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 : 새로운 시작 (레거시) / 비틀어보기 (IMAX 영화)

영화감상평

트론 : 새로운 시작 (레거시) / 비틀어보기 (IMAX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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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 새로운 시작 / 비틀어보기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제프 브리지스, 개럿 헤들런드, 올리비아 와일드, 마이클 쉰

1982년.
디즈니에서는 디즈니답지 않은 영화 한편을 내놓습니다.
그것도 야심차게 말이죠.

문제는 해당 작품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더하여 같은 시기에 대결작들이 E.T를 비롯하여 SF작품들이 선보였다는 점이 이색적) 작품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연하게도? 흥행에서는 실패하고 맙니다. 코믹적인 요소는 전혀 없었고, 뭔가 알듯 모를듯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답게, 블레이드러너처럼 당시의 컬트(당시의 의미 : 소수에게만 추종받는 작품) 무비로 남겨지게 됩니다. 물론, 82년작의 트론은 CG를 전면에 도입한, 획기적인 기획과 연출로 그 가치는 인정 받았습니다.

앞서 82년작 트론은 디즈니 답지 않은 작품이라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게도, 지금도 그렇지만 디즈니는 ‘가족애’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으니까요. 허나, 트론은 그런 것이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디지털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상상력, 호기심, 상상체험으로, 일종의 ‘디지털 세계의 모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는 작품에서 보여지는 메시지는 없습니다. SF 영화팬들이나 영화평을 하는 이들 모두 한결같이 82년작 트론은 ‘시대를 앞서간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고 소개하듯 말이죠.
그리고는, 속편의 기약은 없이, 세월은 지나갑니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트론의 속편, 레거시(국내부제:새로운 시작)가 개봉하였지요. 화려한 볼거리와 귀가 즐거운 O.S.T로 무장하고서 말이죠. 앞서 언급한 대로 시대를 앞서간 전작이 있었기에, 2010년말에 개봉한 트론:레거시는 극과 극을 달리는 평과 극과 극을 달리는 감상기가 나오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82년작 트론과 2010년작 트론을 재미있게 보기위한 설명을 잠깐 첨언해 봅니다. 각각의 작품만을 감상한다면, ‘트론’이라는 시리즈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2010년에 나온 트론은 전작을 보지 않고도 충분히 스토리가 이해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게도 전작에서 인물상의 위치변경 및 전작과 달리 디즈니다운 ‘가족애’라는 모티브로 돌아왔다는 점 외에는, 전작과 ‘맥’을 같이하고 있고 별로 달라진 것은 없기 때문이지요.

이는,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전작을 당시에 감상한 이에게는, 이번 속편은 재미와 흥분이 넘쳐날 터이고
반면 전작에 대한 감상이 없는 이에게는, 그저 비쥬얼와 음향이 즐거운 작품이거나 중간 중간 꽤나 지루한 작품으로 느껴질 테니까요.
물론, 전작을 감상했다는 전제에서도, 해당 시기에 감상했느냐, 억지로 그 옛날 고리타분한 작품을 지금에서야 감상하고 속편을 감상했느냐에 따라서도, 감상평이 판이하게 달라지게 됩니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속편을 접한 이들 가운데에는, 너무나 좋아서, 전작을 뒤늦게 찾아 감상하고서, 트론을 매우 좋아하게 되는 케이스도 있지요.

이렇게, 트론을 대하는 수많은 영화팬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비틀어보기를 합니다.

그럼, 트론 82년작의 줄거리를 잠시 살펴봅니다. (속편의 재미를 더하기 위하여)

컴퓨터 게임회사 엔컴.

이곳의 부사장인 딜리건(데이비드 워너)은 영화 주인공이자 천재 프로그래머인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의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훔쳐서 지금의 위치에 자리하게 됩니다.

회사에서 쫓겨난 플린은 회사에서 내세운 프로그램이 자신이 만든 것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추적 및 메인컴퓨터로 접속하여 증명자료를 얻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이 프로그램이 바로 ‘클루 (버전 1.0)'
허나, 엔컴 회사 메인컴퓨터에 잡입한 프로그램 클루(1.0)는 그리드를 통제군림하는  메인컨트롤(부사장이, 플린의 프로그램을 도용하여 만든 프로그램)에 바로 발각되어 ‘삭제’당하고 맙니다.

