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성경은 어떤 형태로든 최고의 시나리오 소재.

영화감상평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성경은 어떤 형태로든 최고의 시나리오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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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종교적인 영화를 본다는 것은 2가지 측면에서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한가지는 영화를 어느정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함이고 다른 한가지는 종교적인 시류에 편승하여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어느 것이든 영화를 보고 난 후에야 생각할 여력이 있는
것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것 자체가 바로 관람의 선입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성경이나 불경에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수많은 캐릭터들,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물론 의미와 뜻을 고려하지 않고 활자화 된, 혹은 구전된 것들만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어떤 이야기나 어떤 의미, 어떤 캐릭터를 성경에서 가져와도 제법 괜찮은 바탕을 깔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성경은(서양 문화를 중심으로 생각할 때) 정말 괜찮은 시나리오
창고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겠다. 이제 이야기는 만들어졌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이미 이야기는 정해진 것이다. 기독교인이던 아니던 성경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가 시각화되어 펼쳐질 것에만 관심이 있고, 그렇기에
연출력에 더한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나같이 성경을 정말 대충 대충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이야기가 맞추어져 나가는 것 자체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물론
단순히 그런 흥미로운 전개에 촛점을 맞춰서 영화를 보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영화적'인 재미라고나 할까? 비록 그 의미가 평범하거나 멋대로의 해석으로
전달되겠지만, 영화라는 일차원적인 장치를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놀란 것은 비주얼이었다. 내가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성경의 이야기들과
인물들을 가장 대중적인 시선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비록 이것을 리얼하다라고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알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한번쯤은 생각으로나마 구체화한 적이 있는 상황들이 아니겠는가? 그것을 놀랍도록
정답에 가깝게, 머리 속을 들여다보듯 전형적으로 그려낸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개성있게 독특하게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대중이 생각하고 있는 것에 가장
가깝게, 가장 평범하고 전형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생각만큼 그리 만만한 일은 결코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영어를 쓰지않는 점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것 중에 하나였다.
아마도 연기자들이 영어를 썼더라면, 너무나도 이색적이고, 서양의 종교 문화적인
시선에 발목잡히는 꼴이 되지 않았을까 우려가 되기도 했으니깐.

리얼하다는 표현을 쓰기가 어렵다는 말의 의미는,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던 이것은 다큐멘타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믿고 안믿고의 신앙적인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영화적인 시선으로만 '리얼함'을 집고 넘어가자면
결코, 어떤 것이 현실에 더 가까운 리얼함인지, 어떤 것이 상상에 가까운 환타지인지는
각자가 생각하고 판단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영화의 잔인함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렇게 잔인하다 싶지는 않았다. 더 심한 공포영화나 잔인무도한 영화들에
비해서 절대 잔인하다라고 거론될 정도의 잔인함은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는 내내 잔인하다는 느낌에 휩싸여있었다. 왜일까? 비주얼적으로 잔인함을 강조한
그런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잔인하다는 표현은 틀렸다. '고통스럽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종교적인 믿음이 없이도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것은 영화의 잔인한 비주얼이 아닌, 고통스러움에서 나온 느낌일 것이다.

성경의 내용은 그것 자체로 믿음과 상호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성경 자체를
부정하고 종교적인 시선 자체에 태클을 걸겠노라고 마음먹고 이 영화를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가지는 주의하자. 어떤 형태로든 종교적인 믿음이 없다는 것도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란 것을..


http://www.cyworld.com/z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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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Einhaender  
  잘 읽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제르님 같은 관점으로 영화를 보는게 옳다고 생각 합니다.
1 VOCA  
  저도요 오랜만에 답글 남기는데요
정말  영화 보는 눈이 다른 사람과 달리 깨어있으신 것 같아요
정확한 핵심과 깔끔하고 멋드러진 마무리~~
그런 관점이 정말 필요하겠군요^^
23 이강우  
  정말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1 겔로4  
  어떤 형태로든 종교적인 믿음이 없다는 것도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란 것을..

이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네요[..]
저는 종교적인 믿음을 갖지 않았다는것
즉 어딘가에 기대거나 누구의 종이 되거나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정신적으로 나약하지 않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습니다.

종교를 믿는다는건 아픈사람이 약을 먹고 배고픈 사람이 밥을 먹듯이 자신에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취해도 상관 없는 그런것 이라고 생각 합니다.
종교를 믿는것이 딱히 자랑스러울 건 없는게 당연하고..
그렇다고 딱히 부끄러울 것도 없는 그냥 자신에게 필요한것을 취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그러나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건강함은 분명 자랑이죠?.


