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예상치 못한 이야기.

영화감상평

[아카시아] 예상치 못한 이야기.

1 제르 0 10316 113
처음에 아카시아를 보러갈 때에만 해도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치는 호러쪽이었다.
물론 미리 쓰레기 같은 영화 미리보기 텔레비전 프로를 전혀 보지 않은 탓에
그저 홍보로만 영화의 성격과 장르와 내용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은 이 영화의 홍보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해를 잘 못한 것인지 였다.
이 영화는 그저 잔재주로 중간의 이야기를 뒤로 점프시켜버린... 그게 다 였다.
나무에 대한 저주나 혼령에 관한 섬뜩한 이야기도 아니었으며,
아이와 나무에 관한 으스스한 영화도 아닌, 단순히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살인사건이란 것은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야 알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이 영화가 포인트를 주고 싶었던 부분이 아니었는가 싶다.

감독이 박기형인데... 이건 그저 그런 이야기일 뿐...
박기형 감독이라는 것은 이 영화를 선택하게 한 가장 큰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호러장르가 아니라는 가장 극명한 이유로 호러에 관한 그의 재능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놀란 것은 뭔가 한계에 부딪힌거 같은 막연함이었다.
일단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은 치밀한 이야기 구성이나
아니면 제법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주거나 다양한 앵글로 잔재주라고 피워야할 판인데
박기형 감독은 이야기에만 충실하며, 전혀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었다.
단순히 아이의 죽음의 은폐와 그에 관한 괴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공포스러운 분위기보다는 아이의 존재 자체를 부각시켜야 했다.
아카시아 나무에 관한 아이와의 연관성은 사실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와 아카시아의 연관성이 생기는 것은 아이가 죽어서 그 밑에 뭍힌 후 부터이다.
그전에 그 아이가 아카시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의존을 보여주는 것은
아카시아 나무가 나중에 보여주는 활약(?)에 대한 설명이 전혀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설명은 단 하나이다. '아이가 그 밑에 뭍혔기 때문'이다.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법이란..
다시 얘기하지만 이 영화는 몇가지 제약을 처음부터 안고 시작한다.
집 안과 마당이 주 무대를 이루기 때문에 다양한 앵글로 공간을 표현하고 싶었겠지만.
앵글보다는 카메라 무빙으로 변화를 시도할려고 했던 점은 조금 빈약한 표현이 되었다.
줌과 팬을 같이 쓰는!!! 저예산의 학생 영화에서나 볼만한 장면이 등장한다는 것은
표현에 대한 의미는 생략하고 단지 인물들의 개인적인 동선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카메라 워크가 더욱 조잡스럽게 생각되었던 이유는 인물의 한정에도 한 몫을 했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한정된 인물을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시아는 나무의 변천 과정과 그에 관한 과민반응,
아이의 행동이라고 연상되기도 힘든 괴현상들이 일어나는 것들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다른 쪽의 이야기를 첨가할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첨가가 아닌 관객들이 목말라하는 '서브' 스토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집 안에서의 괴현상과 아이의 실체, 아카시아 나무의 연관성은 과연..?
아이는 나무에 집착하고 나무를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하며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 아이는 영적인 힘이 있는 특별한 아이는 아니다.
뭔가 다르게는 보여지지만, 그것이 아이와 나무의 관계를 표현해주지는 못한다.
특히나! 영화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사건인 '살인사건'에 어떠한 설명도 붙여주질 못한다.
우.연.하.게. 죽은 아이를 나무 밑에 뭍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련의 해프닝인가?
아니면 그냥 으스스한 공포 분위기만 조성하는데 목적이 있는 추상화인가?
이야기의 인과관계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영화는 기준을 잃고 헤메이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연관을 지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들은 인물과의 관계와 이야기의 흐름에
정당성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저주에 관한 엔딩... 살인사건에 대한 풀이..
아이의 죽음에 관련한 사람들은 저주를 받기 시작한다.
그때 즈음에 아카시아 나무도 이상하리만큼 성장이 좋아진다.
(당연하지 않은가? 아이가 거름이 되어 주었으니..)
어찌보면 아이를 죽이고 은폐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하지만 그것은 부각되지 않고,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 조차도 숨기려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카시아 나무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은 해석이 안된다.
아이를 죽여서 거기 뭍었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이란 것은 끝에서야 설명된다.
사실 그게 중요한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이를 죽여서 아카시아 나무 밑에 뭍어서 아이의 복수로 인해서 생긴 사건이라면..
아이는 더 빨리 죽어서 그 공포스러운 저주를 빨리 일으켰어야 했고.
그게 아니라면, 아이가 죽기 전에 보여준 아카시아 나무에 관련한 이상한 증후들은
그저 바람잡이였다는 얘기가 된다.

영화의 여러 이야기들은 아주 작은 교집합을 이루려고 시도만 할 뿐이다.
아이의 죽음도 아카시아 나무의 저주도 집안 사람들의 가족 잔혹사도
다 따로 놀고 있다. 하나로 뭉치기에는 서로의 연관성이 시기적으로 맞질 않고 있다.
나무와 아이의 관계는 죽어서 생기는 것이고, 가족 잔혹사(아이를 죽여서 매장)라는
가장 큰 핵심 이야기는 나무와 관련없이 우.연.히. 발생하는 사고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 아이를 아카시아 나무 밑에 뭍는 것은 더 연관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카시아 나무에 기대서 공포를 창출해내는 것은 더욱 설득력을 잃는다.

이 영화를 무조건 잘못 만든 영화라고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박기형 감독처럼 이야기의 분위기까지 잘 풀어나가는 감독이라면
억지스럽게 이야기를 연결하지 말기를 바랬다.
'살인사건'을 잘라다가 영화 엔딩에 붙여놓았다면, 그것을 통해서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설명이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은 시간의 순서를 바꿔 놓았을 뿐,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반전'을 주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7-11-08 01:08:29 씨네칼럼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9-08-23 02:10:31 씨네리뷰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09-08-23 02:15:08 특집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再會님에 의해 2011-07-11 05:44:23 씨네리뷰에서 이동 됨]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