[여기서, 컴퓨터 세상 즉 ‘그리드’에서의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을 만든 창조자(유저) 형태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는 점이, 영화 ‘트론’의 세계관이자, 특이점입니다.]

반면, 플린의 친구이자 엔컴 회사의 능력있는 프로그래머 알렌(부르스 박스라이트너)은 메인컴퓨터를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 ‘트론’(알랜과 똑같이 생김)을 만들어 메인컴퓨터 접속하지만, 메인컴퓨터의 가드프로그램과 전투 중에 ‘실종’해 버립니다.

여기서 작품의 명이자, 제2의 주인공인 ‘트론’이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게 됩니다. 이 트론은 유저의 명령 없이는 절대로 다른 프로그램의 명을 듣지 않습니다. 덕분에, 그리드 세상에서는 끊임없이 서바이벌 게임을 펼칩니다. 일명 디스크 전투, 바이크 전투 등 80년대에 등장했던 아케이드 게임이 실제로 벌어지듯, 각각의 프로그램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전투에 임하지요.

알렌은 ‘트론’마저 실종되자, 플린과 함께 직접 엔컴 회사에 잠입하여, 엔컴 시스템에 직접 접속하기를 도모합니다. 플린은 별도로 마련된 연구소 한 켠에서 메인 컴퓨터에 접속하고자 하는데, 하필이면, 바로 그 장소가 실물을 디지털화하여 컴퓨터 세상, 즉 그리드로 보내는 ‘신기술’ 장치가 마련된 곳이었지요. 메인컨트롤은 이 기기를 이용하여, 실제 세상의 ‘플린’을 직접 ‘컴퓨터 세상 그리드’로 초대합니다. 초대한 이유는, 세상 밖으로 메인컨트롤이 나오기 위함이지요.
이 그리드 세상에서, 플린은 자신들을 만든 유저의 명령을 기다리는, 핍박받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만나고 트론과도 재회하게 됩니다. 트론은 현재 감시 명령만 받고 있는 중이지만, 알랜의 삭제 명령을 전달받으면, 메인컨트롤을 제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이로써, 이들의 모험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플린은 결국 회사의 프로그램이 자신 것임을 증명하고, 회사 CEO로 등극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이후... 30여년이 흐른 뒤.

=== 이후 트론, 레거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

트론, 레거시.

플린은 결혼도 했고, 일찍이 엄마를 잃은 아들과 함께 지내지만, 그 그리드 세상을 접한 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연구에 몰두합니다. 그리곤, 행방불명...
케빈 플린의 아들 샘 플린은, 이사회의 멤버의 알랜 (전작에서 트론을 만든 프로그래머)에게서 아버지의 호출을 받았다고 하여, 열쇠 하나를 전달받습니다. 그 열쇠를 통하여 아버지의 케빈만의 장소인 연구실 (그 옛날 아버지가 운영하던 아케이드 게임센터이자 연구소)에서, 놀라운 디지털 세상에 들어서게 됩니다.

전작을 이미 감상한 분들은, 속편 레거시에서 전작에서 보여줬던 수많은 장면과 대사가 다시금 리바이벌됨을 아실 겁니다. 이는 트론 팬들을 위한 ‘추억의 답습이자, 동시에 알듯 모를 듯한 뭉클함’을 전해주지요. 이 즐거움은 전작을 감상한 분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유산’ 이지요.

레거시의 속뜻은 바로 ‘유산’. 엄밀히 말하면, 트론 레거시는 아버지의 유산이라는 뜻이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작에서 20여년이 흐른 그리드 세상은, 전편에서의 단순화된 디지털 세상과 달리, 상당히 리얼리티하게 업그레이드된 세상으로 변모?했습니다.

또한,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현란한 서바이벌게임 역시, 전작과 맥은 같이하나, 그래픽과 특수효과로 인하여, 더욱더 멋진 장면을 선사하고 있지요. 물론, 전작 팬에게는 이 또한 즐거움이자, 추억의 되새김이 됩니다.

속편 초반, 엔컴 회사에 몰래 잠입하는 샘의 장면은, 전작에서 아버지 케빈 플린이 잠입하는 장면의 리바이벌이며, (특히, 거대하게 두꺼운 강철로 만들어진 출입구 잠입씬은, 전작의 오마쥬이자, 추억의 되새김의 첫 번째 장면), 전작에서 아버지가 회사에서 쫓겨나 아케이드 게임 센터의 장면이, 샘이 찾아간 게임 센터장면 역시, 전작에 대한 추억의 되새김입니다.

