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직의 솔직한 평] 고질라 (2014)
고질라(2014)
관람시간 내내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일단 장소 전환이 너무 중구난방이예요. 이 나라 저 나라, 이 기지 저 기지를 계속 왔다갔다 하는데 안 그래도 떨어지는 흡입력을 스스로 계속 낮추는 게 심히 거슬렸습니다.
영화의 핵인 괴수들은 잘 보이지도 않아요. 영화 '퍼시픽 림'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제작비가 부족하면 만들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 굳이 무리해서 제작한 것은 이 영화가 다분히 '상업'적 목적을 띠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실이겠지요. 음식에 비유하자면 분식을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비가 그 소재나 규모에 비해 적은 편에 속함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그리고 보통 괴수물에 심오한 철학이라던가 매력적인 악역 연기 따위를 기대하진 않잖아요? 그냥 괴수들이 맛깔나게 치고박고 때려 부수고만 충분히 해줘도 만족한단 말입니다. 분식이라는 것이 저렴한 가격에, 그닥 몸에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아님을 뻔히 알고서도 특유의 '자극적인 맛'을 기대하고 만족하는 것처럼요.
근데 이 영화는 맛이 없어요. 마치 '몸에 안 좋은 주제에 맛까지 없는 음식'과 같아요. 먹을 이유가 없는 겁니다. 맛없는 떡볶이? 그건 그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은 그야말로 정크푸드일 뿐입니다. '퍼시픽 림'에도 하고 싶은 말인 게, 내리는 비에 가려, 튀기는 물에 가려, 시종일관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대형 로봇이나 괴수를 기대하고 해당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이 대체 어디있냐구요……. 떡볶이 맛있게 만들 자신이 없으면 그냥 양념 없이 떡이나 달란 말입니다. 그냥 먹었으면 차라리 더 맛있었을 것을.
또 하나, 그 크기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개미 기준으로는 사람이 느리고 굼뜨게 보일 순 있어요. 근데 영화 속 괴수들은 구떠도 너무 굼뜹니다. 애초에 괴수 디자인도 '추남'과 공룡을 섞어놓은 느낌이라 썩 매력적이진 않은데 그 놈이 어두울 때만 나타나서 슬로우모션 급으로 느리게 싸워요. 느리게 싸운다구요. '느리게' '싸워요'. 참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지요. 싸우는 게 느리다니. 화면은 어둡지, 속도는 느리지, 분명 괴수들과 인간들의 '사활'이 걸린 전투인데 그 탓에 긴장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니 계속 영화가 끝나기만을 고대하게 되지요.
관람객이 자신의 머릿 속에 '대체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을 되내이는 순간, 그 영화는 그 사람에게만큼은 망작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제게 망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