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웨스 앤더슨

영화감상평

<프렌티 디스패치> - 2021, 웨스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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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흔히 그의 영화 중 정점을 찍었다고 회자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부터 였다. 그의 거침없고 화려한 화면과 연출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는 못한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감상자에게 어떠한 상상력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기발하고 엉뚱하고 자극적인 연출력으로 몽땅 영화 속에 채워 넣는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무엇인지 공허함이 남게 된다. 한마디로 과잉연출의 표본이 된 것이다. 만약 그러한 재주꾼에게 더 이상 이야기할 꺼리가 없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나에게 웨스 앤더슨의 정점을 <문라이즈 킹덤>이었다. 그 후의 대표작들, 그러니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개들의 섬>과 이번의 <프렌치 디스패치>는 형식미만이 꽉 들어차고 속 알맹이는 없는 공허함의 미학이었다. 


웨스 앤더슨의 재기 발랄한 연출력은 가히 동시대의 내로라는 문제적 배우들을 모조리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 틸다 스윈튼, 베니시오 델 토로, 레아 세이두, 애드리언 브로디, 제프리 라이트, 티모시 샬라메, 에드워드 노튼, 윌렘 대포, 시얼샤 로넌, 엘리자베스 모스, 마티유 아말릭 등에다가 웨스 앤더슨의 단골 배역인 빌 머레이와 오웬 윌슨을 더하면 가히 역대급 캐스팅이다. 그들의 연기력 또한 쉬 연출력에 압도되지 않을 만큼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불행한 것은 "그래서?"라는 의문 부호가 남는다는 점이다.


보통 아주 감동적이고 잘 구성된 '스토리'를 담은 영화, 그러나 연출력은 다소 떨어지는 영화는 감상을 한 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굳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뛰어난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영화(예를 들어 <대부>)는 수없이 보아도 질리지를 않는다. 본래 예술이란 것이 그런 것이다. 한번 보고 더 이상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아마도 거기엔 예술에 필요한 무엇인가가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웨스 앤더슨의 근작들은 놀랄 만큼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주는 데도 영화를 본 후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의 미장센, 색깔, 리듬 등 완벽에 가까운 연출이 감상자의 몫인 상상력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영화는 물론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의 다음 영화를 다시 찾아보게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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