*종교는 그런게 아니다 신은 실제로 존재 한다.
뭐 이딴글은 자제해주세요 신이 없다고는 한적이 없습니다.
있든 말든 정신적으로 건강한 저야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 굳이 부정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끝-
1 임원석  
  저도 종교적인 소재의 영화 같은 경우에는 그 종교인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선입견을 가지고 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참으로 묘한 부분일수가 없죠 ^^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의 생각도 그런 관점에서 보고 싶어 지네요 ㅎㅎ;
1 제르  
  겔로4님 저도 종교는 없습니다. 종교적인 발언은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 제 이야기의 마무리는 '종교를 갖자' 뭐 이런게 아니니까요. 단지 '종교적인 성향에 대해 무턱대고 비난하지 말자'라는 의미입니다.
1 겔로4  
  제르님
의도가 '종교적인 성향에 대해 무턱대고 비난하지 말자' 라면 제가 오해를 했습니다.
저도 이부분에 있어서는 동의합니다.
무언가를 비난한다는것은 그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것이 옳든 그르든 무턱대고 함부로 비난하거나 긍정해선 안되죠.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종교적인 믿음이 없다는 것도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란 것을.." 부분은 도무지 위의 의도로는 해석이 안 되는군요..
오히려 제르님께서 오해를 하신 듯합니다.
저는 전혀 종교를 갖자 뭐 이런 걸로 본 것이 아닙니다.;;
"어떤 형태로든 종교적인 믿음이 없다는 것도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란 것을.."  부분을 아무리 봐도.. ‘것도’ 까지 넣어도..
“종교가 없는 것도 자랑이 아니고 종교가 있는 것도 자랑이 아니다.”
라는 말인데....
5월 4일에 제가 봤을 때는 “종교가 없는 것은 자랑할 것이 못된다.” 라고 보고는 종교가 없는 걸 평소에 자랑스레 여겼던 지라 위와 같은 글을 남긴 것 이구요..
위의 재해석 한 부분으로 보았다 하여도 위와 같은 글이 나오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 제르  
  근데 사실 본문에서 오해할 소지가 없습니다. 솔직히 '어떤 형태로든...'부터만 자꾸 보시는데 앞의 문장과 연결을 해서 보셔야 할 것입니다. 제가 글을 쓸 때는 주어와 서술어가 맞닿아 있다는 원칙이 있거든요. 사실 모든 글이 그렇겠지만요. 하지만 앞부분은 자꾸 무시를 하시고 계속 '어떤 형태로든...'여기서부터 이해를 하실려구 하시면 어느정도 의도와 다른 해석이 된다는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본문에도 씌여있지만, "성경 자체를 부정하고 종교적인 시선 자체에 태클을 걸겠노라고 마음먹고 이 영화를 얘기하는 사람이있다면" 이라는 전제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이걸 빼먹지 말아주십시요. 그리고 뒷부분의 '어떤 형태로든...'의 문장은 태클을 걸겠노라고 마음먹고 영화를 얘기하는 사람에게 한 말입니다. 이제 오해할 소지가 전혀 없으시죠? 마지막 문단을 두동강 내셔서 각자 해석을 하실려고 하시면 무리가 따릅니다. 문장 문장만 놓고 말씀을 하시지 마시고 그 문장 앞에 어떤 전제가 달려있는지를 염두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제르  
  “종교가 없는 것도 자랑이 아니고 종교가 있는 것도 자랑이 아니다.”
라는 말인데....

그리고 이 부분도 틀립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전 종교가 있고 없고에 대한 얘기가 아니란 말이죠. 제가 전제로 두었던 '무턱대고 종교적인 부분에 태클을 걸겠노라고 마음먹는 사람들'에게 '...자랑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죠. 제가 앞에 설정해 두었던 전제를 자꾸 생략하시면...안되죠.. 엄연히 본문에 있는 글인걸요..

그리고 거듭거듭 말하지만 자꾸 종교적으로 이해를 하실려고 하니 오해가 생기는 것입니다. 본문에 써있는 글 그대로 받아들여 주세요.
1 제르  
  이상하네요. 전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종교적인 색체가 안느껴지거든요. 종교보다는 '영화적인 딴지'에 관한 얘기인데 다들 종교에만 민감하신듯 싶네요. 마지막 문단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종교적인 영화에 선입견부터 내세우지 말자'인데 말이죠... 허허..
1 mario  
  상징적 표현이 가득한 종교서이기 때문에 성경 해석의 접근시각은 그야말로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학자라면 그속에서 당대의 사회상을 재구성해 볼 수 있겠고, 중동 역사학자라면 동시대의 역사적 맥락을 음미해볼 수도 있겠지요. 기호학적, 문학적 접근도 가능하고요. 심지어 해와 달을 멈췄다는 여호수아 이야기를 금성의 기원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미친과학자도 있답니다.
근데, 제르님의 '믿음과 상호교류'로서의 성경 접근은 제가 봤을때 객관적인, 최소한 과학적 접근은 아닌것 처럼 보이네요. 호호.. 아니면 말구요. :)
1 제르  
  영화제작에서 객관적, 과학적 접근의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다큐멘타리 쪽이 아닐까요? '믿음과 상호교류'는 관객이 느끼는 점이기에 당연히 주관적일 필요가 있겠구요.
1 김기한  
  겔로4님께서 제르님이 의도한 내용을 이해 못하신듯..
1 김기한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