물론, 이후 그리드 세상에서의 여러 전투씬 역시, 전작의 추억 되새김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하면, 이번 트론 레거시는 82년작 트론의 팬을 위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속편에서는, 전작 팬들을 위하여 강력한 ‘비장의 카드’를 선보였는데, 그게 바로, 케빈 플린의 등장입니다.
이미 연기파 배우로, 인정을 받은 제프 브리지스의 속편 참여는, 비장의 카드일 수밖에 없지요. 더구나, 전작에서 잠깐 선보였다가 최후를 맞은 ‘클루’의 재등장, 즉 클루 버전 2.0은 전작에서 삭제된 메인컨트롤의 악역 역할을 맡게 합니다. 이 역할 역시, 디지털로 탄생한 제프 브리지스의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지요.

그냥 전작을 답습한 트론 속편이라고 단정지어 폄하 또는 별거 아님으로 다루기에는, 이번 속편은 그리 단순하게만 바라볼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줄거리가, 어찌보면 지금 시대에서는 너무 지루한 ‘아버지 찾아 떠나는 아들’이라는 부성애를 담고 있기에 그러하고, 전작과 달리, 이번 속편은 정말 ‘디즈니 다운 스토리’를 담고 있기에, 평론가들 조차도, 스토리 만큼은 진부하고 따분하고, 전작에 비해서 화려한 그래픽만 있는 영화라 평을 하고 있으나, 이는 너무 가혹한 평이 아닐까 합니다.

비록, 전작이 시대를 앞서간 덕분에, 속편은 그저 그런 작품이다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지언정, 적어도 전작 트론 팬들에게는, 이번 속편만큼 반갑고도 그 옛날 트론을 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그 감동을 되새겨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속편 트론, 레거시의 마지막 비틀어보기를 합니다.

전작을 모르는 이들에게, 이번 트론은 그저 그런, 비쥬얼이 화려한 SF작품으로만 비춰질 겁니다. 정말 엄밀히 말하면, 비쥬얼과 OST가 그나마 이번 속편을 살려주고 있다고, 혹평을 해도 과언이 아닐 수도 있지요. 비쥬얼은 내내 언급했기에, OST를 언급해 봅니다.

다프트 펑크 맡은 이번 OST는. 정말 ‘트론’ 에게 어울리는 OST를 선사합니다.
이만큼, 작품과 딱! 맞추어진 OST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다프트 펑크가 유명한가요? 하신다면, 살짝 검색창으로 검색하시면 바로 아시게 될 겁니다. 그만큼 본 속편에서의 다프트 펑크의 OST 참여는, 다프트 펑크 팬 뿐만이 아닌, 트론 팬에게도 유일하게 속편에서 최고로 인정해 줄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 시작에서부터, 엔딩크래딧까지 끊임없이 선보이는 OST 선율은, 가히 전율적입니다. 더구나, 트론 팬뿐만이 아닌 다프트 펑크 팬들을 위하여, 직접 작품에 출연까지 해주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지요.

트론 레거시를 언급할 적에, 누구나가 다 한마디는 합니다. 비쥬얼과 OST는 끝내준다라고.

여기에, 저는 하나 더 언급해 봅니다. 아버지의 역할을 맡은 제프 브리지스의 존재감과 그리고, 아들과 헤어지는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의 아버지가 아들을 회상하는 마지막 컷 씬은 
정말, 전 장면에서 가장 뭉클하고 감동적이다라는 것.

마지막에서의 이 ‘회상씬’ 이 없었다면, 필자에게도 그저 그런 SF 속편작이라고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이 ‘회상씬’ 하나만큼은, 제프 브리지스의 존재감과 더불어, 최고의 엔딩 컷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억의 수작이자, 화려하게 복귀한 속편 트론, 레거시 였습니다.

- 고독나무 -

PS : 여러 상영관이 있습니다만, 늦기 전에,  꼭 IMAX 영화관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11-07-11 05:44:23 씨네리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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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M 再會  
이거 보면서 느꼈던 것이 정말 디자인이 잘된 영화다라는 느낌이였습니다.
신세계에 뛰어든 그런 느낌....
어째든 공간에 대한 디자인이 정말 잘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