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안보신분은 읽지마셈 -스포-)

영화감상평

범죄와의 전쟁(안보신분은 읽지마셈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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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 영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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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영화 이야기를 하기 전 우리는 위의 도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도표에서도 특히 여당의 족적을 살피는 것이 영화를 더 재밌게 보기 위해서 필요하다. 왜냐면 이 영화는 한국 정치사에서 노른자를 꽤차고 있는 여당의 족적에 대한 알레고리이기 때문이다. 정치에 문외한인 내가 이런 어두침침한 이야기로 서문을 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각하는 정권을 얻는다. 그 때 사용된 것은 '폭력'이다. '정치깡패'를 이용해 다른 후보자들을 방해하고 투표결과를 조작하는 등 저질스러운 과정으로 우리나라는 첫번째 대통령을 맞이한다. 이 저질스러운 폭력은 그러나 진화한다. 아직도 신화라 불리는 박정희 각하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적당한 명분을 앞세우며 클래식하고 성스러운 의식처럼 폭력의 질적인 부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 생각해보라. 수많은 탱크들이 청와대를 둘러싸고 있는 아방가르드한 풍경을!
그러나 이 두 늙은이들은 국민들의 저항에 밀려 명예롭지 못한 결말을 맞는다. 이승만은 망명을, 박정희는 학생들의 수많은 반대시위에 골머리 썩다가 국민의 대변인이라는 명분으로 무장한 김제규에게 암살당한다. 이런 선배들의 말로를 교훈삼아 최강의 몬스터가 등장한다. 바로 전두환이다.
그의 롤모델은 히틀러였는지, 그는 전라도 광주를 올로케로 '살로소돔의 120일'을 찍어버린다. 이 고전명작으로 인해 그를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은 그의 다이어리를 영상화한 '땡전뉴스'도 경건히 시청해야 했다. 여기까지 폭력의 역사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했다. 이 글을 읽고 도표를 다시 보면 마치 조폭계보같지 않은가?   
그러나 노태우에 이르면 상황이 달라진다. 운좋게 옆에 있다가 대통령이 된 그는 굳이 폭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선배들이 쌓아온 폭력의 금자탑이 자신에게서 그 되물림이 끊어지는 것이다. 또한 권력은 언제나 폭력을 기반했기 때문에 국민들이나 기록될 역사나 자신을 좆밥으로 볼 게 뻔하다. 큰일이다. 대통령으로서 간지가 나려면 폭력의 시대에서 비폭력의 시대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이라도 해야한다. 그래서 그는 선포한다. 범죄와의 전쟁을!
다시 말하지만 자유당 시절부터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가져다주는 것은 폭력이었다. 이승만이 열악한 환경에서 싸구려 캠코더로 저질 홈무비를 찍었고 박정희는 폭력의 영상미와 문법을 완성시킨 선구자이며 전두환은 이런 선배를 존경해마지 않아 인용하여 하드코어한 패러디 무비을 완성했다.
이렇게 진화의 극에 다다른 폭력이 노태우에게 이어졌으나...뭐 이건, 전두환보다 멋있을 방법이 없다.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한 후 군인들에게 정액발포권을 허락한 뒤 부녀자들이 강간당할 때 TV에 나와 "내가 시킨거다! 난 대통령이니까!" 정도는 해줘야 하는데...이건 그냥 미친놈이다.
차라리 자기 인생의 반절 이상을 채워온 군인(폭력)을 포기하기로 한다. 그럼 그가 택해야 할 노선은 정해져 있다. 그건 바로 민주화인데, 이 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선 적~당한 의식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범죄와의 전쟁이다. (내 좆대로 해석한 거임. 미리 정치 잘 모른다고 방점 찍었음. 태클 ㄴㄴ)
 
자, 이제 영화 얘기를 해보자. 영화의 오프닝은 흑백화면으로 정치깡패 이정재의 시가행진과 삼청교육대 훈련장면에서 칼라로 돌아온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현재(영화에서의 시점)까지 이어진다. 오프닝에서 보여준 다큐멘터리스러운 영상들의 연관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폭력을 이용해 권력을 얻은 자들이 자신과 폭력은 상관없다고 짖어대는 모순의 퍼포먼스다. 그리고 자유당부터 이어진 퍼포먼스의 피날레는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이 장식하게 된다. 이런 퍼포먼스는 스스로를 부정해서 깨끗해지기 위한 속셈이나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의 만행을 인정하는 꼴이기도 하다. 노태우 역시 5공 쿠데타와 무관하지 않으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 역시 자신의 반쪽짜리 만행을 인정하는 꼴이랄까?
어쨌든 범죄와의 전쟁은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깡패 계보에 있는 폭력패들은 영장없이 현장체포가 가능했고 불응할 시 '발포'가 가능했다. 
 
