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숲] 감독으로서의 영화, 관객으로서의 영화

영화감상평

[거미숲] 감독으로서의 영화, 관객으로서의 영화

1 제르 0 8282 109
영화를 통해서 두뇌싸움을 걸어오는 감독들은, 어찌보면 스스로가
관객의 입장일 때를 고려하는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적어도 어떤 영화를 보면서 '관객'의 입장이 아닌 '감독'의 입장인
경우라면, 그 어떤 상황이나 이야기에 대해서 우위를 점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런지도 모를 일이니깐 말이다.

일단 단서들을 뿌려주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모든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하나 끼워맞췄을 때, 1000피스짜리 퍼즐이
완성되어 갈 때의 쾌감처럼, 어떤 만족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중간 중간 던져놓은 단서들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말아야
마지막 피스를 퍼즐 칸에 채울때까지 어느정도의 집중과 약간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그렇다라면, '거미숲'은
다소 찝찌름한 영화다. '다소'라는 표현은 감독의 변일런지도
모르겠지만, 상영시간을 맞추기 위한 편집의 압력이 결국 설명이
부족한 불친절한 영화가 되었다는 얘기를 대폭 수용한 표현이다.
여하튼,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결국 의도하였던, 그렇지
않았던 두뇌싸움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겼던 졌던 그 결과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동의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송일곤 감독은 단편에서 주목받았던 그 스포트라이트가 적잖게
부담으로 작용했을런지도 모르겠다. '꽃섬'으로 데뷔할 때에도
자신의 단편영화 스타일을 어느정도 이어오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장르영화에서도 스스로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음이 분명했을 터이다. 장르영화라는 것이 결국
그 장르 속에 갇혀있는 것이지만, 연출자로서는 언제나 장르의
벽을 허무는 장르영화를 꿈꾸기 때문이다. 말의 아이러니일 수도
있지만, 결국 장르를 허무는 장르영화는 많은 관객들이 원하고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장르영화'가 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니깐.

영화가 영화 내에서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를 들어 마땅하다. 마치 '매트릭스'에서
'매트릭스'를 다 이해하려면 에니메이션과 게임을 다 알아야한다
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 말은 최소한 영화 하나만으로는
그 설명이 충분하지는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렇다면 '거미숲'은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다.
DVD를 보라. 셔플에서 모자랐던 설명을 더 해 줄 수 있을테니...


http://www.cyworld.com/z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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