼키기에 부드러운 수작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