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감사용]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영화감상평

[슈퍼스타 감사용]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1 제르 5 11018 169
'슈퍼스타 감사용'이란 영화는 예고편을 보면서, 아니 그 전에
제작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무척이나 보고싶었던 영화였다.
우리 나라 영화 소재로 야구라는 것도 새롭지만,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에서 매력적인 감동을 느끼고 있던 차라
그에 관련된 영화의 제작 소식에 귀가 솔깃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책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연결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책에
'감사용'에 대해선 언급만 되는 정도니깐) 비록 책을 영화로 만든
것도 아니고, 책의 내용이 영화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알 수 있는 것이었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의기소침한, 아니 의기소침할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이 영화는 분명히 새로운 희망을 얘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은
무척이나 컸다.

꼴찌를 위한, 아니 단순한 꼴찌가 아닌 인생에 있어 '하자'를 지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이 영화는 공감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
어려운 시대를 어렵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꼴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테지만, 저마다 하나씩의 '하자'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탄탄대로의
성공가도를 달려온 사람은 전체 국민의 몇 퍼센트, 아니 몇 명이나
되냐는 얘기다. 없다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학교를 졸업하여
세상을 알아버린 사람들에겐 모두가 하나 이상씩의 부족함을 지니고
이 험한 세상과 부딪히며 살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 우리의
모습이 바로 감사용이다. 비록 슈퍼스타도 아니고, 제도권도
아니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세상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그 '감사용'이란 얘기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고교생의 이해심이 세상의 전부였고,
대학을 다니면서는 대학생의 이해심이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라는 곳은 고등학생의 이해심으론,
대학생의 이해심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그 잘난 놈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었고, 남몰래 내가 갖고 있는 어떤 '하자'는 스스로가 극복해
내야 할 원죄같은 느낌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느낌을 갖는 모두에게 희망과 도전을 얘기하고 있다. 그것도 최고의
상대와 최고의 무대와 일방적인 시선에서.. 그러면서도 절대로 잊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감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감사용이 흘리는 그 서러운 눈물은, 이 시대를 완벽하게
살아가지 못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
올린 바로 그 감정이다.

이범수라는 배우와 류승수, 이혁재 등 영화의 외곽만 본다면 분명
코메디라는 코드가 도처에 널려 있어야 할 영화였지만, 의외로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영화의
성공의 키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물론 실제의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 영화는
존재했던, 그리고 지금도 존재하는 한 남자의 서럽지만 힘겨웠던
인생의 한 부분에 대한 회고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코메디적인
부분이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배우들의 네임 벨류에서
느껴지는 코메디에 대한 기대치가 의외로 적다는 얘기일 뿐이다.
게다가 야구라는 소재는 흔히 생각되는 스포츠 영화라는 기대감
마저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물론 객관적으로 장르를
표명하라면 스포츠 영화로 분류될 수도 있겠지만, 누가 야구를
인생에 비유했던가!? '슈퍼스타 감사용'은 주목받지 못한 인생을
살았던, 혹은 그렇게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인생 이야기다.

80년대라는 시대를 어슴프레 통과한 나로서는, 게다가 나름대로
야구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삼미와 청보와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인천 야구의 계보를 기억하고 있다. 원년의 박철순과 백인천,
이듬해 장명부(삼미의 30승 투수)도 기억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의
시대상의 반영에 대한 재미도 쏠쏠했다. 칼라 티비에 대한 추억들,
친구집에 있던 비디오를 신기하게 바라봤던 추억들, MBC청룡
어린이 팬클럽에 들지 못해 서러웠던 기억들이 뇌리를 스쳐지났다.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그 시절에 유년기를 보내며 성장한 지금의
나란 사람이 영화 속의 감사용처럼 어머니께 잘 지낸다는 거짓말을
하고, 나름대로의 꿈을 위해서 살고 있으며, 내가 갖고 있는
'하자'를 이겨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겐 정녕
원년의 박철순과 맞설 수 있는 용기와 도전 정신이 있는지에 대해선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왔다. 흔히들
꿈이라는 것, 희망이라는 것에 좋은 의미들을 부여하기를 좋아한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의 인생의 마지막 보루이며,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나'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그 꿈 때문이며 그 꿈을 위해서 크고 작은 도전의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오고 있지 않았는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소름이
끼쳤던 것은, 결국 박철순의 20연승의 달성이었다. 냉정한 현실,
꿈만으로는 현실을 이겨낼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살고있는
곳은 꿈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면 그 꿈을
쉽게 이뤄 버리지 않기 위함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이건 좀 핑계로
들린다. 9회 2사 만루에서 맞은 역전 홈런은 그에게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해줬고, 그것을 보고 있는 스크린 밖의 많은
관객들도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의 현실과 부딪히며 좌절하고
극복하고 상처입고 치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결국 꿈이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 못 만들어졌다라는 얘기를 듣게 되는
여러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영화와 관객의 개인적인 연결고리에
대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을 월남전의 암울함과
상실감에서 벗어나게 해준 영화가 '록키'였다면 IMF이후 최대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는 '슈퍼스타 감사용'이 있다.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는 모두에게, 좌절감으로 방향을 상실했던
모두에게 감사용은 다시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질 것을 얘기하고
있다. 그의 상대가 박철순이라는 점은 오히려 그에게 그 도전과
희망에 대한 확고함을 줬다. 패전처리 투수가 슈퍼스타가 되기까지,
그 도전의 역사에 우리는 박수를 보낸다.

