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리뷰(스포)] 파고(Fargo, 1996)

영화감상평

[장문 리뷰(스포)] 파고(Fargo, 1996)

28 godELSA 0 2086 0

설원에서 서로 맹렬하게 물어뜯는 늑대처럼, 눈 위에 강렬하게 뿌려지는 피처럼

평점 ★★★★☆

 

영화는 사건의 모티브를 알리는 긴 자막으로 시작된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내용과 동시에 사건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옮기려고 했다는 내용의 자막이다. 이것은 이 영화의 감독과 시나리오를 맡은 코엔 형제가 1987년 미네소타에서 일어난 참극을 꾸밈 없는 구성으로 해설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파고>는 단순히 사건과 인물을 철저하게 관찰하며 그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 작품이다. 또, 영화는 초반 자막 내용 중 ‘희생자’라는 단어에서 사건의 전말을 암시한다. 이는 사건의 결과를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의 전형적인 구성을 탈피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읽힌다.

그렇다고 해서 <파고>는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영화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초반부에 범인을 관객에게 알려준다. 차갑고 건조한 시선으로 사건이 누구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시발점으로 해서 인물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경황들을 하나씩 조립한다.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며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사건의 본질에 가까이 접근한다. 극 중 ‘마지’ 캐릭터는 사건을 따라가는 제3의 인물인데 이는 서술자(코엔 형제)가 이야기 속에 형상화된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마지’ 캐릭터를 통해서 서술자가 해석한 사건의 본질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

영화 <파고>가 사건을 바라볼수록 점차 뚜렷해지는 '인간이 만든 지옥도'는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복선과 어우러진다. 영화는 사건의 모든 부분을 보여주지 않고 정황을 암시만 하는 장면이 많다. 이것들이 불규칙하게 구성되어 있기보다는 일정한 리듬감을 만드는데 영화 전체가 시적인 운율을 이룬다. 긴장감을 터뜨리지 않고 점진적으로 구축해가는 지적인 연출과 포개지면서 긴 호흡의 긴장감을 결말까지 확실히 이어나간다.

<파고>는 겉으로 보기에는 딱딱하고 건조하지만 속으로는 맹렬한 감정이 들끓고 있는 드라마다. 조엘 코엔 감독은 이미지를 통해 폭력의 미학을 인상적으로 구현한다. 아름다운 설원의 풍경과 피의 색채감이 만나 생기는 색채 대비는 사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파고>는 강렬한 미장센과 압도적인 절제미가 어우러지는 아름답고 잔인한 걸작이다.



개인적 후기) 20살의 3번째 장문 리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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