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위의 구름 aka. Children of the Beehive

영화감상평

묘지 위의 구름 <蜂の巣の子供たち, 1948> aka. Children of the Bee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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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히로시 시미즈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선언하듯, 영화는 첫 쇼트부터 아이들이 카메라를 향해 우르르 달려오며 시작한다. 이어 송환된 사내와

아이들의 여정을 시작하는데, 아이들을 사랑하는 감독의 따뜻함이 매 장면마다 묻어난다. 로드무비 특유의 트래블링하는 카메라는

아이들의 걸음과 호흡과 늘 함께하는데, 이로써 전후 일본사회의 가난한 자들과 가난한 시골, 도시는 희망과 우정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심지어, 소년이 요시보를 업고 산에 오르는 클라이막스에서의 카메라는, 독자에게 전해지는 소년의 감정을 넘어,

기어이 산에 올라 바다를 보고야말겠다는, 영화의 주제를 향한 감독의 어떤 의지, 결의마저 느껴지게 만든다.


또한 고정쇼트든 혹은 시선과 매치컷이든, 예전에 이 영화에 대한 "하스미 시계있고"님의 코멘트처럼, 독자를 소년들의 감정에

이입시키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인물과 인물 사이 거리가 멀면, 그 거리를 소년이 단숨에 후경까지 뛰어가 버리고 (물론 그

전 쇼트로서 시선이나 행위를 통해 미리 독자를 다 이입시켜놨다), 서성이고 뒤돌아보고, 서로의 안부는 이쪽 공간에서 저쪽

공간으로 메아리친다. 그 사이 오고가는 마음과 마음은 스크린을 넘는다. 시네마 매직이라 할만하다.


특히, 폐허가 된 히로시마에서의 장면들은 정말 훌룡하다. 완벽하다. 사내와 아이들은 우연히 다시 여자와 해후한다. 엄마를

잃은 요시보는 그녀를 따라 쫓아가고 싶어하지만, 여자는 말할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요시보를 떠나보낸다 (후에 이유는 밝혀진다).
이때 이 장면들은 이례적으로 고정쇼트들로 촬영되었는데, 걸작 <안마와 여자, 1938>처럼 감독은 밀당의 고수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폐허가 된 공간에서, 아이들의 시선과 손짓, 내화면을 뛰어가는 방향성을 통해, 인물과 인물은 만나고 헤어진다. 이때 숏과 숏을

붙이는 것은, 다시 만난 아이들의 반가움과 엄마 잃은 소년의 아쉬움과 희망을 말하는 사내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여자의

서글픔과 기타 모든 감정들로 접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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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퀀스의 후반, 각자의 길을 가는, 사내와 아이들의 무리와 도꾜로 가겠다는 여자. 이때 요시보가 못내 아쉬워 뒤를 돌아본다.

역숏으로 여자가 소년을 보고 뒷걸음질 치면, 텅빈 화면에 구름만이 유유히 흘러간다. 여자가 다시 나타나고, 소년은 그녀를 향해

계단 위 언덕을 향해 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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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이어 붙이는 숏들은, 놀랍게도 직접적인 묘지들의 쇼트들이다. 서사의 직접적인 내용은 소년이 여자를 찾는 것이지만,

관객이 보는 것은 전쟁의 폐허이다. 언덕 위 공간은 잔해들과 묘비들이 넓은 하늘 아래 프레이밍된다. 그러나 소년이 여자를

찾는 클로즈업쇼트에서부터는 육중한 비석들로 소년을 가둬버린다. 이어서 붙는 소년의 클로즈업 역시 롱렌즈의 카메라로

배경을 마치 병풍처럼 무덤으로 둘러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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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시 롱숏이 붙는데, 이때의 앵글은 소년보다 매우 높은 높이에서, 하늘을 되도록이면 제거하기 위해 부감으로 촬영된다.

이로써 프레임의 대부분은 온통 묘비들만으로 소년을 둘러싸버린다. 말하자면 숏의 크기와 앵글만으로 소년을 가둬버리는 것이다.

우는 소년을 달래며 사내와 소년이 프레임아웃하면, 비석 뒤에 숨어있던 여자가 프레임인한다. 감독은 이 단 하나의 고정 쇼트를 통해,

사내와 아이 그리고 여자의 감정, 그리고 이 모든것의 배후인 묘지를, 가장 슬픈 유머로서 가장 풍성하게 전후를 표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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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속편집되는 쇼트는, 여자가 소년을 보러 달려가는데, 앵글의 위치는 다시 바뀌어 프레임 곳곳은 역시 비석으로 가로막힌다.

다시 쇼트가 바뀌어 여자는 언덕 계단 위에 앙각으로 서고, 접사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저 멀리 롱샷으로 부감으로 묘지와 잔해들로

난 길을 통해 아이들이 떠난다.

히로시 시미즈의 영화는, 트래킹숏과 롱숏 그리고 클로즈업, 그 사이의 인물들의 시선 속에는 수많은 감정들과 희망이 오간다. 그리고

그 폐허의 길 위에 아이들이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 이는 프레임을 넘어 시대를 뛰어넘는다. 걸작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히로시 시미즈 만만세!! *LMDb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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