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헬싱] 블록 버스터는 '전형성'이란 이름으로 대표되는가?

영화감상평

[반 헬싱] 블록 버스터는 '전형성'이란 이름으로 대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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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여름 블록 버스터의 첫 테이프를 끊은 '반 헬싱'은 개봉
전부터 나름대로 꼭 봐야할 영화의 첫주자였다. 그 이유는 전형적인
'섬머 블록 버스터' 영화로서의 조건을 갖춘 데다가 '스티븐 소머즈'
감독과의 만남에선 언제나 뭐 하나는 꼭 건져갔던 기억 때문이었다.
역시나 그런 소머즈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나에게 어떤 이유로든
기억되고, 논의 되어져야 할 것들을 주었다.

아마도 CG로 도배하는 스타일의 영화에서 가장 소질이 있는 감독을
꼽으라면, 난 잠시의 주저함을 보인 후에 '스티븐 소머즈' 감독을
꼽을 것이다. 사실 최근, 적어도 2000년을 기점으로 하여도 영화에서
CG의 역할과 그 활용성에 대해서는 내놓라하는 감독들이 있어
왔지만, 결과는 '스티븐 소머즈'로 다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 에피소드
시리즈' 혹은 '매트릭스' 등의 영화들이 그 '잠시의 주저함'을 주는
요인이지만, 결국 '미이라'로 시작되는 그들의 CG에 대한 욕심은
각각의 감독들도 인정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일단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의 헬름협곡 전투는 '스타워즈 - 클론의 습격'에서
자극을 받아 다시 후반작업이 이루어졌고, '스타워즈 - 클론의
습격'은 '미이라'의 CG에 영향을 받은 그야말로 몹씬 CG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트릭스'의 독창적인 CG는
여기서는 잠시 배제하도록 하자) 물론 한가지 스타일이나 한가지
장면에 힘을 주는 CG에 관한 얘기에 그치지는 않겠다. 사실
소머즈 감독은 CG로 도배를 하는, CG를 영화 속에 베이스로
깔아놓으며 갖고 노는 기술만큼은 최근의 몇몇 감독들보다는 훨씬,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 헬싱'의 CG에 대한 극찬을 좀 더 해보겠다. 물론 CG라는 것은
시각적으로 관객의 눈을 얼마나 속이느냐의 문제가 가장 근원적인
이야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라면 일단 소머즈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눈에 보이는 CG와 화면과의
이질감을 100% 극복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머즈는
그런 근원적인 비교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체적으로 CG를 다루는
것은 이런 것이다.. 라는 식의 방향을 제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카메라 앵글에 관한 부분이다. 한창 디즈니 에니메이션이 극장에
걸리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에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볼 이유 중의
하나로 실제 영화에서 불가능한 앵글과 카메라 워크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시각적인 재미를 주는 영화의 기능을 놓고 볼 때, 카메라에
대한 기술적인, 아니 불가능한 현실을 보란듯이 부셔버린 것이
바로 에니메이션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극영화들도 그 뒤로
CG를 통해 불가능한 앵글에 대한 시도를 계속 해왔고(이를테면,
'스파이더맨'과 같은 거의 한계없이 날라다니는 카메라 워크)
몇 군데에서 실효를 거두기도 했지만, 최소한 '반 헬싱'에서의
급진적인 카메라 워크가 CG를 통해서 이룩되어진 부분은 쉽게
간과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연출력이라 이름 붙여진 여러가지
기능 중의 하나로, 눈에 보이는 비주얼을 잡아내는 방식에서
CG를 통한 불가능한 컷들이 영화에 몰입되는 단계적인 흥미를
던져준다는 것은, 관객이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인식되지
못한 상태로 흡수되는 쾌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CG 샘플도 아니고, CG로 도배해서 새로운
비주얼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만 논의되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도 알고 있듯이, '반 헬싱'은 기존의 '여름 블럭 버스터'들이
겪었던 통과의례였던,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비난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선과 악의 대립이나, 영웅의 활약상 등의 닳고 닳은
소재를 빌려오는 것도 문제긴 문제지만, 영화의 도입부와 초반
진행은 완전 '잰틀맨 리그'를 답습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이 가장 큰 비난의 화살을 맞을 부분이 아닌가 싶다. 영웅적인
캐릭터인 반 헬싱의 활약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등장하는 대항적인
캐릭터들이 어쩐지, 무슨 연관인지 '잰틀맨 리그'의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차용하고 있으니, 이것은 무슨 조화란 말인가? 결국
나중에 얘기하고자 했던 벰파이어와, '지킬 박사'의 캐릭터와의
연관성은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그 답이 나오냐는 말이다. 그리고
중세의 느낌을 주는 근과거의 도시 분위기나, 영웅의 모습, 액션의
스타일 등이 왜 이다지도 '잰틀맨 리그'에 갇혀있느냐의 얘기다.