주인공은 최익현(최민식)과 최영배(하정우)이다. (하필이면 두 살인마가 앙상블을 이루다니, 이것도 계산된 건가?) 이들의 연기야 말할 것 없이 정점에 다다라서 논할 이유가 없다. 이름을 모르는 조연들의 연기 역시 일품이었기 때문에 편하게 스토리에만 집중하면 된다.
최익현은 자유당 시절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당한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의 낙당은 집안의 몰락으로 이어지며 이것은 최익현의 트라우마가 된다. 또한 동시에 권력에 대한 욕구가 된다. 트라우마가 욕망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욕망하면 상처가 되는 것과 같다. 예컨데, 술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어서 몸이 거부하는데 술이 땡기고 도박때문에 집이 망했는데 도박이 땡기는 것과 비슷한 거다. 권력이 술이나 도박만큼 중독성이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의 미래는 밝을 리 없다. 절대. 
자유당 즉, 폭력으로 인해 몰락한 가정사 속에서 최익현은 폭력과 권력이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정작 그는 깡패가 되지 않는다. 그는 깡패가 되기보다 깡패를 주무르는 진짜 힘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칼보다 권총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비록 총알이 없을지라도 그는 총이 되기로 한다.
최영배는 명검이다. 그가 지능만 조금 있었다면 부산바닥을 장악하는 건 일도 아니다. 사기캐릭인 그에게도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는데 자꾸 쑤시는 다리가 그것이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온 이후 생긴 질환으로 평생 남을 상처이다. 자신의 윗선배들 혹은 아버지 세대가 건국공신인데도 국가는 뒷세계의 조력자인 그들을 숙청했고 자신까지 되물림받았다. 그래서 최영배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서로를 이용하는 세상에서 이용하기 위해 교제하고 이용가치가 없는 것은 죽여야 한다.
최익현과 최영배는 범죄와의 전쟁 이전까지 전성기를 누린다. 그들은 최고의 파트너이다. 총알은 없어도 번지르르한 겉모습을 가진 권총과 누구든 찔러죽이는 칼이 만났으니 최고의 궁합이다. 그러나 그들은 '칼(폭력)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후 파멸을 맞는다.
이들 관계에서 배신은 권력을 얻음과 동시에 일어난다.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최영배가 최익현을 숙청할 때 그랬고 칼의 시대가 끝나고 권총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폭력>민주화) 최익현은 이미 새로운 권력인 검사나 고위층 간부들과 인맥을 터놓는다. 최영배는 검사와의 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가차없이 버려진다. 서로가 서로를 한 번씩 배신한 셈이다. 권력을 얻음과 동시에 권력을 얻은 자는 불안하다. 최영배는 특히 '삼청교육대'라는 권력 이후의 징후를 맛보았기 때문에 더 불안하다. 그래서 먼저 배신하는 것은 최영배다. 그리고 이 배신의 과정을 통해 최익현 역시 배신의 역사를 배운다. 그래서 최영배는 최익현에 의해 검사에게 팔아넘겨진다. 배신의 가시적 심볼인 최영배의 다리의 상처는 최익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순환이다. 
생각해보면 이정재의 시가행진이나 삼청교육대, 범죄와의 전쟁 선포 모두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행했던 것이다.또한 이렇게 폭력(칼)을 숙청하는 방법 역시 폭력으로 대응해왔다. 범죄와의 전쟁만 그 성질이 조금 다른데 폭력을 숙청하는 방법이 칼(폭력)이 아닌 권총(발포>죽음)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에서 '최영배'와 동일한 의미인 '폭력'의 상징적인 죽음을 뜻한다. 
최익현은 여러 상징성을 갖고 있다. 빈총이기도 하고 노태우이기도 하며 영악한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그 캐릭터만으로도 여당 그 자체를 상징한다. 폭력으로 흥한 권력이 자신을 이룬 폭력을 거세하고 비폭력 또는 민주화로 위장하는 더러운 일면도 최익현은 갖고 있으나, 거미줄같은 인맥으로 좀비처럼 살아남는 생존력 또한 사회를 오염시키는 그의 일면이다. 최익현 자체는 완벽한 빈껍데기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칼을 얻었으나 그는 빈총이기 때문에 칼에게 우습게 보여서 찔려야 했고 총알이 있는 총들은 그를 적당히 이용하기 좋은 떨거지로 취급한다. 결국 그의 인생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허상뿐인 자신을 거대하게 만들어준 폭력을 거세하고 나면 그를 이뤄온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똑똑한 그는 수많은 권총들의 연락처가 있어 살아남을 수는 있지만 자신은 여전히 빈총에 불과하다. 불쌍한 인생이다.  
하지만 최익현은 무서운 인간이다. 총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남다른 자식교육으로 그의 아들은 검사가 되고 영화 내내 청렴결백하던 '검사님'도 그의 찬란한 인맥과 거부할 수 없는 거래에 휘말린다. 그러니 민주화가 되면 무엇하는가. 이 사회의 시작과 현재는 이런 야비한 자들이 만들어낸 것인데. 영화는 막판에 죽음으로 상징되는 최영배의 목소리가 최익현에게 '대부님'하면서 모호하게 살아있음을 알리며 이 사회가 만들어진 뿌리 또는 영악한 자들에 의해 잠시동안 묻혀진 폭력의 역사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린다. 이것은 억지로 덮힌 상처를 들어내 각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아무리 과거를 청산한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정재가 시가행진을 하건 삼청교육대가 생기건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건 자유당이 민주자유당으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건 말이다. 너무 좌파 알바처럼 써내려갔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좌/우, 진보/보수 머 이런 개같은 이분법을 떠나 영화를 보며 '한국 현대사'가 얼마나 더러운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어 푸념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우린 대선에 신중한 한 표를 던져야 한다. 본질은 변하지 않아도 미래는 바꿀 수 있으니까.
 
