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더 비기닝

영화감상평

백투더 비기닝

22 박해원 4 2177 0
 
 
만든 저의가 뭐지? 10년 전 '나비효과'에서 진보한 게 없다. 적어도 볼거리와 연출 감각은 다소
 
늘어났지만 그 외엔 타성에 젖고 신기할 것도 없는 범작 수준의 SF 블럭버스터였다. 마이클
 
베이에게 CG와 폭발을 빼니 이 꼴이 나는구나, 싶은... 
 
영화는 감독의 주 종목 두개(CG, 폭발)가 흐려지니 이번엔 어이상실 어거지 로맨스로 빠진다.
 
처음엔 눈치없는 순딩이한테 승질이 나더니만 고놈은 좀 이따 지 화에 못겨워 일을 그르치고,
 
그로 인해 빚어진 대참사를 극도로 사사롭고 개인적인 이유로 갈등하는 모습에서 싸닥션을
 
사정없이 갈겨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윽고 여자쪽에서 바톤 터치를 하더니 복선이 전혀
 
없어서 상상도 못했던 반전을 선사하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거의 주접...
 
또한, 이 작품은 내 일평생 가장 편안한 1인칭 시점을 선보이기도 했다. 카메라 활용에 대한
 
최소한의 억지성은 어쩔 수 없이 커버해줘야 하지만 이건 뭐 상식밖의 앵글을 보여주고, 뜬금
 
음악이 짜잔 켜지며, 자타공인 슬로우 모션은 덤, 막판엔 아주 들고 뛰기까지 한다. 아니,
 
'R.E.C.'처럼 카메라맨이 장인정신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있는 아니고, '클로버필드'처럼
 
인물간 내외적 갈등 양상을 잘 묘사한 것도 아니며, '다이어리 오브 데드'처럼 영화 시작부터
 
'본래 1인칭 영화지만 연출의 유연함을 위해 음악을 활용했습니다' 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크로니클'처럼 초능력으로 카메라를 제어하는 것마저 아니면서 대체 왜
 
끝까지 1인칭~핸드헬드를 고수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도 등장인물들이 거의 영화를 찍듯
 
퀄리티를 내면서...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허술한 부분이 구석구석 너무 많이 눈에 띈다. 가령 어제까지만 해도
 
제3자였던 애의 한마디로 다들 모르모트가 되기를 자처하고, 타임머신이 활성화된 후에
 
주위에 날아다니는 수많은 물건·소입자들은 시간 여행이 허락되지 않은 것도 의아했다.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CG칠을 했다면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지... 차라리 '터미네이터'처럼
 
유기체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타임머신이 다 태워버리기 때문에 알몸으로 과거로 가게
 
된다, 이런 설정을 택했으면 좋았을걸. (물론 알몸으로 시간 여행을 하라는 뜻은 아니고
 
걍 그런 맥락으로... 가령 유기체에 접촉해있는 모든 개체들까지 여행이 가능하다, 뭐
 
이런 거? 대지, 건물은 제외하고ㅋ)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급사 잘 만나서 제목으로까지 스포일러를
 
뿜어댄다. 원제는 'Project Almanac'인데 자국민들에게 너무 막연할까봐 택한 제목 :  
 
'Back to the begining' 아마 '백투더 퓨처'에서 따왔겠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보면 안다.
 
눈과 귀가 즐거운 것도, 대리만족하는 것도,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영화가 재미없다. 마이클 베이 감독 다시는 이런 도전은 안했으면 좋겠다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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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28 godELSA  
가끔은 이렇게 긴 감상평을 쓰는 것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네요.
정말 느낌을 집어서 글로 쓴다는 게 정말 어려워요 ㅜ
22 박해원  
요즘은 저도 예전처럼 길게 못쓰겠더라구요. 입대 전에는 막 영상ᆞ음악ᆞ연기별로 분석하고 그랬는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요즘도 비판할 때는 길게 쓰곤 합니다ㅋㅋ 옹호할 땐 오히려 글을 아끼는 편이구요.
10 SiMONSAY  
전적으로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그냥 시간때우기용 오락영화입니다.^^
저도 그냥 시간 때우려고 5,000원 주고 보았고 그정도로 만족했습니다. ㅎㅎㅎ
1만원주고 보면 후회합니다.
22 박해원  
킬링타임용 삐급 영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