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잔혹사] 완전히 찾기 어려운 기억들의 조각들.

영화감상평

[말죽거리 잔혹사] 완전히 찾기 어려운 기억들의 조각들.

1 제르 0 8841 152
시대물이라는 개념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느냐가 가장 큰 기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통때는 생각지 않던 시대인
삼국시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어쩌면 그런 것들처럼
'시대적'인 느낌을 얻는 지당한 일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는 비록 나보다 10여년을 넘는
시대를 그리고는 있지만, 어느정도 피부에 와닿는 시대물이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그런 잔재 속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탓이겠지.

시대의 관심사 그 당시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매력.
시대를 관통하는 우상은 그 어느시대를 막론하고라도 당시의
아이들이 버틸 버팀목이고 그것에 묻어서 스리슬쩍 시대를 같이
관통하게 되는 법이다. 영화의 마지막처럼 '성룡이냐 이소룡이냐'의
문제는 결국 그 시대가 가장 정당하게 안고 있는 그들의 가치관을
단편적이고 단순화시켜서 보여주는 말 한마디가 아니겠는가?

그들의 10대, 우리들의 10대, 무엇이 만들어지고 무엇을 원했던가?
아무런 생각없이, 아니 어쩌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내온 10대의
중후반기를 통해서 우리는 추억할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많은 에피소드들의 탄생지이면서,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장 정당한 근원지임과 동시에
내 정신세계가 지배당하기 시작함을 무의식 중에 깨닫는 시대이기에
우리는 아무런 의식적인 생각없이, 그리고 의식적일 필요도 없이
시대를 지나쳐오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살아온다 지내온다는
것은 모두의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모두의
'인정'을 끌어내기에는 그 소재로서 충분한 작용을 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들에서 정말
나의 10대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하는 작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인정을 끌어냄에 할 말 없다.

사랑에 관한 기억의 조각들은 정녕 찾기 어려운 퍼즐일 뿐인가?
영화적인 이야기의 완성도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 이유가 그 시대를 거쳐와 아직도,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아니라면 그 시대의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나
그들의 사랑은, 그것이 미완의 풋사랑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완성될 수 없는 감정의 흔듬을 표현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리라.

말죽거리로 대표되는 78년의 한자리에서, 고등학교라는 세상의
단면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틀에서, 사랑할 수 없는
아니 사랑한다는 것으로만도 감정이 터질 듯한 그들에게서
친구와 집단의, 그리고 힘과 권력의 구조적인 시스템에 둘러쌓인
잔혹한 기억의 조작들이 나뒹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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