푸념은 여기까지 마무리로, 이 영화는 한국 사회를 이루어낸 더러운 폭력의 역사를 훌륭한 알레고리로 표현했다. 또한 특별히 화려한 연출없이도 묵묵히 이야기를 전개하며 감독의 작가주의적인 성향을 짙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볼거리가 없는 영화는 아니다. 최민식과 하정우가 나오는 영화인데 그것만으로도 볼거리는 다 채워졌으며 기타 조연들도 빈 공간을 충실히 채워주고 있다. 너무 잔인할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던데 내 생각에 폭력성은 '악마를 보았다'보다 두 단계정도 낮은 수준이다. 하여간 꼭 봐야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개인적으론 작년의 파수꾼을 잇는 한국 최고의 영화이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난 이 감독을 한국의 마틴 스콜세지라고 생각한다.
마틴 스콜세지가 표현하는 양아치나 조폭이나 사기꾼들, 대충 줄여서 마초. '범죄와의 전쟁' 이 영화의 감독, 윤종빈의 영화적 행로는 스콜세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평론가들이 부르는 '남성의 3부작' 용서받지 못한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은 사실 스콜세지의 영화와 비스무리한 점이 없잖아있다.
스콜세지가 the american movie를 대표하면서 남성의 마초이즘을 극대화하고 자신과 동일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로버트 드니로를 페르소나로 사용한다면, 윤종빈은 한국형 마초무비를 만들면서 하정우를 드니로와 유사한 성격의 페르소나로 사용한다.
하정우의 연기를 보면서 메소드 연기의 정점이라고 느낀 것은 나뿐이었을까. 게다가 무엇보다 드니로의 연기와 유사하다고 느낀 것이 나뿐일까.(용서받지 못한자와 비스티 보이즈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즉흥임이 틀림없다.) 하정우가 드니로를 모방하지는 않지만 드니로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하정우같은 모습일 거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그런 배우가 스콜세지같은 윤종빈을 만났다면 하정우는 드니로의 마초를 연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범죄와의 전쟁은 스콜세지의 또다른 수작 [casino]와 매우 흡사하다. 미국 자본의 메카랄 수 있는 라스베가스 casino에서 인간군상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미국사회를 만든 자본과 폭력의 관계를 알레고리화했던 이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과 너무 닮았다. casino에서 드니로의 역할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맡았으나 조페시의 성격이 가미되었고 casino의 조페시는 하정우이나 드니로의 성격이 가미되었다. 물론 범죄와의 전쟁을 오마주 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영화 그 자체만으로도 오마주를 뛰어넘는 수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은근히 풍기는 오마주의 냄새와 이후 예상되는 감독의 행보는 나만이 느끼는 것일까?
 
적어도 별 4개
이 감독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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