경기가 끝난 후, 감사용은 꾹꾹 눌러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다. 그 서럽디 서러운 눈물을 가슴에서부터 끌어올려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가 그렇게 원했던 1승에 대한 꿈이 그렇게
눈물이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서러움을 이해하는 많은
사람들도 똑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http://www.cyworld.com/zerre


<참고>
재미로 보는 삼미슈퍼스타즈의 기록들.

82년 후기 5승 35패 최저승률 기록
82년 6월 12일, 82년 7월 10일 (대 삼성, 두 차례) 최다 점수차 패 20점
82년 4월 15일 ~ 9월 16일까지 특정팀 최다 연패 OB 16연패
(그해 OB는 삼미를 상대로 시즌 전승을 기록했다 - 16승)
82년 5월 26일(대 OB) ~ 82년 9월 16일(대 OB) 원정경기 최다 연패 21연패
82년 8월 15일 삼성의 황규봉 투수, 삼미를 상대로 1게임 완투 최소 투구 84구
82년 삼미 시즌 최소 수비율 0.964
82년 6월 12일(대 삼성) 1이닝 최다 피안타 9개
82년 4월 16일(대 OB) 한게임 최다 피안타 38개
82년 5월 2일(대 삼성) 한게임 최다 피루타 43루타
82년 7월 10일(대 삼성) 한게임 최다 홈런 허용 6개
82년 3월 28일(대 OB) 한게임 최다 사구 12개
82년 8월 15일(대 삼성) 최단 시간 9회 경기 1시간 57분
82년 4월 25일(대 OB) 최장 시간 9회 경기 4시간 24분
82년 시즌 최다 死구 허용 투수 삼미의 인호봉 19개
82년 5월 30일 ~ 9월 28일 투수 연패 기록 삼미의 감사용 12연패
83년 시즌 최다 출장 투수 삼미의 장명부 60게임
83년 시즌 최다승 투수 삼미의 장명부 30승
83년 시즌 최다패 투수 삼미의 장명부 20패
83년 시즌 최다 선발 투수 삼미의 장명부 44게임
83년 시즌 최다 완투 투수 삼미의 장명부 36게임
83년 시즌 최다 완봉 투수 삼미의 장명부 5게임
83년 시즌 최다 투구 이닝수 삼미의 장명부 427과 1/3이닝
83년 시즌 최다 투구 수 삼미의 장명부 5886구
83년 7월 31일 (대 롯데) 삼미 전원 득점 기록
83년 8월 11일 ~ 84년 5월 14일 연속 경기 무실책 삼미의 정구선 58게임
84년 시즌 최다 병살타 삼미의 이영구 16개
85년 3월 31일 ~ 4월 29일 팀 연패 삼미 18연패
85년 4월 16일(대 OB) 최다 점수 차 완봉패 16:0

82년 성적    전기 - 10승 30패(6/6)    후기 - 5승 35패(6/6)
83년 성적    전기 - 27승 23패(2/6)    후기 - 25승 1무 24패(공동2위)
84년 성적    전기 - 18승 30패(6/6)    후기 - 20승 29패(6/6)
85년 성적    전기 - 15승 40패(6/6)    후기 - 삼미 슈퍼스타즈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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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불면증  
  혹시 감사용 본인이 아니신지 -_-...
1 제르  
  칭찬인가요? ㅡㅡ;;
1 최윤재  
  칭찬??아님 악담??
1 제르  
  아, 악담인가요? ㅡㅡ;;
G 이학수  
  제르님 감성이 무척 풍부하시구..굉장히 현실적이신분

같습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불면증님이 본인 아니신지??

라고물어본건..감사용 이라는 사람에대해 제르님이..너무너무

뛰어주셔서.. 그러신듯 ㅎㅎ 그런의미는 아니신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