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 신파를 (반쯤이라도) 털어낸 최초의 한국 전쟁영화

영화감상평

고지전 - 신파를 (반쯤이라도) 털어낸 최초의 한국 전쟁영화

7 루카 2 4200 0
신파극, 신파조, 신파 이런 말이 처음 생긴 것은 100년쯤 전이었다고 합니다.
구식의 창극이나 판소리와 다른 새로운 형식, 파격적인 내용이라는 뜻이었죠.
 
그런데 60년대쯤 되면
신파는 구질구질하게 감정에 호소하고 촌스럽고 구태의연하다는 뜻이되어 버립니다.
신분이 갈라놓는 청춘남녀,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뻔하디 뻔한, 하지만 지나치게 파란만장라고
기구한 줄거리에 눈물을 짜내려 오버하는 연기... 애절한 음악의 과잉...
 
이런 촌스러운 영화는 80년대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오면서
많이 줄어들게 되죠.
그런데... 유독 신파를 버리지 못하는 쟝르가 있었으니 바로 전쟁영화 였습니다.
 
몇년전 1천만 관객을동원한 태극기 휘날리며 만봐도 줄거리나 연기는 20세기초 신파극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기구해도 참 그렇게 기구할 수가 없고.... 또 파란만장하기는 고대소설의 영웅같고.... 원빈과 장동건 둘다 연기 깨나 하는 친구들인데 왜그렇게 오바를 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지....
 
비슷한 시기의 실미도는 한술 더 뜨죠
실비도 특공대원들 편에서 애쓰던 교관이 (뜬금없이) 갑자기 특공대원을 죽이려고 애를 쓰고
김일성이 목을 딴다며 오바하는 사람들이 툭하면 (진짜 뜬금없이) 북한의 군가 적기가를 목청껏 부르고(도대체 왜?)..."비겁한 변명입니다~~"하면서 역시 오바의 극을 달리죠
 
재작년인가요?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전쟁영화나 다름없던 화려한 휴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배우들은 툭하면 울고 감정의 과잉에... 
"나는 폭도가 아니야"를 목청껏 외칠뿐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 성공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관객들이 신파극을 좋아하거든요
저도 나중에 DVD로 보면서 참 신파도 이런 신파가 없구나 생각했지만...
극장안에서는 눈물 콧물 흘리며 봤습니다. 저도 보통의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감정에 약하고
주인공의 삶이 기구하고 애절할 수록 동화가 더욱더 되니 말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고지전은 전쟁영화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의 비극을 다루었고, 등장인물들의 삶과 처한 상황등은 이전의 한국에서 만든
다른 전쟁영화와 동일하게 기구하고 애절합니다.
 
그런데...
다른점이 있습니다.
첫째 울고 불고 하지 않습니다.
아 물론, 우는 장면이 있습니디 하지만 이전의 전쟁영화들이 보인 장도로 낭자한 눈물의 바다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둘째, 오바연기가 많이 적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당연하게 오바스럽게 연기를 해야 마땅합니다. 무슨 프로패셔널 킬러 레옹이라고
차분하게 사람을 죽이겠어요? 당연히 사람을 죽이고 죽임을 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흥분하고 공포에 부들부들 떨어야죠. 딱  그 정도 입니다. 거기서 끝냅니다.
쉬리에서  무슨 웅변대회장에서 웅변하듯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서
소리지르는 장면같이 오바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형의 약혼자의 죽음을 형탓으로 돌리며 울며불며 소리치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오바도 없죠
 
당연히 오바해야할 자리에서만 오바하는 것 이게 절제된 연기아니겠어요?
 
고지전이 그동안 한국산 전쟁영화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점.
신파극의 잔재를 완전히 털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파조가 무조건 나쁜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제 신파조를 털어낸 영화가 필요한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고지전은 그런면에서 진일보를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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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강마이  
그런데...영화가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ㅠ.ㅠ

전쟁영화에 전쟁신이 얼마 없고...그나마 있는 것두..만날 고지 뺐고 뺐기는 똑같은 장면의 반복.ㅋㅋ
1 포포조조  
헛~ 전 꽤 잼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