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어 보이 - 우리 모두 해저터널을 뚫자!

영화감상평

어바웃 어 보이 - 우리 모두 해저터널을 뚫자!

G 김명호 8 8303 51
어바웃 어 보이 (About a boy)
감독: 폴&크리스 웨이츠 형제
주연: 휴 그랜트, 토니 콜레트, 레이첼 와이즈

요즘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리마리오가 브라운관에 기름칠을 하기 훨씬 전부터 스크린에 빠다칠을 했던 이가 있었다. 극중에서 마가린버터식용유스러운 행각을 벌이며 여성들 마음엔 사랑을, 남성들의 주먹엔 분노를 일으켰던 휴 그랜트. 주위의 아낙들이 당 영화 너무 좋다고 호들갑을 떨 때도 난 '휴 그랜트 따위가 나오는 영화는 안봐!'라며 냉소섞인 (절대 질투는 아니다. -_-;) 한마디를 던졌었다. 결국 주위의 추천과 강압으로 어렵사리 영화를 보게 되었고 난 비로소 아집에서 눈을 뜰 수 있게 된 거였다.

누군가 그랬던가. 증오나 편견 따위의 감정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맹목적으로 변한다고. 그렇다. 나 역시도 그런 달동네 골목길 마냥 좁디 좁은 감정으로 하마터면 좋은 영화를 놓칠 뻔 했던 거다.

영화는 첫 장면에서 '모든 사람은 섬이다 -본 조비'이라는 키워드를 친절하게도 제시해 주며 급속한사회변화로인한인간소외와자아의고립이라는어쩌구저쩌구..계열의 영화임을 말해준다. 보통 이런 주제의 영화는 억지스런 짝짓기나 폼잡고 주제 주입하기 등의 우를 범하며 자칫 졸작의 반열에 오르기 쉬운데 다행히 당 영화는 이런 함정을 잘 벗어난 우량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간의 잘못(?)을 사죄하려는 듯 기름기 쫘악 뺀 모습을 보여주는 휴 그랜트는 영화 속에서 아버지 유산으로 먹고사는 한량으로 등장한다. 놀고 먹으며 여자 후리기가 인생의 목적인 윌(휴 그랜트), 왕따 소년 마커스, 마커스의 엄마이자 우울증에 걸린 이혼녀 피오나(토니 콜레트). 이 세명의 관계를 통해 모든 사람은 섬이지만 알고보면 밑으로 해저 터널이 뚫려서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놀러도 가고 대가리 맞대고 고민도 나누고 그래라 라고 말해주고 있다.

이런 초등학교 5-2학기 도덕책 5장 함께사는 사회의 학습활동스러운 주제 외에도 영화 곳곳에서 작열하는 위트있는 대사들은 더욱 영화를 찰지게 만들고 있다. 폴&크리스 웨이츠 형제 감독은 영화 아메리칸 파이의 감독이기도 한데 역시 유머를 만드는 내공이 상당하다.

기분이 꿀꿀거리는 사람, 인간관계에 회의가 느껴지는 사람. 살포시 당 영화 보면서 나의 해저터널은 어디로 연결되어 있나 살펴도 보고 유지, 보수도 해주고 그래보자. 삶은 함께 할수록 덜 힘들다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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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G mario  
  아주 맛깔스러운 글빨이십니다. 원츄~

근데 레이첼와이즈가 맡은 역은 마커스엄마(피오나)가 아니야요. :)
G 김명호  
  헛! 그렇군요. -_-; 왜 전 당연히 레이첼 와이즈가 마커스 엄마일꺼라 생각했던 걸까요.. 그것도 모르고 전 계속 마커스 엄마의 얼굴에 레이첼 와이즈의 얼굴을 오버랩 시키면서 제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답니다. --;

마리오님 글 보고 다시금 보니 이제야 레이첼 와이즈가 누구였는지 보이는군요..하하.. 고맙습니다.  글은 수정하였습니다. ^_^
G 뇌분실  
  씨네스트 슬슬 수준이 올라가네요.
한동안 방학이라 감상평은 거의 접근조차 안했는데.(보고나면 기분이 드러워 지더라구요.일부 몰상식한 초등학생님들의 야무진 글빨(?)에..)

김명호님 덕분에 영화가 다시보고 싶어지네요.윗분 말대로 맛깔스럽고 단백한 감상평 잘봤습니다.
G 던필  
  저도 글 잘 봤습니다..^^

몇 가지 정보 차원에서 김명호님 글을 더욱 풍부하게 하기 위해 아주 약간만 덧붙입니다..

본 지 좀 되서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토니 콜렛'이라는 여배우는 소년 마커스가 아니고 그 엄마 역할일 겁니다..(여배우임)

그 소년 역할을 맡은 배우는 아무래도 제가 남자인 관계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는걸 어쩔 수 없어서 건너뜁니다..^^;;

'토니 콜렛'이라는 여배우는 호주에서 만든 '뮤리웰의 웨딩'이라는 영화로 유명해진 배운데, 미국으로 건너가서 이 영화를 포함해서 '식스 센스'(여기서는 소년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어머니로 나옴), '샤프트' 등과 같은 영화들에 출연합니다..

만일 이 여배우에 대해 궁금하다면 헐리웃에 가서 찍은 영화들보다는 호주에서 찍은 '뮤리웰의 웨딩'이라는 영화를 보시는게 훨씬 나을 겁니다..
그녀의 출세작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헐리웃에 가선 거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개성 없는 조연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레이첼 와이즈'란 여배우는 '토니 콜렛'보다는 훨씬 많이 알려진 배우지만, 영화 속 비중에 비해선 아직까지는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역할은 아쉽게도 없는 것 같습니다..

국내엔 '미이라'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고, 장 자끄 아노의 '에너미 엣 더 게이트', 게리 플레더(?)의 '런어웨이', 비교적 그녀의 초기작이라 생각되는 베르나르도 베르툴루치의 '스틸링 뷰티' 같은 영화를 보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배우에 대해 애정이나 관심을 갖고 보시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지나가다가 생각나서 리플답니다..

저는 '어바웃 어 보이'보다는 후속작(?) '어바웃 어 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G 김명호  
  웁스! 제가 또 실수를 했군요. 저의 무식을 지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T_T;; 제가 모르는 배우가 나올때는 영화 검색을 하면서 글을 적는데도 이렇게 자꾸 실수를 해버리네요. 괜히 다른 분에게까지 잘못된 정보를 알려드려서 죄송합니다.

글 수정하였습니다. ^^; 그리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G 조성민  
  감상평 독특하고 좋네요

근데 그림은 직접 그리시는 건지..?
얼핏 보면 한동원님 책 보는거 같아요..ㅋ
G 김준형  
  저도 이 영화 무척 재미나게봤었다는...첨엔 휴그란트표 로멘틱코메디겠거니해서 보길주저했는데...다 보고나서는..정말~~~~찡하더라는..

살아가는데있어 나와 내 주변사람들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해주는 영화~~~~좋은 영화입니다.^^
G 김명호  
  제가 원래 가내수공업적 자급자족 성격이 강한지라 그림도 직접 그려넣고 있습니다. ^^;

한동원님이 출간한 책은 몇일전 봤습니다. 서점에서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당장 사버렸답니다. 한동원님의 멋진 글빨에 재미난 카툰이 만나니 최고더군요~ ^_^