개인적인 공감대를 아류 영화를 향한 질타의 도구로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렇다라면, '잰틀맨 리그'에 대한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불만을 토로하겠다. 그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이야기의 구조와 스토리 텔링의 유치함이다. 이것은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부분일 것이고,
특별히 유치해야할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할 분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또 한가지! 유치하기 때문에 욕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수도 없다는 반대편의 이야기도 성립된다.
왠걸? 영화가 유치한건 유치한 것이고, 그 유치함을 통해서
얻어지는 쾌감에 대한 얘기는 과연 무시할 수 있느냐 말이다.
100이면 100, 영웅이 등장하여 절대악을 상대하는 영화라면, 그
영웅의 활약은 누구나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영.웅.담'이라는 것에 불만을 갖지는 말자는 얘기다. 좋다 감독의
입장을 여기까지만 이해해주고, 다시 관객의 입장으로 돌아오자.
왜 헐리웃 영화들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전형적'이라는 단어를
무슨 방패인 양, 그들의 영화에 접목을 시켜대며 흥행을 향한 타당한
이유를 저 단어에서 찾아야만 직성이 풀리냐는 것이다.

반 헬싱은 중세의 007인가? 캐릭터의 컨셉은 완전히 007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해도 될 정도로 흡사하다. 특히나 중세의
신종무기들은 그를 더욱 철두철미한 중세의 007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또 한가지, 왜 '휴 잭맨'은 '엑스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 기억을 잃어버린 영웅으로 나와야만 하는가? 그 얼굴에서는
기억이란 단어를 떠올리기 힘들단 말인가? 하지만 그나마
'휴 잭맨'은 나은 편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케이트 베킨세일'에
관한 얘기는 거론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절대악과 맞서는 영웅이 나오는 캐릭터 영화는 여름 극장가를
한방에 날려버릴 블록 버스터로서 완벽한 '전형성'을 갖추고 있다.
이 블록 버스터의 흥행은 영화의 힘인가, 아니면 헐리웃이 만들어낸
'전형성'에 익숙해진 관객의 습성인가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나도 그 습성에 따라 돈을 주고 영화를 봤다.
그리고 '재미'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다행인 것은 그 재미가 진정
내가 찾는 재미인가에 대한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정도이다..


http://www.cyworld.com/z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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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mario  
  캐릭터, 스토리, 연기, 연출할것없이 모두  꽝이었습니다. 거기에다 암생각없이 떡칠된 감흥없는 CG를 2시간가까이 견뎌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15년전에 카메론이 '어비스'와 'T2'를 거치며 도달했던 경지를 넘어서는 실사+CG영화가 아직 없는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기술적인 합성의 수준은 훨씬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꼴뚜기대가리를 끝없이 복사/붙이기하는 막가는 노가다집약의 결과에만 신경쓰는 나머지 영화자체의 완성도에는 별로 도움을 못주고 있다는 인상이 든단 말이죠. '스타워즈'의 경우를 봐도 4,5,6으로 전설이 되었다가 1,2(,3)의 무념무상 CG(과잉)도배질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잖습니까. 영화보고나서 꼴뚜기대가리나,깡통떼거리만 생각난다면 분명 문제임다.
'반셀싱'은 줄창 나오는 CG마져도 지겨웠으니... 쩝.
1 제르  
  그렇죠.. 어차피 기술적인 완성도와 관객의 재미는 비례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1 전민우  
  전 아주 재밌있고 화끈하면서도 스타일도 마음에 드는 영화로 기억에 남았는데,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군요. 드라큐라 백작의 연기와 캐릭터가 특히 좋았습니다.
1 전민우  
  참, 그리고 여자 흡혈귀들에 대한 묘사도 괜찮았고, 중간중간 괴물(하이드, 늑대인간)과의 전투씬도 요소요소에 잘 배치된것 같구요...
1 hanjh  
  위에 좋은 글 올려놓으셨는데 죄송합니다만 저는 보다가 지겨워서 껏습니다. 스티븐 소머즈 어떻게 긍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만 기껏해야 미이라시리즈나 스콜피온킹 각본정도로 기억하고 한번도 보면서 와해본적 없었던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G영화중 제 개인적으로 높이 사는건 타이타닉입니다. CG Note를 보니 거의 전편에 떡칠을 하면서도 어디에 CG를 쓰는지 알수없게 CG를 쓰는게 탄성을 짓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